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3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원래 해변에서 빈둥거리는 체질이 아닌데다가 날씨가 무더워 오래 버티기가 힘이 들었다. 오늘도 시작은 바닷가에서 일출을 맞는 것이었다. 3일 계속해 바닷가 일출을 보고 있는데 질리지도 않는다. 칸쿤 일출이 유별나지는 않았지만 해변을 거닐며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것이 그래도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모래사장에 앉아 북을 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무슨 종교 행사가 분명한데 도대체 무엇을 믿는 사람들일까?

 

 

 

호텔 존에서 센트로로 나와 아데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카운터는 아직 열지 않았다. 한데 어디 앉아서 기다릴만한 좌석이 없었다. 명색이 유명 관광지라면서 이런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멕시코행 항공권을 구입할 때 칸쿤에서 멕시코 시티 가는 국내선 구간도 함께 끊으려 했는데, 이 국내선 구간을 넣으니 500불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국내선 구간을 빼고 국제선 노선만 구입을 하고 국내선은 비바 항공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끊었더니 편도 60불을 받는다. 하마터면 꽤 큰 돈을 날릴 뻔했다.

 

또 한 가지 여행팁. 칸쿤 공항에 있는 환전소 환율이 여행객들에게 너무 불리했다. 칸쿤에 도착했을 때 버스비 하려고 50불만 바꾸려 했더니 환전소 아줌마가 자기네는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으니 더 바꾸라 꼬시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캐나다 달러 1불에 10.14페소를 받았는데, 칸쿤 호텔 존의 길거리 환전소에선 12.40페소를 준다. 멕시코 시티 공항의 환전소에서도 12.35페소를 주었다. 100불을 바꾸는데 1,014페소 주는 곳과 1,240페소 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를 택하겠는가? 그 차액 226페소면 길거리 음식 대여섯 번은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니 말이다. 한 마디로 칸쿤 공항은 어리버리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비행기가 칸쿤을 날아 오르자, 옥빛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참으로 바다색이 묘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옥빛 바다를 보기 위해 다시 오고 싶다. 2시간을 날아 멕시코 시티에 닿았다. 멕시코 시티는 예상대로 사람이 많고 시끌법적했다. 칸쿤에 비해 공기는 탁했지만 날씨가 무덥지 않아 좋았다. 공항 안내소에서도 영어로 소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의외로 영어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미국과 접해 있고 많은 인적, 경제적 교류가 있음에도 영어하는 사람이 이리 드물다니 꽤나 의외였다.

 

 

 

 

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지하철은 상당히 잘 되어 있어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일단 노선만 습득하면 이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 환승인 경우는 걷는 거리가 너무 멀어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지하철 한 번 타는 승차권은 단돈 3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이니 부담이 전혀 없다. 지하철을 타고 북부 터미널로 바로 직행했다. 과나후아토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프리메라(Primera)에서 표를 샀다. 5시간 걸린다 하는데 편도 요금으로 430페소를 냈다. 저녁으로 빵과 물을 샀다. 여기는 버스를 타는데도 공항처럼 보안 검색을 한다. 그런데 보안 검색을 마치고 10 m 걸어 과나후아토 행 버스 앞으로 갔더니 여기서 또 한 번의 몸 수색와 짐 검사를 하지 않는가. 아무리 치안이 불안하다 해도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다. 검사를 마치고 버스 타는 사람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가 든 봉지를 건넨다. 병주고 약주는 격이었지만 기분은 조금 풀렸다. 그런데 정작 버스가 출발할 즈음엔 보안 요원이 버스에 올라오더니 승객들 얼굴을 하나하나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가는 것이 아닌가. , 내가 졌다. 멕시코에서 장거리 버스 여행 하기 진짜 힘드네.

 

 

 

 

 

자정이 가까워 과나후아토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센트로로 향했다. 지하 터널로 이어진 좁은 길을 한참 달린다. 자정을 넘긴 시각임에도 술집과 공원에는 맥주병을 든 젊은이들로 붐볐다. 치안이 그리 불안해 보이진 않았다. 도심을 둘러보다가 길가에 있는 호스텔을 잡았다. 창문도 없이 방 안에 침대 하나만 달랑 있는 1인실을 150페소 주었다. 아침 일찍 나갈 것이니 잠시 눈만 붙이면 된다. 12시간이 넘는 이동에 피곤해진 몸을 누이고 편히 쉴 수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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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7.31 1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릴러 영화 추격신에 나올것 같은 으스스한 터널이네요...한밤이라 걸어가는 사람도없고 혼자 택시를 타고가면 무섭겠는데요...^^ 영어도 안되는데 우리 말까지 엉망이라 부끄럽습니다...ㅠㅠ 무념무상을 거꾸로 쓰다니~ ㅠㅠ

  2. 보리올 2013.08.01 0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나후아토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을 가지고 있어 무척 인상이 깊었습니다. 지하 차도도 인상적이었지만 파스텔 톤의 가옥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있어 저를 매료시켰던 곳이었지요. 새상은 넓고 갈 곳은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