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블랴나(Ljubljana)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크란(Kranj)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엔 없던 도시였지만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아 잠시 쉬어갈 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크란은 인구 37,000명으로 슬로베니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라 했다. 지류인 코크라(Kokra) 강이 사바(Sava) 강으로 합류되는 지점 그 사이에 올드타운이 형성되어 있었다. 올드타운 양쪽으론 푹 꺼진 계곡이 자리잡고 있어 꼭 언덕배기에 세워진 도시같았다. 올드타운은 잘 보존된 중세도시라는 인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크란이 19세기 슬로베니아 문학을 대표했던 시인 프란체 프레셰렌(France Prešeren)의 생가가 있는 곳이라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그는 좀 더 북쪽에 있는 브르바(Vrba)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마 그가 죽기 전에 크란에서 3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며 살았고, 1849년 사망하여 크란에 묻힌 것을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레셰렌은 현재 슬로베니아의 국민영웅으로 여겨진다. 그의 시 <축배>는 슬로베니아의 국가가 되었고, 그의 사망일 28일은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슬로베니아의 2유로 동전에도 그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올드타운으로 걸어갔다. 초입부터 고색창연한 모습을 지닌 건물들이 나타나 도시 전체가 아름답게 다가왔다. 곧 올드타운의 메인 광장에 닿았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라 한 눈에 주변 정경이 들어온다. 기념탑이 세워진 분수대 앞에 사람 몇 명이 의자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소박한 공간에 한가로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건물들은 외관에 다양한 색상과 장식을 더해 고풍스러움을 줬다. 올드타운 중앙에 위치한 성 칸티누스 교회(St. Cantinus Church)도 지났다. 14세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교회였지만 문이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가진 못 했다. 교회 옆으론 프레셰렌 극장(Prešeren Theatre)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앞을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프레셰렌 동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올드타운 끝에는 외관을 하얗게 칠한 타워와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16세기에 지어진 타워는 마을 방어용으로 썼다는데 지금은 카페와 어린이 놀이터로 쓰이고 있었다.

 

 

올드타운 양쪽은 강이 흐르는 계곡이라 강 건너편 풍경을 바라보기 좋았다.

 

올드타운 초입에 있는 공립 도서관

 

건물 외관을 다양한 색깔로 칠해 마을에 생동감을 주었다.

 

 

다른 도시에 비해 그 규모가 크지 않았던 올드타운의 메인 광장

 

 

 

고딕 양식의 웅장함을 한껏 뽐내는 성 칸티누스 교회

 

 

크란에는 프레셰렌의 과거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여기는 프레셰렌 극장과 그 앞에 세워진 그의 동상.

 

 

 

 

 

 

 

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를 따라 아름다운 마을을 눈에 담으며 올드타운 끝에 있는 타워까지 걸어갔다.

 

 

 

뒷골목으로 들어서 눈에 띄는 정겨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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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묭수니 2019.11.30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물들이 알록달록 예쁜 곳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보리올 2019.11.30 2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란을 관통하는 도로를 달리다가 잠시 들른 곳인데 올드타운이 꽤 아름다워 마음이 흡족했었죠. 유럽엔 이런 도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 한러커플 2019.12.01 0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진짜 예술이네요.. 한국에서는 저런거 볼수없죠 ㅠㅠㅠ

    • 보리올 2019.12.01 2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운 댓글이네요. 우리는 재개발한다고 옛것을 몽땅 부수고 콘크리트로 건물을 새로 짓는 개념이라 이런 낭만적인 곳을 갖기가 어렵죠.

  3. 토요미대장1 2019.12.01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레드 호수 외에도 예쁜 것들이 참 많군요~

    • 보리올 2019.12.01 2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슬로베니아의 시골 마을도 좋은 곳이 많을텐데 시간 제약 때문에 가보지를 못 했습니다. 그나마 크란을 들른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4. 해인 2020.01.07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포스트를 보기전까진 이런 곳이 있었는지도 몰랐어요! 아직 저희는 루블랴냐에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운전하다가 쉴 겸 들려봐야겠어요! 도시가 참 예뻐요~

    • 보리올 2020.01.07 21: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란은 그리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란다. 류블랴나에서 블레드 호수 가는 길에 있으니 잠시 들러서 커피 한잔 하렴. 류블랴나는 가능하면 들르도록 하고.

