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을 나서며 옐로스톤 호숫가를 좀 걸었다. 이미 해가 높이 떠 구름에 걸렸다. 호수는 엄청나게 컸다. 그 둘레 길이만 177km이고 면적은 360 평방킬로미터라고 한다. 서울특별시 면적이 600 평방킬로미터이니까 대략 그 절반보다는 조금 크다고 생각하면 된다. 호수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 호수 주변으로 둘레길 하나 만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옐로스톤의 해발 고도가 2,400m 정도이니 북미 지역에선 이런 높이에 있는 가장 큰 호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스트 썸 가이저 베이신(West Thumb Geyser Basin)으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저 앞 숲 속에서 연기가 난다. 그것도 여기저기서 말이다. 처음엔 산불이라 생각했다. 911에 신고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웨스트 썸 간헐천이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으로 분출되는 수증기가 더욱 짙어 마치 연기 같았다. 간헐천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이른 새벽에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무가 타는 듯이 수증기를 뿜어 올리는 장관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웨스트 썸 간헐천을 둘러 보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는 예전에 여기 간헐천 중 하나인 빅콘(Big Cone) 바로 옆에서 물고기를 낚시로 잡아올려 간헐천에서 요리해 먹었다는 설명이었다. 그것을 훅 앤드 쿡(Hook & Cook)’이라 불렀단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바로 끓는 물에 삶아 먹는다는 발상이 신기했다. 요즘은 공원 당국에서 허용할 리가 없으리라. 그만큼 낭만이 줄었단 의미겠지. 

  

따로 간헐천을 한 바퀴 돈 집사람은 판자길 위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재롱떠는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내게 다가와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 미국산이라 더 예쁜가?”였다. 여기 다람쥐가 미국 태생이란 것을 그 때 알았다. 그 미국산이란 말에 옛 추억 하나를 떠올렸다. 월남에 파병되었던 사촌형이 귀국하면서 선물로 건네준 미제 파카 만년필. 그 때는 미제라면 최고로 쳤다.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으니. 지금은 쓸만한 미제가 별로 없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올드 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으로 가다가 옐로스톤을 지나는 컨티넨탈 디바이드(Continental Divide)를 만났다. 일반인들에겐 좀 생소한 지리적 개념일 수도 있겠다. 캐나다 로키가 이에 해당되기에 산행하면서 자주 만났던 개념인데, ‘대륙분수령이라면 쉽게 이해하려나? 물줄기를 동해, 서해, 남해로 가르는 우리 나라 백두대간처럼 북미 대륙의 물줄기를 동서로 나누는 산줄기를 말한다. 한쪽은 대서양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태평양으로 물을 흘려 보낸다. 마침 옐로스톤에 세 군데 컨티넨탈 디바이드 표식이 있어 그 중 한 군데에 내려 일부러 사진 한 장 찍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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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인 2013.06.12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호호. "미국산이라 더 이쁜가?" 웃고가요~ :) 아빠도 미제 만년필을 받으시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니시던 때가 있었군요! 헤헤.

  2. 보리올 2013.06.12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엔 미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많았지. 미군부대를 통해 나온 물건을 구하려 줄을 섰던 사람들도 많고. 그러고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