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를 동서로 관통하는 US 루트 2, 2번 하이웨이를 달렸다. 워싱턴 주의 에버렛(Everett)에서 미시간 주까지 연결되는 이 도로는 워싱턴 주에만 525km에 이르는 구간을 갖고 있다. 그 안에 두 개의 시닉 바이웨이(Scenic Byway)가 있고,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과 컬럼비아 고원지대(Columbia Plateau)도 지난다. 그 이야기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동에서 서쪽으로 달렸다. 처음엔 얕은 구릉이 넘실대는 평원지대가 펼쳐지더니 웨나치(Wenatchee) 부근부터는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있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제법 아름다웠다. 특히, 로키 리치 댐(Rocky Reach Dam)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호수인 엔시엇 호수(Lake Entiat) 주변으론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주 멋졌다.

 

루트 2를 달리다가 캐시미어(Cashmere)에 잠시 들렀다. 3,000명이 조금 넘는 인구를 가진 조그만 마을이었다. 캐스케이드 산맥에 속하는 산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을 뒤로 나무도 없는 황량한 산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색을 찾기가 어려웠고 온통 누런 색깔이 대세였다. 예전에 다녀간 적이 있는 유명한 캔디 가게는 문을 닫았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바로 빠져 나왔다. 캐시미어에서 10여 분 달리면 레벤워스(Leavenworth)가 나온다. 한때 이 지역 경제를 책임졌던 목재업이 쇠퇴하면서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던 레벤워스는 1962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독일 바바리아 마을을 본뜬 테마 마을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덴마크 마을 솔뱅(Solvang)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다. 뮌헨의 맥주 축제를 본따 매년 옥토버페스트도 연다. 그 덕에 이제는 워싱턴 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부상을 했다.









루트 2를 달리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캐시미어는 워싱턴 주 중앙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로 유명한 캔디 공장이 있어 잠시 들렀다.







독일의 바바리아 마을을 본따서 만든 테마 마을인 레벤워스는 이제는 꽤 유명한 관광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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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16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싱턴 주에서 옥토버페스트를 한다고는 들었는데 그 마을 이름이 레벤워스였군요! 그러면 옥토버페스트때 맛나는 독일 맥주를 실컷 마셔볼 수 있겠네요? 독일에 직접 가서 맛 보는 것이 최고이겠지만 나중에 레벤워스에서 대리만족해야겠어요!

 

26번 도로를 달려 오셀로로 가는 중에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로 다시 들어섰다. 여기서도 잠시 차를 세웠다. 13,000년 전 빙하기가 끝이 나면서 수없이 반복된 대규모 홍수가 만든 독특한 지형인 드럼헬러 채널스가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이다. 시속 70마일이 넘는 속도로 쓸고 내려가는 격류였다니 침식이 엄청났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황량한 들판은 세이지(Sage)가 주를 이룬 관목 스텝 생태계를 보이고 있는데, 인간이 가축을 방목하고 외래 식물종이 침입하면서 세이지가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 생태계에서 살아가던 동물종 또한 상당히 줄었다. 세이지 그라우스(Sage Grouse)란 조류는 그 개체수가 80%나 줄었다고 한다. 우리 눈으로 그런 변화를 식별하긴 어려웠지만 대신 사방을 둘러보고는 자리를 떴다.

 

컬럼비아 강 하류로 내려가 아담스 산(Mt. Adams)으로 드는 마을, 트라우트 레이크(Trout Lake)로 향했다. 아담스 산은 해발 3,743m로 워싱턴 주에선 레이니어 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아담스 산으로 접근하려면 대부분이 이 트라우트 레이크를 지난다. 그런 까닭에 마을 초입에서 만난 헤븐리 그라운드스(Heavenly Grounds) 카페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도 커피에 시나몬 롤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담스 산은 멀리서 보아도 그 육중한 몸매가 눈에 띄었다. 길가에서 자라는 베어 그라스(Bear Grass)가 눈에 많이 띄었다. 밴쿠버에선 찾아보기 힘들고 캐나다 로키에 속한 워터튼 레이크 국립공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꽃인데 여긴 지천이다. 97번 도로 상에 있는 브룩스 메모리얼 주립공원의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홀로 모터바이크를 몰고 여기저기 떠도는 노인을 만났다. 영혼은 무척 젊어 보였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에 있는 드럼헬러 채널스의 다른 지역을 둘러 보았다.

