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다 - 아시아

[대만] 다툰샨(大屯山)

보리올 2025. 6. 6. 08:09

 

 
타이베이 북쪽에 자리잡은 양밍샨(陽明山) 국가공원에서 하루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하철로 지안탄(劍潭) 역까지 간 다음, R5 버스로 환승을 했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버스 하나를 보내고 그 뒤 버스를 타야 했다. 주말에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은 우리 나라와 비슷했다. 사실 우리 나라에는 해발 2,000m가 넘는 산이 하나도 없는데 반해, 조그만 섬나라 대만에는 무려 258개나 된다고 한다. 인구는 많고 산악 지형이 발달했으니 산행 인구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버스 종점에 도착해 공원 안을 도는 108번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가판에서 개떡 비슷한 것을 팔아 그것으로 늦은 아침을 대신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우리가 가려던 치싱샨(七星山, 1120m)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어느 안부에서 내렸다. 지나는 사람에게 치싱샨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지만 영어로는 소통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내린 안부에서 다툰샨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가르키는 표식을 발견했다. 다툰샨 정상까지는 1.6km로 꽤나 가까웠다. 달리 방법이 없어 다툰샨을 오르기로 했다. 다툰샨이 치싱샨과 더불어 양밍샨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봉우리라는 설명에 꿩 대신 닭을 선택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론 그 결정이 나쁘진 않았다. 처음부터 꽤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올라야 했다. 좌우로 조릿대가 무성한 산길은 돌로 만든 계단으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계단을 오르느라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후덥지근한 날씨도 한 몫 했다. 해발 1,092m의 다툰샨 정상부에 오르니 나무 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나왔다. 실제 정상은 군사시설이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왼쪽으로 꺽어 조금 더 걸어가니 또 다른 전망대가 나왔고, 거기에 정상을 알리는 표식이 세워져 있었다. 타이베이를 비롯해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에 눈이 즐거웠다. 이곳 사람들도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사를 하는 사람들 틈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곤 하산길에 들어섰다. 우리가 올라온 길 반대편으로 해서 산아래 있는 마을로 바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내려가는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이 등산로가 여기에선 더 많이 알려진 길이 아닌가 싶었다. 하긴 우리가 너무 쉽게 다툰산 정상에 오른 것이다. 올라올 때보단 경사가 훨씬 더 가팔랐다. 등산로에 설치된 고정 로프를 잡고 발걸음을 조심조심 옮겨야 했다. 정상부에서 내려다 보았던 쌍봉인 다툰난펑(大屯南峰, 957m)과 다툰시펑(大屯西峰, 982m)을 경유해 청산궁으로 내려서니 버스 정류장이 나왔다. 3시간 40분에 걸친 산행이 이렇게 끝이 났다.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난이도는 좀 있는 산행이었다. 내게는 대만 산세를 익히는 좋은 기회였다.
 

순환버스에서 내려 다툰샨으로 오르는 표식을 발견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양쪽으론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정상부에 설치된 나무 데크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나무를 세워 정상을 표시한 전망대에서 부채 모양의 판대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

 

정상부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가파른 경삿길을 내려오면서도 여유롭게 산악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