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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오밍 ① ; 데블스 타워

여행을 떠나다 - 미국

by 보리올 2013. 6.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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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다코타에서 와이오밍으로 주 경계선을 막 넘어와 보어 버펄로 점프(Vore Buffalo Jump)라는 곳을 방문했다. 예전에 북미 인디언들이 벼랑으로 버펄로를 유인해 떨어뜨려 잡았던 곳이다.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연례 행사였다. 우리 도착이 늦었던지 문은 열려 있는데 돈 받는 사람은 없었다. 벼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집사람은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 과연 버펄로가 죽을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뒤따라 떨어지는 버펄로로부터 연속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으면 충분히 압사당할 것으로 보였다. 밑으로 걸어 내려가 버펄로 잔해를 발굴하고 있는 현장도 둘러 보았다.

 

 

 

선댄스(Sundance)에서 90번 하이웨이를 빠져 나와 데블스 타워(Devel’s Tower)로 방향을 잡았다. ‘악마의 탑이란 이름을 가진 바위 아래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었다. 이 지역도 사우스 다코타의 마운트 러시모어처럼 블랙 힐스 국유림에 속한다. 높이 386m의 원뿔형으로 생긴 데블스 타워는 미국 내에선 유명한 랜드마크로 통한다. 어떤 사람은 이를 자연의 마천루라 부르기도 한다. 황야에 거칠 것 없이 홀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 나에겐 신비롭게 보였다. 어찌 보면 나무를 잘라낸 밑둥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데블스 타워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마그마가 쏟아져 나오다가 땅 속에서 굳은 것이 후에 외곽 지층이 침식되면서 외부로 노출된 것이다. 1906년에 미국 최초의 국가 모뉴멘트(명승지)로 지정을 받았다. 당시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런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미국 역사를 위해 자연으로부터 빌려 왔다. 정말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에서 이곳이 외계인들이 착륙하는 곳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데블스 타워를 누가 처음 올랐을까? 초등은 18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우보이였던 윌리엄 로저스(William Rogers)와 윌라드 리플리(Willard Ripley)가 나무 사다리를 이용해 어려운 구간을 돌파해 초등을 이뤄낸 것이다. 이에 얽힌 뒷이야기가 재미있다. 1893 7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해 그 당시로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데블스 타워 등반을 공언했고, 그 소식을 듣고 1천여 명의 구경꾼이 몰여 들었다. 정상에 서서 성조기를 꺼내 흔드는 이벤트도 준비해 당일 행사를 완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 두 등반가의 부인들은 관중을 상대로 음료과 식사를 팔아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엔 1년에 1,000여 명의 등반가들이 정상에 선다고 한다.    

 

해질녘 멀리서 데블스 타워를 처음 접했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어두워진 시각임에도 타워 바로 밑까지 올라가 타워를 올려 보았다. 외경심이 절로 일었다. 이런 신성한 땅에는 남다른 기운이 있다지 않는가. 그런 기운을 직접 몸으로 받고 싶었다. 그래서 타워 아래 캠핑장에서 홀로 침낭을 깔고 비박을 시도했다. 침낭 밖으로 얼굴만 내놓고 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았다. 곰에게 쫓겨 이 타워 위로 도망친 일곱 소녀가 북두칠성이 되었다는 인디언 전설을 조금 전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일출 시각에 맞춰 데블스 타워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리곤 다시 타워 아래로 다가가 2km에 이르는 타워 트레일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다양한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가 있었다. 타워 아래는 위에서 떨어진 바위들로 너덜지대를 이루고 있었고, 타워는 오각형, 아니면 육각형 모양의 석주들이 외곽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것도 주상절리(柱狀節理)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암벽을 타기 위해 바위로 향하는 젊은이들과 인사도 나누었다. 다람쥐들이 솔방울을 모아 겨울 식량으로 저장하기 위해 땅에 파묻는 모습도 지켜 보았다. 이 녀석들이 파묻은 곳을 잊어버려야 거기서 싹이 튼다. 엄마 나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바로 다람쥐들의 건망증이다. 참으로 절묘한 자연의 궁합이 아닐 수 없다. 북미 인디언들이 여기서 기도를 하고 나무에 오색 천을 걸어놓은 현장도 목격했다. 어쩌면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이곳을 성지로 숭배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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