 

 

트라우트 레이크로 이동 중에 만난 풍경

 

 

 

 

트라우트 레이크의 헤븐리 그라운드스 카페에서 커피 한잔 했다. 시골에 있는 카페지만 손님이 많았다.

 

 

 

 

 

마운트 아담스의 경내에서 불에 탄 나무들과 베어글라스의 꽃망울을 만났다.

 

 

 

 

골든데일(Goldendale)의 브룩스 메모리얼 주립공원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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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14 1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0마일이요? 와우...상상이 안 가네요...그러니까 저런 지형이 생겨날 수 있겠군요. 레이니어가 가장 크고 세번째가 베이커이고 두번째를 몰랐었는데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미국 북서부에 있는 다섯 개 주를 한 바퀴 도는 로드트립에 나섰다. 두 쌍의 부부와 함께 움직였는데, 연로하신 부부가 있어 그 분들 컨디션에 맞춰 진행을 해야 했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통과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 유역에 있는 조지(George)란 마을이었다. 워싱턴 주에 있는 조지란 지명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워싱턴을 생각나게 했다. 나중에 그 유래를 살펴 보았더니 역시 조지 워싱턴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특이한 지명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이 마을이 유명한 이유는 1985년에 개장한 야외 콘서트장(Gorge Amphitheatre)이 있어서다. 잔디밭에 앉아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는데, 무려 27,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해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콘서트가 열리기에는 시즌이 좀 일렀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장 가운데 하나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꼽았다 해서 더욱 그랬다.

 

매년 여름 사스쿼치 음악제(Sasquatsch Music Festival)가 열리면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연적인 지형을 제대로 활용한 예가 아닌가 싶었다. 야외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무슨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지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안내 요원이 가르켜준 대로 콘서트장이 내려다 보이는 벼랑 위로 올랐다. 음악도, 사람도 없는 황량한 분위기라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조지가 자랑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미국 건국일인 7 4일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체리 파이를 만드는 행사가 열린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파이를 나눠준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런 행사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마을이었다. 우리가 오른 벼랑 바로 옆에 케이브 비 에스테이트 와이너리(Cave B Estate Winery)가 있었다. 포도밭이 펼쳐진 계곡에서 숙박시설도 운영하고 있었다. 테이스팅 룸에서 레드 와인인 케이브맨 레드(Caveman Red)를 두 병 시켰다. 레이블도 멋졌지만 기격에 비해 맛도 훌륭했다. 이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레드와인인 듯 했다.

 

262번 도로를 타고 오 설리번 댐을 지나 좌회전해서 블라이스 호수(Blythe Lake)를 찾아갔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Columbia National Wildlife Refuge) 안에 있는 이곳은 흔히 드럼헬러 채널스(Drumheller Channels)라 불리는 지형으로 유명하다. 드럼헬러 채널스는 컬럼비아 고원 내에 세월이 만든 여러 갈래의 물줄기를 일컫는데, 현무암 절벽과 협곡, 호수가 어우러져 있다. 오랜 기간 화산과 빙하가 세월과 엮어 만든 작품이다. 빙하기가 끝날 무렵 빙하가 녹은 물이 수 차레 대규모 범람을 일으켜 침식시킨 지형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풍경이 그리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진 않았으나 다양한 지형을 지녔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이스 호수를 따라 좀 걷고는 발길을 돌렸다. 262번 도로를 타고 오셀로(Othello)로 향하다가 언덕 위에 넓게 자리잡은 유채밭을 발견했다. 오랜 만에 노란꽃 앞에 서서 행복한 표정으로 포즈를 잡아 보았다.

 

 

 

 

 

워싱턴 주의 작은 마을, 조지를 유명하게 만든 야외 콘서트장을 벼랑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케이브 비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도 가졌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 안에 있는 드럼헬러 채널스는 화산, 빙하, 빙하 녹은 물이 만든 대표적인 침식 지형이다.

