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은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태평양 철도회사(CPR) 덕택에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도 부설을 위한 측량에 이어 1885년 이곳을 지나는 철도가 놓이자, 이 지역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드러나게 되었고 그에 부응해 캐나다 정부는 188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캐나다 최초 국립공원인 밴프 국립공원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이 되는 영예도 얻었다. 1906년 캐나다 산악회(Alpine Club of Canada; ACC)가 결성되어 그 기념으로 첫 캠프를 연 곳도 요호 호수였다. 면적은 1,310㎢로 밴프나 재스퍼 국립공원에 비해 규모는 엄청 작지만 산세나 풍경의 빼어남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 크기면 우리 나라 지리산 국립공원의 세 배가 넘기 때문에 규모가 작다고 할 수는 없다.

 

캐나다 로키에서도 요호 국립공원은 고대 해양동물의 화석이 발견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험준한 산악 지형에 해양동물의 화석이 발견된다니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는 로키가 있는 이 지역이 바다였고, 대륙판 충돌에 의해 바다였던 지형이 땅 위로 솟아올라 이런 산세를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솟아오른 땅 속에 묻혔던 해양동물이 화석으로 변해 출토가 되고 있는 것이다. 5억 년 전인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해양동물 120여 종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왑타 산(Wapta Mountain)과 필드 산(Mt. Field) 사이의 서쪽 사면을 버지스 혈암(Burgess Shale) 지구라 부르는 화석발굴지인데, 우리가 하이킹하면서 그곳을 지나치는 관계로 더 의미가 있었다.

 

왑타 하이라인(Wapta Highline)은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을 말한다. 호숫가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쉬운 트레일도 있지만, 이 왑타 하이라인은 호수를 싸고 있는 산들을 연결해 그 사면을 트래버스하거나 능선을 따라 걷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다. 에메랄드 호수는 사시사철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이 코스는 산사람이 아니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호젓하기 짝이 없다. 또한 호숫가에서 보던 경치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어 다리품을 팔만한 가치도 있다. 산행은 에메랄드 호수 주차장에서 출발해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전체 거리는 20km에 이른다. 이 트레일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버지스 패스로 해발 2,195m.

 

트레일을 걸으며 주변 풍광을 살피기 좋아 예상보다 지체하는 경우가 많다. 부채꼴 모양의 선상지를 가로지르고, 요호 패스를 지나 요호 호수에도 들렀다. 캐나다 산악회가 첫 캠프를 열었다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요호 패스로 돌아와 왑타 산 절벽 아래를 걷는다. 오른쪽으로 에메랄드 호수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 즉 프레지던트 연봉과 마이클 봉, 버지스 혈암 지구를 품고 있는 왑타 산과 필드 산이 그 위용을 뽐낸다. 그래도 압권은 버지스 산(Mt. Burgess, 2599m)의 육중한 산세가 아닐까 싶다.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화석발굴지를 지나 버지스 패스에 오르면 장엄한 산악 풍경이 우릴 맞는다. 여기서부터 에메랄드 호수까지는 지루한 내리막이었다. 에메랄드 호수에 면한 로지에서 산행을 마감했다.

 

요호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에메랄드 호수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에메랄드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요호 패스로 오르기 시작한다.

 

요호 패스로 오르며 뒤를 돌아보면 에메랄드 호수가 조그맣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왑타 하이라인에서 좀 벗어나 있는 요호 호수는 해발 1,814m에 위치한다.

 

요호 패스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왑타 하이라인으로 들어섰다.

 

주변 산세와 에메랄드 호수를 감상하며 왑타 산 아래를 트래버스하고 있다.

 

요호 국립공원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버지스 혈암 지구를 지나고 있다. 발굴장 출입도 제한하지만 화석 채취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왑타 하이라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버지스 패스

 

버지스 패스에 서면 산너머 1번 하이웨이가 지나는 지역도 한 눈에 들어온다.

 

비취색 물빛을 자랑하는 에메랄드 호수에 닿으면 산행이 모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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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kchoi 2021.12.27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경치 사진 너무 멋지네요 ~ 잘 구경하고 가요^^

  2. 익명 2021.12.27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밴쿠버로 돌아가는 날이다. 97번 하이웨이를 타고 오카나간 밸리 남단에 위치한 오소유스(Osoyoos)로 남하하다가 올리버(Oliver)에 있는 버로우잉 아울 와이너리(Burrowing Owl Winery)에 잠시 들렀다. 건물 외관은 괜찮아 보였으나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아 안으로 들어설 수도, 와인 시음도 할 수가 없었다. 와이너리 시설과 포도밭을 대충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3번 하이웨이로 갈아타고 오소유스 도심을 지나 잉카밉 셀러스 와이너리(NK Mip Cellars Winery)를 찾았다. 15년 전에 왔을 때는 와이너리와 포도밭, 사막문화센터(Desert Culture Centre)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에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 옛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오소유스 원주민 부족이 소유, 운영하는 곳이라 응원을 했던 곳인데, 이제는 사업이 커져 너무 번잡했다. 사람도 많아 와인 시음은 하지 않고 와이너리만 둘러보았다. 오소유스 호숫가에 있는 공원 잔디밭에 앉아 테이크아웃으로 사온 음식과 맥주로 점심을 해결했다. 호수를 바라보며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았다. 이렇게 여행을 마무리하곤 3번 하이웨이를 달려 밴쿠버로 돌아왔다.

