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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산행] 이튼 호수

산에 들다 - 밴쿠버

by 보리올 2022. 5. 1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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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산행을 다니면서 그 동안 딱 한 번 다녀온 곳이 바로 이튼 호수(Eaton Lake). 무슨 연유인지 이곳은 산행 대상지로 여겨지는 경우가 드물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무척 가파르고, 호수에 닿을 때까지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발 1,325m 높이에 위치한 이튼 호수까지는 왕복 8km5시간 이상이 걸린다. 등반 고도는 915m. 흔히 산행의 난이도를 출발점에서 목적지까지의 경사도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22.8%에 이른다. 경사도 20%가 넘는 밴쿠버 산행지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니 여긴 경사가 꽤 심하단 의미다. 초승달 모양으로 생겨 한때는 크레슨트 호수(Crescent Lake)라 불리기도 했지만 나중에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산행 기점은 이튼 크릭 포리스트 휴양지(Eaton Creek Forest Recreation Site)에 있다. 호프(Hope) 인근의 실버 스캐짓 로드(Silver Skagit Road)를 타고 로스 호수(Ross Lake)로 향하다가 16km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주차장이다. 임도를 타고 10여 분 오른 다음, 이튼 크릭을 건너 지그재그로 고도를 올렸다. 작은 폭포도 만나고 이튼 크릭도 몇 차례 더 건넜다. 급경사 길을 오르느라 숨이 차면 그 자리에 멈춰 호흡을 가다듬곤 했다. 산사태로 산에서 떨어진 돌더미를 지나면 이튼 호수에 닿는다. 육안으로는 호수가 초승달 모양인지 확인이 어려웠다. 웅장한 산세 아래 맑고 고요한 호수가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호수가 제법 컸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지난 겨울 추위에 언 얼음이 녹지 않고 아직도 수면에 떠있었다.

 

호수로 오르는 도중 쿠거(Cougar)를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평소에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산길에서 만나긴 처음이었다. 쿠거는 보브캣(Bobcat), 스라소니(Lynx)와 더불어 캐나다에 서식하는 세 가지 야생 살쾡이 가운데 하나로, 성체가 되면 길이가 2m가 넘고 몸무게도 60kg에 이른다. 곰과 더불어 사람을 공격하는 야생동물로 알려져 가끔 매스컴을 타기도 한다. 녀석은 급경사 오르막 산길 가운데 편한 자세로 앉아 우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깜짝 놀라 제 자리에 멈추곤 일행을 한 자리에 모았다. 얼마 동안 우리와 노려보기 시합을 벌이더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숲 속으로 천천히 모습을 감췄다. 경황이 없어 카메라를 꺼내 사진 한 장 찍을 여유도 없었다.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이라 불리는 쿠거를 실제 만나니 암사자 같기도, 푸마(Puma) 같기도 했다.

 

트레일 기점에 세워진 이정표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튼 크릭을 따라 고도를 올리며 나무 다리 몇 개를 건너기도 했다.

 

양치식물에 속하는 고사리과의 식물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튼 호수에 도착해 푸른 호수와 주변 산세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전투 장면을 형상화한 플라스틱 인형을 호수 앞 바위에 전시해 놓았다.

 

아쉽게도 쿠거 사진을 찍지 못해 어느 웹사이트 (saskschoolsinfo.com)에 있는 사진을 캡처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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