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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여행을 떠나다 - 중남미

by 보리올 2013. 8. 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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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를 타고 멕시코 시티에서 북동쪽으로 50km 떨어져 있는 테오티우아칸으로 향했다. 어제 북부 터미널에 도착해 확인한 바로는 테오티우아칸으로 가는 버스는 아침 6시에 한 대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 유명한 관광지로 가는 버스가 하루 한 대라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지만 그 젊은이는 분명 그리 이야길 했다. 그래서 새벽부터 서둘러 터미널에 도착해 6시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를 탑승하는데 카운터에서 표를 팔던 친구가 나오더니 운전기사에게 나를 가르키며 뭐라 당부를 한다. 이 버스는 완행이라 여러 곳을 들려 왔고 나 때문에 일부러 게이트까지 들어온 것 같았다. 덕분에 테오티우아칸 1번 게이트 바로 앞에 내렸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엄청난 일출이 시작되었다. 높지 않은 아담한 산들이 펼쳐졌고 그 뒤로 붉게 물든 구름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국제 미아가 되기 쉽상일 터. 차 안에서 몇 장 찍는 것에 만족했다. 게이트 앞에 내렸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30여 분 밖에서 기다리며 선인장을 둘러보고, 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첫 손님으로 테오티우아칸에 입장을 했다. 나같은 구경꾼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공원 관리인들만 빗자루를 들고 길을 쓸거나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혼자서 전세낸 듯 여유롭게 유적을 돌아볼 수 있었다. 

 

 

멕시코엔 아직도 테오티우아칸과 마야, 아즈텍 문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테오티우아칸 유적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해 거의 원형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것은 누가 지었는지, 언제 지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같은 유적이다.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8세기까지 존속했던 것으로 보고 있고, 기원 원년부터 500년간 문명의 절정기를 구가했을 것으로 전해진다. 그 당시에 인구 12만 명이 넘게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문명을 만든 사람들은 이 신들의 도시를 남겨 놓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이 유적을 발견한 아즈텍 사람들이 테오티우아칸이라 부르고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 이 유적지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남쪽 끝단에 있는 케찰코아틀 신전(Templo de Quetzalcoatl)으로 향했다. 지금은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지만, 테오티우아칸 유적이 아직 반도 복원되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신전이 중심에 위치했을 수도 있다. 넓은 초원에 외곽 담장을 만들어 놓았고 그 안에 작은 피라미드가 몇 개 세워져 있었다. 담장이나 피라미드를 쌓은 돌과 돌 사이엔 회반죽에 작은 돌맹이를 넣었다. 이런 공법을 썼기에 오랜 세월 지진에도 끄떡이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사람 손에 의존했으니 엄청난 공이 들었을 것은 자명한 일. 신전 여기저기에서 케찰코아틀이라 부르던 깃털 달린 뱀신과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했던 비의 신, 틀랄록(Tlaloc)의 조각을 볼 수 있었다. 이 뱀신을 마야인들은 쿠쿨칸이라 달리 불렀다. 여기서도 그 유명한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가 멀리 보인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하늘로 날아오른 열기구가 피라미드 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높이 71.2m에 이르는 크기를 가졌다. 난 피라미드 하면 이집트를 먼저 떠올렸는데 이집트에는 약 80여 개의 피라미드가 있는 반면, 멕시코에는 10만 개나 되는 피라미드가 있다니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보다 더 큰 피라미드 역시 멕시코에 있다니 놀랄만 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248개 계단을 걸어 꼭대기로 오를 수 있다. 계단이 상당히 급경사라 난간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지역 자체의 고도가 높은 편이라 꽤나 숨이 찼다. 한데 하필이면 내가 갔을 때 마지막 계단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 피라미드를 한 바퀴 돌아 보았다.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올 즈음에야 원주민 장사꾼들과 관광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로 이어지는 사자의 길을 걸었다. 이 길은 인신 공양을 위해 포로들을 끌고 갔던 길인데, 달의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길게 뻗은 중앙대로를 말한다. 12km 길이 중에 4km만 복원이 되었다 한다. 길 양 옆으로 수 십 개의 작은 피라미드들이 늘어서 있어 종교적인 엄숙함이 깃든 곳이었다. 이 사자의 길은 요즘 장신구나 기념품을 팔려는 상인들이 들끓는 곳으로 변해 있었다. 체험 학습을 나온 한 무리 초등학생들이 내 옆을 지나갔고, 달의 광장에 있는 피라미드에는 고등학생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보더니 어디서 왔는냐 묻는다. 한국 사람이란 말을 듣자, 갑자기 몇 녀석이 피라미드 위에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환호에 나도 손을 흔들어 화답해 주었다.

 

 

 

 

달의 피라미드는 보존을 이유로 중간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다. 여기도 엄청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어떤 사람은 아예 엉금엉금 기어 오른다.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테오티우아칸 전체를 조망하기엔 위치가 더 좋았다. 달의 광장에서 똑바로 이어진 사자의 길, 그리고 태양의 피라미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돌 위에 다리를 뻗고 가만히 앉아 꽤 오랜 시간을 명상하듯 시간을 죽였다. 이렇게 세월을 머금은 피라미드에 올라 검은 돌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폐허로 변한 옛 도시를 내려다 보며 이토록 견고했던 도시가 왜 갑자기 멸망했을까 궁금해진다. 가뭄이나 질병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전쟁으로 사라졌을까?

 

 

 

테오티우아칸이 자랑하는 피라미드 몇 군데를 돌아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유적지가 크기도 했지만 강렬한 햇빛이 아마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늘진 곳에서 좀 쉬자고 테오티우아칸 안에 있는 박물관을 찾았다. 시티오(Sitio) 박물관이라 부르는 곳이었다. 밖에는 선인장 가든과 야외 조각 전시장이 있었고, 건물 안에는 여기서 발견된 테오티우아칸의 유적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옛 사람들 모습도 흙으로 빚어 놓았다. 멕시코 시티로 돌아가기 위해 3번 게이트로 나왔다. 여기를 지나는 버스는 무척 많았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토막잠으로 피곤한 몸을 잠시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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