 

올리버에 있는 버로우잉 아울 와이너리에 들렀지만 와인 시음을 하지 못 하고 돌아나왔다.

 

좋은 인상을 가졌던 잉카밉 셀러스 와이너리는 너무 크고 호화롭게 변해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다.

 

잉카밉 셀러스 와이너리 외곽 지역은 인디언 보호구에 속해 아직도 황량한 풍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잉카밉의 사막문화센터는 팬데믹으로 문을 닫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오소유스 호숫가에 있는 공원에 자라를 잡고 모처럼 피크닉을 즐겼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에 산불 영향으로 약간 뿌연 하늘이 나타났다.

 

오카나간 밸리를 벗어나자 다시 하늘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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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간다고 해서 그 뒤를 따라 오카나간 호수로 나갔다. 전에 보았던 것과 비슷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지만 한적하고 깨끗한 분위기가 난 마음에 들었다. 급할 것이 없는 여유로움 또한 좋았다. 두 번째 와이너리 투어에 나섰다. 웨스트 켈로나(West Kelowna)에 위치한 그리즐리 와이너리(Grizzli Winery)로 차를 몰았다. 이름에 그리즐리란 회색곰이 들어가 있어 괜스레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건물로 들어서니 실내 장식이 다른 곳에 비해 훨씬 화려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쪽엔 국내외에서 받은 수상 내역을 와인병과 함께 적어 놓았다. 와인 시음보다 실내 장식이나 진열품을 둘러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국계로 보이는 직원들이 많은 것을 보아선 소유주도 중국계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따로 물어보진 않았다. 시음엔 다섯 가지의 와인이 제공되었다. 비용은 다른 곳에 비해서 비싸지 않았다. 레드는 메를로와 블루베리가, 화이트론 리스링과 지거레베(Siegerrebe), 머스캣(Muscat)이 나왔지만 내 취향에 맞는 것은 없었다. 지거레베는 미국과 캐나다 북서부에 일부 재배한다고 들었는데 그 품종을 시음하기는 처음이었다.

 

물놀이 가는 아이들을 따라 다시 오카나간 호수로 내려섰다.

 

오카나간 호숫가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유로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웨스트 켈로나에 위치한 그리즐리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와이너리 건물을 둘러싼 포도밭을 잠시 돌아보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 아름답게 장식한 인테리어와 와인 진열품을 감상했다.

 

시음에 제공된 와인 다섯 종류를 맛보았으나 대부분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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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는 캐나다에서 온타리오(Ontario)의 나이아가라 반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와인산지다. 현재 182개 와이너리가 오카나간 밸리에 포진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오카나간 호수와 그 지류에서 공급하는 물로 포도를 재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강수량이 250mm에서 400mm 정도인 오카나간 밸리는 준사막 기후에 해당되어 오카나간 호수에서 공급되는 용수가 없으면 포도 재배가 어렵다. 한 마디로 이 호수 덕분에 수많은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있는 와이너리를 처음 찾았던 2006년에는 이 지역에 와이너리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차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시로 안내판이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이 이 지역의 주요 특산물이 되었고, 상당한 고용과 매출을 창출하는 유망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사전에 예약한 퀘일스 게이트(Quails’ Gate) 와이너리로 이동했다. 오카나간 호수 서쪽에 위치해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오카나간 밸리에선 꽤 유명한 와이너리인 이곳은 1956년부터 포도를 재배하면서 와이너리를 오픈했다고 한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테이스팅 룸으로 들어섰다. 공간이 작아 실내는 제법 붐볐다. 긴 테이블에 몇 그룹이 서서 와인 테이스팅을 하고 있었다. 시음도 너무 빨리 진행해 제대로 품평하기가 어려웠다. 시음엔 네 종류의 와인이 제공됐다. 레드는 피노 누아(Pino Noir), 화이트는 슈넹 블랑(Chenin Blanc)과 샤르도네(Chardonnay)가 나왔고, 로제(Rose) 와인도 나왔다. 일인당 15불을 받아 그리 비싸진 않았지만 시음에 내놓은 와인 네 종은 어느 하나도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나마 유리창을 통해 오카나간 호수와 포도밭 풍경이 눈에 들어와 위안이 되었다. 시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포도밭으로 향했다. 포도밭 끝자락엔 오카나간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의 핫스팟인 듯 젊은이들이 멋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숙소에서 퀘일스 게이트 와이너리까지는 5분 거리로 멀지 않았다. 차로 이동하는 도중에 차창을 통해 포도밭이 눈에 들어왔다.

 

퀘일스 게이트 와이너리의 정문과 라운지 입구를 지나 매장으로 들어섰다.

 

규모가 크지 않은 테이스팅 룸에 사람은 많아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시음에 제공된 와인은 레드 1종, 화이트 2종, 로제 1종이었다.

 

건물 뒤로 내려서니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아래엔 오카나간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병충해에 민감한 장미를 심어 포도나무가 병충해에 피해를 입기 전에 미리 감지한다.

 

포도밭 아래에 자리잡은 오카나간 호수가 멋진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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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리부부 2021.12.04 1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해외 풍경보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