블라이스 호수 주변을 30여 분 거닐며 분위기를 느껴 보았다.

 

 

오셀로로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유채밭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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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09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싱턴주 저런 곳이 있었다니! 저도 몰랐네요~ 미국도 가볼 곳이 넘넘 많은 것 같아요~ 저렇게 드넓은 유채밭도 보기 드문 것 같아요. 제주도는 조그마한 유채밭도 돈 내고 사진 찍으라는 세상인데 너무 틀리네요!

    • 보리올 2017.03.10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풍경을 만나는 우연도 있지 않겠냐. 이 유채밭만 해도 그렇고. 세상 참으로 넓다는 것이 실감나지.

 

드디어 딸아이들이 소망하던 시애틀에서의 먹방을 찍을 차례다. 첫 테이프는 점심을 먹으러 간 크랩 포트(Crab Pot) 레스토랑이 끊었다. 시애틀 다운타운에도 있지만 주차 공간을 고려해 벨뷰(Bellevue)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이곳은 테이블에 종이 한 장을 깔곤 그 위에 게와 조개, 홍합, 소세지, 감자 그리고 옥수수를 왕창 올려놓고 손으로 먹는 씨피스트(Seafeast)란 메뉴로 유명하다.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의 종류에 따라 네 가지 이름으로 나뉘는데 우린 1인분에 35불씩하는 웨스트포트(Westport)를 시켰다. 요리 위에다 파프리카 가루를 잔뜩 뿌려놓아 손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오랜 만에 먹는 찐 게의 맛은 훌륭했다. 거기에 크램 차우더(Clam Chowder)와 피시 앤 칩스(Fish & Chips)를 따로 시켰는데 그것도 괜찮았다.

 

시애틀 시내로 들어가 캐피톨 힐(Capitol Hill)의 카페 거리로 향했다. 이곳은 시애틀이 커피의 도시란 닉네임을 갖게 하는데 일조를 한 곳이다.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수많은 카페가 밀집되어 있는 곳인데, 그 중에서 우리가 찾아간 곳은 스타벅스 리저브(Starbucks Reserve)였다. 그 이름으로 가장 먼저 문을 연 카페로 희귀한 원두를 소량으로 로스팅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우선 카페치곤 엄청난 매장 규모와 시끌법적한 인파에 놀랐고, 원두를 볶는 로스팅 기계와 로스팅한 원두를 한 봉지씩 포장하는 기계까지 돌고 있어 새로운 세상으로 보였다. 로스팅을 하고 있던 마스터가 손님들 질문에 직접 답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직원 추천을 받아 과테말라(Guatemala)와 에디오피아(Ethiopia), 판테온(Pantheon)이란 세 가지 리저브 커피를 시켰다. 흔히 마시는 커피에 비해 풍미가 뛰어났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시애틀에서, 그것도 스타벅스 리저브에선 가장 먼저 문을 연 매장에서 새로운 커피를 맛보았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시애틀에서 저녁을 먹고 갈까 하다가 독일 마을로 유명한 레벤워스(Leavenworth)로 가서 슈니첼을 먹기로 했다. 두 시간 넘게 운전을 해서 레벤워스에 닿았다. 산악지대로 들어서 큰 고개를 넘는데 노면에 눈이 남아 있어 잔뜩 긴장을 해야 했다. 레벤워스의 겨울 모습은 나에게도 처음이었다. 독일에서 태어난 두 딸은 독일 마을에 왔다고 나름 감격스러워 했다. 거리엔 방문객들로 들끓었고 나무와 건물엔 색색의 등을 달아 아직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겼다. 마을 구경을 마치곤 슈니첼을 잘 하는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앙드레아스 켈러(Andreas Keller)였다. 꽤나 유명한 식당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30여 분을 기다린 후에야 자리를 잡았다. 실내를 독일 바바리아식으로 장식해 분위기는 아늑했지만 우리가 시킨 예거 슈니첼(Jaeger Schnizel)은 좀 별로였다. 밴쿠버에서 먹던 것보다도 맛이 떨어졌다.

