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다는 설레임을 안고 다시 찾은 브뤼셀. 마지막으로 유럽을 다녀온 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옛날 여권을 꺼내 입국 스탬프를 확인해 보았더니 마지막 스탬프가 찍힌 것이 2003 3월이었다. 정확히 8년이란 세월을 훌쩍 건너 뛰고 다시 유럽을 찾게 된 것이다. 1988년부터 만 5년간 독일에서 살았던 나는 그 후에도 자주 출장을 갔었기 때문에 유럽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내심 궁금하기는 했다.

 

2011 3 13일 브뤼셀에 도착해 3 17일 그곳을 떠나 독일로 갔다. 핼리팩스에서 몬트리얼로, 몬트리얼에서 다시 미국 뉴저지 뉴왁(Newark)으로, 그리곤 뉴왁에서 브뤼셀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이륙한지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핼리팩스 상공을 날고 있다는 운항 정보가 단말기에 나타났다. 이렇게 하루 종일 뺑뺑이를 돌리고 제자리로 왔는데 그래도 항공권 가격은 훨씬 싸지니 이 무슨 요지경 세상인가 싶었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런던 상공을 날고 있다고 알린다. 하늘이 밝아지면서 햇살이 구름 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래로는 구름 바다가 펼쳐져 런던의 흔적도 볼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브뤼셀 공항은 예상외로 사람들로 붐볐다. 유럽 연합의 수도라서 그런지, 아니면 어떤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방문객이 많아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잔뜩 구름을 머금은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잠시 고민하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버스라는 생각에 버스를 택했다. 회사 경비 몇 푼 아꼈다는 자부심도 좀 들었고. 난 어느 도시에 가던지 버스만 제대로 탈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디든, 어떤 종류의 여행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버스가 내겐 외지에서의 적응력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라고나 할까.

 

 

버스에 오르며 기사에게 다운타운으로 가냐고 확인하고 탔는데도 도심과는 좀 떨어진 지하철 역에서 내리라고 한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종점이라니 별 도리가 없었다. 공항에서 구한 지도에서 현위치를 확인하곤 가방을 끌고 시내로 걸었다. 한 시간쯤 걸어 호텔에 도착한 것 같았다. 그 덕분에 그랑 플라스(Grand Place)도 구경하며 지나쳤고 도심의 윤곽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유럽 여행은 회사 업무와 관련한 전시회가 브뤼셀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낮에는 전시회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시간을 이용해 브뤼셀 도심을 걸어볼 기회가 있었다. 브뤼셀도 사실 초행길은 아니었다. 독일에서 근무할 때 두 번인가, 세 번을 여행삼아 다녀간 적이 있다. 그 때도 그랑 플라스 광장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오줌싸개 동상의 초라함에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 외에 엑스포를 기념해 세웠다는 분자 형태의 대형 조형물, 아토미엄(Atomium)을 보았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래도 전에 왔었던 곳이라고 훨씬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내가 묵은 곳은 베드포드(Bedford) 호텔이었는데 이름만 별 네 개 호텔이지, 시설이나 서비스는 너무 형편없었다. 우리는 하루에 €150 유로로 예약을 했지만 방에는 하루 숙박비가 €260 유로라 버젓이 적혀 있었다. 솔직히 시설은 캐나다 모텔보다도 훨씬 못해 보였다. 외국에서 단체 여행을 온 고등학생들이 방에서 무슨 놀이를 하는지 괴성을 지르며 시끄럽게 굴었다. 인터넷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사용이 쉽지 않았고,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방에선 쾨쾨한 냄새가 어찌나 진동을 하던지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호텔이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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