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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 트레킹 - 2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10. 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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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루베시에서의 첫날 밤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무슨 일인지 잠을 자다가 배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깼다. 어제 저녁 무엇을 잘못 먹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크게 잘못될 것은 없었다. 첫날부터 이러면 트레킹이 쉽지 않을텐데 내심 걱정이 되었다.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잠을 청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동이 트는 새벽까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문을 통해서 내다 본 맑은 하늘이 그나마 기분을 진정시킨다. 아직 산자락에는 햇살이 들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배가 아팠던 것도 잠시 잊었다.

 

산속 마을 로지에서 첫날을 보낸 일행들이 잠자리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나도 복통으로 잠을 설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서 짜증보다는 묘한 기대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첫 경험이란 늘 기대로 설레이면서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트레킹 중에 만나는 어려움이나 불편을 최대한 즐기자는 취지로 일행들에게 새삼 당부를 했다.

 

실제로 산길을 걷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샤브루베시에서 라마호텔까지 하루에 해발 고도를 1,000m나 올린다. 아직은 고도가 높지 않아 그리 걱정은 없지만 제법 빠른 템포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이 일정으로 걷는다고 하니 우리만 여유부릴 수는 없는 일. 밤부(Bamboo)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는 꽤나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했다.

 

굉음을 내며 흐르는 랑탕 콜라의 수량이 엄청나다. 콜라(Khola)란 계곡, 계류를 말하는데 상당한 폭을 가진 강도 여기선 콜라라 한다. 그런데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지 이 단어를 들으면 왜 자꾸 코카콜라나 펩시콜라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가끔씩 찾아오는 복통에 신경이 쓰인다. 뜻밖에 복병을 만난 기분이다. 가능하면 천천히 무리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을 했다. 네팔로 오기 전 열흘 동안 매일 술로 살았던 후유증인 모양이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목적지인 라마호텔에 도착을 했다. 라마호텔은 해발 2,470m 높이에 있다. 이 정도 높이에서도 고소증세를 나타내는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 중에는 아직 고소증세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행이다. 좀 이르단 느낌이 들었지만 일행들에게 머리에서 발산되는 체열 손실을 막기 위해 고소모를 쓰라 당부를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시각이 오후 6. 해가 일찍 떨어져 어두워지면 시간을 보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식탁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마당에 의자를 놓고 별 구경까지 마쳐도 두 시간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잠 실컷 자고 싶은 사람은 히말라야를 찾으면 좋다. 저녁이면 잠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 최소 10시간은 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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