 

 

 

 

 

벨뷰에 있는 크랩 포트 식당은 해산물로 유명하다. 크램 차우더와 피시 앤 칩스 그리고 웨스트포트가 차례로 나왔다.

 

 

 

 

 

 

 

시애틀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캐피톨 힐 카페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를 찾았다.

시애틀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사람들로 들끓는 레벤워스 도심엔 크리스마스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목재 산업의 쇠퇴로 경제 위기에 처한 레벤워스는 1962년 주민들의 뜻을 모아 독일 테마 마을로 변신하는데 성공했고,

현재는 워싱턴 주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앙드레아스 켈러란 식당에서 예거 슈니첼로 저녁을 먹었다. 독일에서 먹던 맛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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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moon 2017.01.11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v에서 시애틀이 커피로 유명하다는걸 본적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이 대단하군요.
    독일마을 야경도 멋집니다.

    • 보리올 2017.01.11 0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애틀은 겨울에 비가 잦아 커피가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스팅도 엄청 발달했고 커피 유통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도시죠. 스타벅스나 툴리스, 시애틀 베스트 커피가 여기서 나온 것도 그 배경일 겁니다.

  2. 달린_ 2017.01.12 17: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애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런 독일 컨셉 마을이 있었는지는 오늘 처음 알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17.01.12 2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워싱턴 주에선 꽤 유명한 곳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언제 시애틀 부근에 오시면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옥토버페스트는 뮌헨 다음으로 크다 하는데 직접 가보진 못 했습니다.

  3. justin 2017.04.25 1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애틀의 해산물, 커피, 그리고 레벤워스의 독일식 문화 기억할게요! 눈과 코를 사로잡는 스타벅스 리저브는 확실히 스케일이 틀리네요~! 왜 동생들은 저랑 같이 시애틀에 갔을때 이런 곳을 뎃고가지 않을걸까요?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딸들의 제안에 따라 당일치기 가족여행으로 시애틀(Seattle)을 다녀오기로 했다. 기온은 영하를 가르켰지만 모처럼 날씨가 맑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지만, 딸아이들은 내심 시애틀이 자랑하는 카페와 맛집을 둘러보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이끄는대로 코스를 잡았다. 시애틀이 가까워질수록 길가에 쌓였던 눈이 사라지더니 시애틀 인근은 눈이 내렸던 흔적조차 없었다. 밴쿠버에 비해서 날씨도 훨씬 온화했다. 오전 시간은 몇 군데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그린 호수(Green Lake)였다. 호수 자체는 그다지 특징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거나 뛰면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4.5km라는 호수 한 바퀴를 모두 돌면 대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는 맛보기로 30여 분 걷고는 차로 돌아왔다.

 

그 다음으로 가스 워크스 공원(Gas Works Park)을 찾아갔다. 유니언 호수(Lake Union) 북쪽에 자리잡은 이 공원은 1906년부터 50년간 가스 공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1962년 부지를 매입해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공장지대에서 공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공장에서 쓰던 가스 설비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 아닌가. 푸른 녹지와 묘한 대조를 이루는 가스 설비가 흉물스럽다기보단 멋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나에겐 무척이나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레이트 마운드(Great Mound)라 불리는 언덕 위로 오르면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호수 건너편으론 시애틀의 스카이라인도 즐길 수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멋진 곳을 처음 온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했다. 워싱턴 호수(Lake Washington)를 지나 레드몬드(Redmond)로 갔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기 때문인데, 신정 연휴 기간이라 근무를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진 못 하고 차로 돌면서 건물 외관만 둘러보았다.

 

 

 

 

그린 호수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격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호수 주변에서 조깅이나 산책을 하고 있었고, 물 위에선 오리들이 한가로이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가스 워크스 공원의 한 축을 이루는 가스 설비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오히려 공원의 운치를 더했다.

이런 식의 재개발이 난 너무 맘에 든다.

