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란 이름이 들어가 좀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시모어 산(Mt. Seymour)에 속해 있는 트레일 중 하나다. 독 마운틴(Dog Mountain) 북쪽에 있는 200m 높이의 벼랑을 우리는 자살 절벽이라 부르는데, 왜 지명에 자살이란 용어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이곳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 절벽을 오르는 일이 자살 행위라고 해서 나온 말인지도 확인이 어려웠다. 해발 1,170m 높이의 자살 절벽까지는 왕복 5.4km에 등반고도는 170m 정도 된다. 산행에 보통 두 시간 정도 잡으면 되지만 눈길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겨울철에는 좀더 길게 잡아야 한다. 자살 절벽은 원래 독 마운틴을 갔다가 트레일을 연장해 오르던 곳이었는데, 겨울철에는 이곳을 산행 목적지로 잡기도 한다.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우리 산행지로 선택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산행은 시모어 스키장을 출발해 독 마운틴 트레일을 따라 걷는다. 독 마운틴에 거의 다달았을 즈음, 왼쪽으로 가면 독 마운틴 정상으로 가고 자살 절벽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꺽어야 한다. 트레일은 모두 눈에 가려 사라졌고, 인근에 있던 연못 몇 개도 눈에 덮여 그 위치가 어디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길도 어림짐작으로 내야 했다. 앞에서 러셀을 하며 길을 만들지만 그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살 절벽 정상은 평평한 바위 지대다. 그 위에 서면 시모어 밸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서 시야도 엉망이었고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었다. 모두들 하산을 서둘렀다. 여름이라면 세컨드 호수를 거쳐 마운트 시모어 트레일로 돌아 나오겠지만, 이렇게 눈이 많은 상황에서는 이미 닦아 놓은 트레일로 나오는 것이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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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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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12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Dream Bluffs 나 Hope Bluffs 이런 이름을 붙히면 듣기도 좋을텐데 그죠?

    거제에 게실 때 외계어를 자주 들어보신줄 알았어요...ㅎㅎ
    글에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데 앞으로는 에나가,새촙다,파이다 등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 보리올 2014.03.12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나다 지리원에 개명 신청을 해볼까요? 이름에서 너무 네거티브한 느낌이 난다는 국제적(?) 여론이 있었다고 말이죠. 제가 솔직히 사투리를 잘 모릅니다. 거제에 몇 년 근무했어도 '억수로' 외에는 기억에 없습니다. 여기서나마 그런 사투리를 가끔이라도 들으니 반갑네요. 일부러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2. 해인 2014.03.21 0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살이라니.. 작명 센스가 참 살벌하네요. 아마도 자살 절벽이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이 그 당시에 힘든 일들을 겪고 있었나봐요...

    • 보리올 2014.03.21 0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름이 좀 살벌하기는 하지. 그렇게 작명한 무슨 까닭이 있을텐데 전혀 알 길이 없구나. '희망 절벽'으로 개명하자고 청원 운동이나 한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