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좀 일찍 일어났다. 고소라서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다울라기리에 햇살이 내려앉는 광경을 보고 싶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날이 맑아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게 드라마틱하진 않았지만 따사로운 햇빛 한 줄기가 다울라기리에 살포시 내려앉는 모습도 보았다. 이번 구간 중에 고소 적응에 가장 중요한 날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베르 카르카에서의 하룻밤은 우리 몸이 해발 3,000m가 넘는 지점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가 뽀개질 것 같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나는 다행히 그리 힘들지 않았다. 대원들 상태를 꼼꼼히 챙기던 김덕환 선배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해발 4,200m의 닐기리 베이스 캠프까지 또 고도를 올려야 하는데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부터 급경사길이 나타나 곤역을 치뤘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무려 세 시간을 걸어서야 광할한 초지가 펼쳐진 구릉지대에 올랐다. 초원을 배경으로 히말라야 특유의 고산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에 압도되어 움직이기가 싫었다. 우리를 따르던 다울라기리와 이젠 작별을 해야 한다. 대신 닐기리 북봉(6,839m)와 바라하 시카 봉(7,649m)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바라하 시카 봉을 안나푸르나 주봉으로 착각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안나푸르나 주봉도 나타나겠지.

 

아침까진 별 이상이 없었는데 급경사 오르막에서 너무 힘이 들었다. 머리가 아프고 속도 불편하다. 다리는 힘이 없어 발을 떼기가 너무 무거웠다. 내가 익히 아는 고산병 증세를 그대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덜컥 겁이 났다. 지난 해에는 더 높은 곳도 무사히 지났는데, 이번에는 4,000m 고도에서 어찌 이런 증상을 보인단 말인가. 김덕환 선배에게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약 한 봉지를 건네 준다. .

 

고도를 높일수록 기압은 떨어지고 산소량은 줄어드니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두통과 구토, 무기력, 졸음이다. 히말라야 원정 경험이 많은 한 대장의 고산병 판단 기준은 너무 간단했다. 산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면 고산병으로 판단한단다. 그나마 밥상 앞에 앉을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숟가락을 잡는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 야영장도 닐기리 기슭에 있는 양떼 숙영지다. 그들 배설물 위에서 하루 더 자야 했다. 텐트 안까지 배설물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래도 풀을 뜯어 먹은 동물의 배설물이라 깨끗할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초저녁엔 구름이 가득하다가 한밤중이 되면 구름이 걷히며 별이 총총하다. 며칠간 비슷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해발 4,200m 야영장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가까워 보였다. 도시에선 보기 어려운 별과 은하수가 하늘을 수놓은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별똥별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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