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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바닷길 요트 일주 (1)

여행을 떠나다 - 한국

by 보리올 2012. 10. 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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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허영만 화백이 그 종주대 출신의 산꾼들을 주축으로 한반도 일주 항해에 도전했다. 2009 6월 경기도 전곡항을 출발, 2010 4월 강원도 속초를 찍고 5월에 독도에 이르기까지 근 1년 가까운 세월을 매월 2 3일씩 항해를 하면서 바닷길을 이어간 것이다. 이 계획은 본래 허영만 화백께서 제안을 했고, 그에 적극 호응한 송영복, 송철웅 등이 맞장구를 치면서 성사가 되었다. 그 뒤에 항해, 촬영, 스쿠버 등 분야별 전문가 몇 명이 동참을 하였다. 이 멋진 계획을 위해 준비한 구닥다리 레이서 크루저의 이름이 바로 집단가출호. 또 한 번의 집단 가출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난 이 계획에 전혀 발을 들여 놓지 못했다. 귀동냥으로 그런 논의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고국에 들어가 있던 2009 12, 집단가출호의 7차 항해에 운좋게도 옵저버로 승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12 5일 새벽, 대전에서 김성선을 만나 여수로 이동을 했다. 당시 난 청주대학교 영화학과와 충북방송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던 영화 제작 교육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었던 터라, 이 요트 여행을 촬영해 졸업 작품으로 쓸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사에서 대여받은 소니 6mm HD 카메라를 들고 갔더니 다들 긴장하는 눈치다.

 

 

여수는 날씨가 맑았다. 파란 하늘이 돋보이고 기온도 포근한 편이었다. 대원들이 어디선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식량이 실리고 대원들 짐이 실린다. 오전 11시가 넘어서 소호항을 출발했다. 바람이 잔잔한 탓인지 속력이 느리다. 허 화백은 선장으로 전체 진행을 책임지지만, 실제적인 항해는 대부분 송영복 대원이 지휘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소리도. 일명 연도라고도 불린다. 행정구역상으론 여수시에 속한다.

 

 

 

 

출항할 때에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어 바쁘게 움직였다. 나만 무엇을 할지 몰라 어정쩡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연히 나섰다가 오히려 일만 그르칠 것 같았다. 배가 출항할 때와 가끔 돛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에만 대원들이 바쁘다가 막상 바람을 받아 항해를 할 때는 여기저기 모여서 수다나 떤다. 이진원은 저녁 횟감이나 구해보겠다고 바다에 낚시를 던졌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몇 시간 동안 정작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해가 바다에 떨어지고 어둠이 밀려올 무렵, 소리도에 도착했다. 두 번째 방파제를 지나 내항으로 들어서다가 수심이 너무 얕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방향을 돌려 방파제와 방파제 사이에 배를 정박해 놓고 보트를 이용해 짐과 사람들을 날랐다. 어떤 사람은 방파제에 텐트를 치고 누군가는 비박을 하겠다고 맨바닥에 매트리스를 깐다. 난 매트리스와 침낭을 들고 방파제 끝에 있는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여객선 매표소로 쓰였던 건물이었는데 책상을 치우니 대여섯 명은 충분히 잘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잠자리 준비를 마치고 모두들 섬마을 구경에 나섰다. 마침 마을 입구 공터에서 멸치 건조 작업을 하고 있던 동네분들을 만났다. 소금물에 멸치를 삶아 내고 있었는데 우리의 갑작스런 출현이 그들에게도 신기했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우리에게 삶은 멸치를 먹어 보라 권하기도 한다. 작업을 마치자, 창고 바닥에 즉석 술자리를 마련해 우리에게 소주잔을 돌린다. 낯선이를 싫다 않고 반기는 이런 정이 있기에 아직도 시골은 살 맛이 난다. 허 화백 본가도 오래 전에 여수에서 멸치 어장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허 화백은 그들과 금방 친구가 되었다.

 

 

 

 

 

 

 

 

이진원이 닭을 삶아 저녁을 준비한다. 어촌계에 연락해 횟감을 구하려 해봤지만 여의치가 않단다. 마침 고기를 잡으러 나온 배가 있어 싱싱한 생선 몇 마리를 구할 수가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횟감을 안주로 술잔이 돌고 있는데 빗방울이 돋는다. 자리를 일찍 파하고 일부는 매표소 건물로, 일부는 요트 선실로 대피를 했다. 가끔씩 몰아치는 돌풍에 빗줄기가 요동을 친다.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도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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