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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디아 국립공원 (1)

여행을 떠나다 - 미국

by 보리올 2012. 10. 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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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여름을 났다. 가을도 그렇게 지나가리라 짐작을 했는데, 집사람이 갑자기 퀘벡(Quebec) 단풍을 보고 싶다고 한다. 마침 10월 초에 추수감사절이 끼어 3일 연휴가 생겼고, 거기에 휴가 하루를 보태 단풍놀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퀘벡으로 가는 길에 미국 메인(Maine) 주에 있는 아카디아(Acadia) 국립공원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조금 돌긴 하지만 시간이나 거리상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 저녁 늦게 노바 스코샤(Nova Scotia)를 출발, 뉴 브런스윅(New Brunswick)을 경유해 미국 국경을 넘었다.

 

미국으로 들어가는 국경 통과는 늘 긴장이 된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공연히 주눅이 드는 것은 왜일까? 차에서 내려 지문과 사진을 찍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지난 9월에 메인 주 포틀랜드를 다녀온 스탬프가 아직 유효하다고 그냥 가란다. 이리 고마울 데가 있나. 근데 이 야밤에 어딜 가냐고 묻는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에 단풍 보러 가는 길인데, 일출 시각에 맞춰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데?”하고 묻기에 날씨야 하늘에 맡긴다 했더니 빙긋 웃으며 즐거운 여행하란다. 국경 통과가 그리 까다롭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미 동부지역에선 꽤나 유명한 곳이다. 마운트 데저트 섬(Mt. Desert Island)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공원은 노바 스코샤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을이면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워낙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관광객을 실은 버스 행렬도 끝이 없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악 지형의 완만한 굴곡도 아름다운 편이지만, 그 외에 해안 절벽이나 해변, 숲까지 더해진 다양한 모습에 후한 점수를 받는 듯 했다. 그리 웅장하지는 않지만 한 마디로 아기자기하다고나 할까.   

 

2012 10 5일 아침 일찍,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밤새 비가 온 탓에 캐딜락(Cadillac) 산에 올라 미국에서 가장 먼저 뜬다는 일출을 보려던 계획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그 때문에 밤샘 운전도 감수했는데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름이 잔뜩 끼긴 했지만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것. 방문자 센터에 들러 국립공원 패스를 끊었다. 1주일 유효한 패스는 20불이지만 큰 맘 먹고 1년간 유효한 연간 패스(Annual Pass) 80불에 구입했다. 본전이나 뽑을 수 있을까 약간은 회의적인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메인의 화려한 단풍이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좀 이른 것인지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추수감사절이면 피크 시즌이라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 예상했건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만 것이다. 어느 누굴 탓하겠는가. 내가 쌓은 덕이 그 정도에 불과하거늘. 공원을 한 바퀴 도는 27마일짜리 순환 도로(Park Loop Road)를 따라 공원 내 명소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첫 방문지는 샌드 비치(Sand Beach). 아주 평범한 해변이었는데 의외로 찾는 사람은 많았다. 관광버스에서 무더기로 내린 사람들로 붐볐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공원이라서 이런 모래사장이 오히려 희귀한 모양이다. 파도가 치면 바위 틈에서 천둥소리를 낸다는 썬더 홀(Thunder Hole)도 그다지 관심을 끌진 못했다. 단풍이 시들해서 그런지, 흐린 날씨 탓인지 우리의 기분도 가라앉았고 딱히 시선을 끄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와일드우드 스테이블스(Wildwood Stables)에서는 좀 달랐다. 스테이블을 우리 말로 하면 뭐라고 해야 하나? 마굿간 아니면 말목장? 하여간 여기서 마차를 빌려 타고 한 가족이 숲으로 난 마찻길을 달리는 모습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우리도 한 번 타볼까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실제로 시도는 하지 못했다. 이런 목가적인 풍경에 마음을 뺏기는 것을 보면 난 틀림없이 촌사람인 모양이다.

 

 

 

고풍스런 석조 가옥, 게이트 하우스(Gate House)를 둘러보고 그 주변을 지나는 캐리지 로드(Carrage Road)를 좀 걸었다. 공원 안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캐리지 로드는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 제격이었다. 조던 폰드(Jordan Pond)로 자리를 옮겼다. 아카디아 국립공원 심장부쯤 되는 곳이었다. 산과 호수,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여긴 호수와 연못의 용어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 곳이기도 했다. 이건 아무래도 연못이라기보다는 커다란 호수였다. 그 둘레만 5.8km에 이른다는데 굳이 폰드란 말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조던 폰드 옆에 자리잡은 조던 폰드 하우스 때문에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들이 붐볐다. 우리도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운좋게 주차를 했다. 이 집은 1870년대부터 손님을 맞기 시작한 식당인데, 과거 태프트(W. Taft) 대통령 외에도 록펠러, 카네기, 포드 가문의 사람들이 자주 다녀갔다는 역사가 서린 건물이었다. 유명세 때문인지 야외에도, 실내에도 손님들로 붐볐다. 이곳에선 팝오버(Popover)란 공갈빵에 홍차(실론차)를 곁들이는 게 유명하다고 해서, 우리도 실내에 자리를 잡고 팝오버와 차를 시켰다. 막 구워져 나온 따끈한 팝오버 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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