 

블레드 성에서 나와 호수 한 켠에 자리잡은 블레드 섬(Bled Island)을 가기 위해 차를 몰았지만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거리가 꽤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블레드 호수까지 10분 정도를 걸어야했다. 율리안 알프스 산자락에 파묻혀 있는 블레드 호수는 해발 475m의 높이에 길이 2.1km, 1.4km 크기를 가진 호수로 그 특유의 비취빛 물색깔로 유명하다. 호수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주변 산자락과 어우러진 풍경도 뛰어나지만, 그 안에 그림 같은 블레드 섬이 있고 호숫가 바위 절벽엔 블레드 성이 자리잡고 있어 더 유명해졌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여길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 호젓함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7km 트레일을 걷거나 뒷산에 올라 호수 전체를 조망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으나 오래 걷는 게 불편한 동행이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블레드 섬으로 가려면 플레트나(Pletna)라는 나무로 만든 나룻배를 타야 한다. 선미에서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이 배는 1590년부터 운행을 했다고 한다. 한 사람에 15유로를 받는데 인원이 찰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블레드 섬에는 종탑이 높이 솟은 성당이 하나 있다. 멀리서 보면 무척 운치가 있어 보였다. 플레트나가 섬으로 다가갈수록 가슴은 점점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사공이 40분 시간을 줬다. 하지만 섬에는 의외로 볼 것이 없었다. 배에서 내려 바로 99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조그만 카페와 성당이 전부였다. 성당은 입장료를 따로 내라고 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성당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그런지 끊임없이 종이 울렸다. 섬을 돌며 시간을 보냈다. 여기선 좀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진으로 접했던 블레드 호수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여행은 환상을 깨는 일이라 했는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그 유명한 블레드 호숫가에 도착해 아름다운 호수를 처음으로 접했다.

 

 

 

호숫가 풍경을 눈에 담으며 여유롭게 플레트나 탑승장으로 걸어갔다.

 

 

 

 

플레트나에 올라 블레드 호수를 건너 블레드 섬으로 다가서고 있다.

 

 

블레드 섬에 있는 선착장엔 손님들이 되돌아오길 기다리는 플레트나로 가득했다.

 

블레드 섬은 신혼부부의 예식장소로 유명한데,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계단을 오르면 행복하게 산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블레드 섬의 꼭대기에 세워진 성당은 그 입지 덕분에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블레드 섬을 도는 오솔길을 걸으며 호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블레드 섬을 벗어나 블레드에 있는 플레트나 선착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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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autiful box Korea 2019.11.22 2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눈으로 슬로베니아 여행 잘 했어요!^^

  2. justin 2019.12.18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트를 따로 빌려서 노를 저으면서 유유자적 블레드 호수와 그 주위 경관을 보고 느끼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9.12.18 1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굳이 플레트나를 타지 않고 카누를 빌려서 호수를 한 바퀴 돌거나 블레드 섬을 찾는 사람들도 있더라. 우리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 보였지.

 

