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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 트레킹 - 5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10.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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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800m의 걍진곰파에서 보낸 하룻밤이 녹녹치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일까? 다들 약한 고소증세를 보이고 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안영숙 회장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코피도 터지고 아침 먹은 것을 토한다. 바로 약을 복용시키고 출발을 서둘렀다. 고소증세엔 하산이 최고라 하지 않던가. 마침 우리는 라마호텔로 하산해 다른 목적지인 고사인쿤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고산병을 걱정하며 천천히 올라온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내려갔다. 길 가운데 돌무더기로 쌓아올린 마니석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물줄기를 호스로 연결해 마니차를 돌리는 장면도 가끔 눈에 띈다. 마니차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청명한 종소리가 나게끔 설계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르막 길에 비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이리라.

 

한 대장이 포터 한 명과 먼저 내려간 탓에 일행이 단출해졌다. 우리 일행 넷에 가이드, 요리사 그리고 포터 5명으로 줄었다. 운이 좋게도 트레킹 첫날부터 날이 좋았다. 눈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밴쿠버 지인에게 아이젠 사진을 찍어주겠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고사인쿤드를 지나 4,600m 지점에 있는 라우레비나(Laurebina) 패스가 남았으니 그때를 기약하는 수밖에.   

 

해발 고도 3,000m 아래로 내려오니 숲도 나오고 그늘이 생겨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라마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랜만에 온수로 샤워도 했다. 고사인쿤드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오늘같은 날 맥주 한 잔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녁 식사 때는 반주 삼아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한 잔씩 돌았다. 그래야 10~11시간씩 자야하는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말라야에선 시간이 참 늦게 흐른다. 히말라야의 하루는 먹고 걷고 잠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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