 

 

 

 

 

 

 

그레이트 마운드에선 멀리 시애틀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망이 좋아 시민들 사랑을 받을만 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시멘트 구축물은 아이들 놀이터였다. 그 위에 커다란 배관이 놓였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엔 방문자 센터가 있어 초기 컴퓨터부터 그들이 이룬 결과물을 볼 수가 있다고 하는데

휴일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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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moon 2017.01.09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 아닌 벤쿠버에 사시는가요?
    시애틀에 당일여행을 다녀오셨다니.. ^^
    가스워크스공원이 참 특이하군요. 공장시설물을 그냥두고도 멋진 공원이 되었네요.
    서울에 있는 공원도 몇군데 일부만 시설물을 그냥 둔곳도 있습니다만..

    • 보리올 2017.01.09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밴쿠버에 산지는 좀 됐습니다. 그 때문에 이 블로그에 캐나다나 미국에 대한 포스팅이 많은 편이지요. 그래도 매년 한 차례씩은 고국에 갑니다.

  2. kimchicheese2016 2017.01.10 0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론토보다 벤쿠버에 사는 분들이 부러운 이유 (순서의 중요성은 없음):
    1) 캐나다 로키 주말마다 하이킹 갈 수 있다. 매주 하이킹 가면 살 찔 일이 없겠어요.ㅋ
    2) 맘만 내키면 미국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 주로 주말여행이나 단기여행 갈 수 있다. 우리는 비싼 항공료 내고 뱅기 타고 가야해서 작정을 하고 가야 합니다.ㅎ
    3) 겨울에 눈이 아닌 비가 온다. 저는 눈이 정말 싫어요. 차라리 비가 낫습니다.
    4) 호수가 아닌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다. 저는 원래 바닷가 출신이라 생동감 넘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올해가 정유년이군요.^^
    새해를 맞이하여 시애틀로 가족여행도 다녀오시고, 아, 부럽습니다 :)

  3. 김치앤치즈 2017.01.10 0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부터 정신이 가출을 했는지 위의 긴 댓글을 쓰고 보니, 제가 로그인을 안하고 댓글을 달았더군요.^^
    혹시 이름이 달라서 누군가 할까봐서요. 보리올님, 접니다.ㅎㅎ

    • 보리올 2017.01.10 0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어로 쓰던, 우리 말로 쓰던 누구신지 다 압니다. 괜한 걱정을 하셨네요. 그래도 너무 친절하십니다. 근데 맨 처음 단 댓글에는 아래와 같이 반박문을 언론에 공개해야겠네요.

      1) 캐나다 로키는 밴쿠버에서 1,000 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해안 산맥이 있어 한 시간만 나가면 멋진 산이 부지기수입니다.
      2) 워싱턴 주는 당일에 다녀올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하루 종일 운전해야 겨우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런데 여기 교민들은 우울증 걸리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4)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 같지만 밴쿠버 앞바다는 호수 같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가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도 너무 친절한 반박이죠? 제가 좀 그렇습니다. 명문 댓글이라 호승심이 쪼깨 일었습니다. ㅎㅎ

    • 김치앤치즈 2017.01.10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렇게 명문중의 명문 반박글을 달아서 할 말 없게 만드시는 얄미운(?) 보리올님... 아무래도 보리올님 아내분에게 저 대신 여기저기 마구 꼬집어 달라고 부탁 좀 해야겠어요...ㅋㅋ
      허나 남의 소중한 남편님을 감히 꼬집으라는 망언을 한다고 오히려 욕 한바가지 들을 것 같은데요.ㅋㅋㅋ
      오늘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보리올님의 반박글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 봅니다 :)

    • 보리올 2017.01.10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유쾌한 공방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유쾌한 공방은 우리 나라 정치판이 배워야할 스킬이지만요.

  4. justin 2017.04.22 1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문가는 전문가인가 봅니다! 온고지신 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어요~ 정말 참신합니다! 저도 처음 보는 곳인데 나중에 꼭 들러야겠어요!

    • 보리올 2017.04.27 0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문가? 재개발 방식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옛것을 단지 낡고 누추하다고 쓸어버리는 것은 우리 과거를 부인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게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