오스트리아를 지나쳐 바로 슬로베니아로 들어섰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쉥겐조약에 가입한 국가라 국경을 넘는다는 느낌도 없이 통과해 버렸다. 블레드 호수(Lake Bled)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에머랄드 호수 색깔에 블레드 성과 블레드 섬이 포진하고 있는 블레드 호수에 닿았다. 이 호수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 중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꽤 많았다. 천천히 호숫가를 드라이브하며 지형을 익힌 다음에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작고 아름다운 블레드 성부터 찾았다. 호숫가에 139m 높이로 솟은 바위 절벽 위에 요새처럼 지어놓은 중세 시대의 성이 우릴 맞았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하인리히 2(Heinrich II)가 브릭센(Brixen)의 주교를 위해 로마네스크 양식의 타워를 지었고 그 뒤 브릭센 주교에 의해 1011년 성이 완공되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내려 경사길을 좀 걸어올라야 했다. 입장료로 1인당 11유로씩 받는다. 볼거리에 비해 좀 비싸단 느낌이 들었지만 성에 올라 블레드 호수와 율리안 알프스(Julian Alps)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대하곤 입장료가 아깝진 않았다.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몇 군데 있었다. 조그만 박물관도 하나 있어 과거에 사용했던 가구나 생활용품, 도자기, 금속제품, 화석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예배당과 레스토랑, 인쇄소, 기념품가게, 와인셀러 등이 있었으나 특별히 시선을 끄는 것은 많지 않았다. 와인셀러 앞에 꽤 큰 와인병 세 개가 모두 목이 잘려있는 것은 관심을 끌었다. 성벽을 따라 망루까지 오른 후에 아래로 내려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맥주 한 잔하면서 주변 풍경을 맘껏 눈에 담았다. 청순한 느낌을 주는 호수는 오래 지켜보아도 질리지가 않았다.

 

 

 

 

주차장에서 경사길을 걸어 블레드 성으로 들어섰다.

 

 

 

 

우물 옆에는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카페가 있어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중세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품들이 놓여있던 박물관

 

박물관 창문을 통해 눈에 들어온 풍경

 

성벽을 따라 조성된 망루에 오르면 블레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와인셀러 입구엔 목이 잘린 와인병을 전시하고 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선 주빈이 칼로 와인병을 잘라 축제 시작을 알리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블레드 성은 1961년 최종 복구가 되었음에도 외관은 무척 고풍스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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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9.11.21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년에 저도 방문 예정인 블레드 호수!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에 매료되서 구글 네이버 한 참 뒤져봤었더랬죠.. 😂 오늘도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제 스타일의 블레드도 내년에 공유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9.11.21 1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호, 내년에 슬로베니아를 간다고? 크로아티아를 가면서 두루 들릴 예정이구나. 이 블로그가 훌륭한 지침서가 되길 빈다.

  2. justin 2019.11.22 2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벽 위에 성을 짓는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았을텐데...성을 지은 노동자들이 참 고생했겠어요. 그 덕을 후손들이 누리고 있네요~

    • 보리올 2019.11.30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수에서 보면 성이 절벽 위에 위치하지만 그 뒤쪽으로 접근로가 있어 자재 운반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쉽지 않은 공사였겠지.

 

산을 좋아하는 탓에 독일 최고봉 추크슈피체(Zugspitze, 2962m)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추크슈피체의 존재를 모르진 않았지만 독일 최고봉이란 정도로 일부러 오기는 쉽지 않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자리잡은 추크슈피체는 히틀러가 독일을 통치하던 시절인 1936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날씨부터 확인했더니 하늘에 구름이 많긴 했지만 주변 산들이 모두 보이기에 추크슈피체로 차를 몰았다. 정상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그 비용이 엄청 비쌌다. 1인당 58유로라니 몽블랑에 있는 에귀디미디로 오르는 것보다도 비쌌다. 추크슈피체 정상부가 구름에 가려 있는 것도 티켓 구입에 망설임을 주었다. 상황 판단이 쉽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구름이 걷히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꽤 많은 사람을 실은 케이블카는 단숨에 고도 2,000m를 올려 추크슈피체 정상에 닿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운이 따르진 않았다. 정상부가 구름 속에 잠겨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라운지와 전망대를 돌며 속히 구름이 걷혀 파란 하늘과 파노라마 풍경이 나타나기를 고대했지만 구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 속에서 빗방물까지 돋기 시작하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갔는지 추위가 대단했다. 구름 사이로 황금십자가가 세워진 정상이 어슴프레 보여 간신히 사진에 담았다. 날씨가 나쁜데도 케이블카는 연신 사람들은 쏟아낸다. 브라트 부르스트를 시켜 먹으며 두 시간을 버틴 끝에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라 싶어 하산하기로 했다. 케이블카로 다시 내려왔다. 섭섭한 마음을 아입 호수(Eibsee)에서 풀었다.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옆에 있는 아입 호수는 해발 973m에 있는 호수로 맑고 깨끗하기 짝이 없었다. 호수를 에워싼 나뭇가지에 단풍이 들어 가을 냄새도 물씬 풍겼다.

