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동피랑 마을을 빠져 나오면서 들른 곳이 중앙활어시장이었다. 두 곳이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한 바퀴 휙 둘러보는데 한 시간이나 제대로 걸렸나. 한낮의 시장 골목은 한산해서 좋긴 했지만 시장 특유의 활력을 느낄 수 없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청정해역인 한려수도에 면해 있는 지역이라 내심 팔짝팔짝 뛰는 활어의 거친 몸부림과 현지인들의 투박한 사투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통영 특유의 분위기나 색깔을 느껴보기엔 괜찮았다 생각한다.  

 

여긴 고깃배에서 내린 싱싱한 생선을 회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혼자라서 회를 먹겠다 오기를 부리진 못했지만 모처럼 활어시장을 둘러보아 기분은 그런대로 좋았다. 시장엔 갖가지 생선에 멍게, 어패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서는 회를 사먹는 방식이 좀 달랐다. 횟집으로 들어가 회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이 활어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활어를 산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회를 쳐주는데 그것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거나 숙소로 가져가면 된다. 다른 곳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식당에선 초장과 몇 가지 반찬을 제공하고 얼마의 돈을 받는다. 회를 치고 남은 생선뼈와 머리로 매운탕을 끓여 내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예전에 속초 대포항에서도 이렇게 회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통영은 원래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조금 일찍 왔더라면 도다리쑥국이 제철이었을텐데 여름으로 접어드는 이 시점엔 메뉴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런 바닷가에 와서 제철음식을 찾아 먹을 수 있다면 식도락가들에겐 그만한 행운이 어디 또 있을까. 나야 두 달 전인가 거제도에서 도다리쑥국을 맛보았으니 그리 아쉬울 것은 없다. 멍게비빔밥을 찾아 시장을 헤매다가 방향을 선회해 오계절돼지국밥집으로 들어섰다. 부산에 가면 가끔 먹던 돼지국밥을 통영에서 먹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선택이었다. 허름한 간판에 마음이 끌렸던 모양이다. 맛은 부산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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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2.27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쾌속선 엔젤호가 다니기 시작한 뒤 충무까지 손쉽게 다닐 수 있었어요...40여년 전의 이야기네요... 노년에 여기에 살고 싶다~그랬는데 지금은 다른 항구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사람일은 모르는거에요...^^

  2. 보리올 2013.12.27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엔젤호가 예전에 부산과 충무를 다녔던 쾌속선이지요? 한두 번 타본 적이 있습니다. 쾌속선은 저도 꽤 많이 탔었습니다. 주로 부산~거제 간을 운행하는 쾌속선이었지만요. 배를 타는 것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