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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칼랄라우 트레일 ①

산에 들다 - 미국

by 보리올 2015. 6. 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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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아이 섬의 칼랄라우 트레일(Kalalau Trail)은 워낙 유명해서 전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카우아이 현지에선 전설의 트레일이라 할까. 무슨 까닭으로 전설이란 단어까지 썼는지 내심 궁금했는데 드디어 내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온 것이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그 산행기점인 하에나 주립공원(Haena State Park)의 케에 비치(Kee Beach)에서 시작해 칼랄라우 비치까지 가는 해안길을 말한다. 거리는 편도 17.8km. 카우아이 자체가 열대우림과 계곡, 절벽 그리고 광할한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한데, 칼랄라우 트레일은 그것을 모두 한 곳에 모아놓은 명소 중의 명소인 것이다.

 

난이도는 제법 있는 트레일이었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걷는 트레일이 오르내림도 심하고 그것을 가로지르는 몇 개의 계류도 건너야 했다. 전체 구간을 하루에 왕복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그 중간쯤에 있는 하나코아 밸리(Hanakoa Valley)까지만 가기로 했다. 편도 6마일을 걸었으니 왕복으로 치면 12마일, 거의 20km를 걸은 셈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도 나팔리 코스트(Napali Coast)의 속살을 경험하기엔 충분했다고 본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텐트를 짊어지고 들어가 칼랄라우 비치에서 하루나 이틀을 묵고 싶었다. 혹시 배편이 있나 알아보았더니 상업적으로 손님을 태우는 행위는 일체 불법이라 한다. 칼랄라우 비치에서 100불을 주고 원주민 배를 타고 나왔단 사람도 있었지만 이 또한 불법행위였던 것이다.

 

한걸음에 오르막을 치고 올랐더니 아래로 케에 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해변은 그리 크지 않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전망이 트이며 드넓은 태평양을 배경으로 나팔리 코스트의 주름진 벼랑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산길을 걸으며 만나는 마루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다. 이렇게 푸르름으로 가득한 바다와 하늘을 만난 것이 얼마만인지 도무지 기억에 없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몸을 던지는 파도조차 아름다웠으니 눈이 제대로 호강을 한 셈이다. 칼랄라우 트레일이 결코 허명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2마일 지점에 있는 하나카피아이 비치(Hanakapiai Beach)로 흘러드는 계류를 건너야 했다. 다들 스틱으로 균형을 잡으며 돌 위를 걸어 계류를 건너는데, 나만 홀로 등산화를 벗고 바지를 올린 뒤에 맨발로 물을 건넜다. 거기서 하나코아 캠핑장까지는 4마일을 더 걸어야 했다. 시원한 풍경에 정다운 산길을 걷자니 그리 힘든 줄도 몰랐다. 햇빛이 너무 따가운 것이 흠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나코아 캠핑장이 나타났다. 칼랄라우 비치로 오고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인데도 시설은 그리 좋지 않았다. 쉘터를 하나 잡고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웠다. 모기의 성화에 하나코아 폭포에 눈길 한번 주고는 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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