 

 

 

케이블카로 추크슈피체를 오르는 도중에 장쾌한 산악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추크슈피체에 세워진 라운지와 전망대가 구름에 가려 모든 것이 흐릿했다.

추크슈피체 정상에 황금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날씨가 춥고 궂은데도 라운지 밖에선 소시지를 구워 파는 가게가 성업 중이었다.

 

 

라운지 안에 있는 카페엔 맛있게 드세요란 한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에 있는 아입 호수 주변엔 붉고 노랗게 변한 단풍이 눈에 띄었다.

 

 

 

수려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맑은 호수가 자리잡고 있어 아름다운 산악 풍경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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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묭수니 2019.11.14 2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셔널 지오그레픽을 보는것 같아요.!!감동!!
    산에서도 먹음직 스러운 소세지를 볼수있다니 독일임을 실감하게 하네요^^

    • 보리올 2019.11.14 2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붕 띄워주시면 제가 나중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작가인양 시건방을 떨지도 모릅니다. 격려의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2. 해인 2019.11.15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시간을 기다렸는데도 구름이 걷히지 않아서 섭섭한 마음안고 내려오신거 너무 공감x100합니다. 여행은 날씨가 다 한다 라는 말 요즘에 많이 돌던데.. 흐린 여행도 나름 운치가 있지만 독일의 최고봉에서는 날씨가 맑았으면 더 더 더 좋았겠네요.

  3. justin 2019.11.21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자와 다시 오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럽은 산 정상까지 과감하게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관광을 시켜주는게 신기합니다~ 선진국이라 환경 보호를 철저히 할 줄 알았습니다.

    • 보리올 2019.11.21 1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 손자 데리고 저길 갈까 싶다. 유럽은 오래 전부터 이런 시설을 산에 설치해 놓아 지금은 되돌리기가 어려울 게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생기기 전이라 뭐라 탓하기는 좀 어렵지.

 

함부르크에서 ICE 고속 열차를 타고 뮌헨(München)으로 내려갔다. 30년 전에 경험했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의 낭만을 아내와 막내딸에게도 소개한다는 마음이었다. 옥토버페스트는 9월 말에 시작해 10월 초까지 16일에서 18일 동안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다. 올해는 921일에 시작해 106일에 끝났다. 매년 날짜가 조금씩 바뀐다. 이 기간에 전세계에서 6백 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온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요즘엔 세계 각국에서 이 옥포버페스트를 흉내내서 또 다른 옥토버페스트를 연다. 기차에서 내린 뮌헨역은 엄청난 인파로 붐볐고, 뮌헨 시내 어디서나 옥토버페스트의 열기가 느껴졌다. 렌터카를 인수해 행사장으로 차를 몰았다. 행사장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길이 막히고 주차장을 찾는다고 빙빙 도느라 시간만 허비했다. 행사장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행사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처음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행사장 입구를 찾아 안으로 들어섰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찾았지만 옥토버페스트는 예전과 같은 낭만을 느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 외에는 구경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과장일까. 이름깨나 있는 빅텐트는 사전 예약이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스몰텐트로 가서 입장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더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젖는다. 어느 곳이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텐트 입장을 포기하고 큰길을 따라 걸으며 옥토버페스트 분위기나 맛보는 것이 전부였다. 길거리에서 커리 부르스트와 브라트 부르스트를 먹은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았다. 술에 취한 젊은이들 사이에 주먹질이 오가는 상황이 되자 금방 경찰이 달려왔다. 다시는 올 곳이 아니구나 싶어 오래 머물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행사장 밖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손님들은 행사장의 무질서와 혼잡을 피해 나온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행사장에서 마시려 했던 맥주도 여기서 마셨다. 1리터 잔으로 기분을 내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해서 파인트 한 잔으로 만족해야 했다. 맥주는 역시 뮌헨 맥주가 맛있었다. 이렇게라도 한 잔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옥토버페스트에 대한 미련이 남아 대낮에 뮌헨 시내에 있는 뢰벤브로이켈러(Löwenbräukeller)를 찾아갔다. 뮌헨 여행을 시원한 뢰벤브로이 맥주로 마감하기 위함이었다. 대낮이라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뢰벤브로이에서 직접 만든 맥주에 비엔나 슈니첼, 커리 부르스트를 시켜 안주로 했다. 이제 뮌헨을 뜬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격의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테이블에 올라 밴드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지는 못 했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행사장 입구를 들어서면 옥토버페스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대관람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옥토버페스트 행사장에서 맥주 한 잔 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엄청난 인파에 파묻혀 제대로 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앙대로 양쪽에 자리잡은 기념품 가게나 소세지를 파는 가게도 넘치는 인파에 성업 중이었다.

 

 

 

 

 

 

호프브로이, 뢰벤브로이, 아우구스티너 등 옥토버페스트에 참여하는 14개 빅텐트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기회조차 없었다.

 

뮌헨 시내에서 만난 뢰벤브로이 맥주 공장

 

 

 

 

 

뢰벤브로이켈러에서 호젓하게 뮌헨 맥주를 맛보는 시간을 따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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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9.11.15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세계의 취객들이 모인다는 그 옥토버페스트! 한창 축제 막바지에 다녀오셔서 난장판이었나봐요! 저는 그나마 뮌헨친구가 있어서 예약은 못했지만 텐트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운이 꽤 좋은 편이죠 😁 다음에 (내년에) 가게 된다면 꼭 김서방과 전통의상을 입고 다녀오고 싶습니다! 👌🏻

    • 보리올 2019.11.15 0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엔 사람들로 흥청이는 곳에서 재미도 찾았다만 지금은 이런 난장판이 별로더구나. 과거의 낭만이 모두 깨져버렸다. 그래도 평생 한 번은 가봐야할 곳이 아닌가 싶다.

  2. 시윤맘 2019.11.15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얼마전 할로윈에 이태원에 갔다가 각종 분장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 무리에 흡수되지 못하고 조용한 거리로 빠져나온 경험이 있어요. 옥토버페스트에 나름 환상을 가지고 있는 저였는데 아버님 포스팅을 보니 조금은 김이새는데요?😭 하지만 꼭 옥토버페스토가 아니어도 독일에서 마시는 맥주는 정말 맛있을거 같아요😀

    • 보리올 2019.11.15 1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제 옥토버페스트는 엄청난 상업적 이벤트가 되어 버려 낭만이 없더구나.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평생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독일엔 무척 다양한 맥주가 있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이지. 맛있는 맥주를 찾아다니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

  3. justin 2019.11.15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 때는 아저씨들께서 그렇게 맛있게 드시던 맥주와 소시지 콤보가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때 먹은 소시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컸으니까 맥주도 같이 먹어봐야겠군요!

    • 보리올 2019.11.15 1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아들에게 맥주는 안 주고 소시지만 줬던 모양이구나. 한 모금 하고 싶다고 하지 그랬냐. 독일에선 맥주를 물 대신 마신다고 하잖아.

  4. 지인 2019.12.01 0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꿈의 축제였는데 역시나...이젠 저렇게 사람 많은곳 가기가 두려워져요ㅋㅋㅋ여행은 좋고 관광지도 너무 좋지만요 ^0^ 그래도 아빠와 한잔했던 뢰벤브로이맥주는 잊지못할거에오 ❤️

    • 보리올 2019.12.01 2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축제라는 것이 원래 시끌법적한 특징이 있다만 저런 난장판은 나도 별로더구나. 경치가 좋고 한적한 곳에서 징니와 맥주 한 잔 하는 게 훨씬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