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은 나에게 밴쿠버 한인 산우회(VKHC)와 인연을 맺게 해준 의미있는 산이었다. 한인 신문에 실리는 산행 소식을 눈팅만 하다가 아무리 하루 산행이라도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자부심을 갖고 밴쿠버에서 첫 산행에 동참을 하게 된 것이다.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하비 산의 높이는 해발 1,703m. 산행 거리는 왕복 12.5km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엘리베이션 게인(Elevation Gain), 즉 순전히 내 두 발로 걸어올라야 하는 등반고도는 1,475m로 만만치 않은 산이었다. 간단히 말해 경사가 엄청 가파르다는 이야기다.

 

99번 하이웨이에 있는 마을, 라이온스 베이(Lions Bay)의 산행 기점에서 산행을 시작해 빈커트(Binkert) 트레일을 타고 라이온스 봉으로 오르다가 알버타 크릭(Alberta Creek)을 건너기 직전, 왼쪽으로 꺽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상당히 가파른 경사가 우릴 기다렸다. 다리가 팍팍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산불로 고사목만 남은 안부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물 한 잔 마시며 땀을 식혔다. 6월인데도 눈이 남아 있었고 강한 바람에 구름의 움직임 또한 부산했다. 금방 체온이 떨어져 자켓을 꺼내 입어야 했다

 

 

 

  

 

 

안부에서 시작된 암릉길을 따라 정상에 섰다. 정상은 360도 파노라마 경치로 유명한 곳이지만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풍경이 완전치는 않았다. 그래도 가끔 구름이 벗겨지면 라이언스 봉(The Lions)와 브룬스윅 산(Brunswick Mountain)이 살짝 얼굴을 드러내고, 하우 사운드(Howe Sound)에 떠 있는 섬들도 그림처럼 다가온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온 보람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여기 산들은 우락부락한 면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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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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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종인 2012.11.21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번에 갈려다가 날씨가 많이 안 좋아져서 결국 못 갔어요. 브런즈윅 마운틴과 더 라이온즈 둘 다 갔다와봤는데 하비 마운틴과 인연이 없네요. 내년을 기약해야겠어요. 벤쿠버 쪽에도 좋은 산은 많은데 산세가 워낙 높고 험해서 눈이 내리면 못 가는 산이 많다는게 무지 아쉬워요.

  2. 보리올 2012.11.21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룬스윅, 라이온스를 모두 다녀왔으면 하비는 천천히 가도 되겠네. 하비에서 보는 브룬스윅과 라이온스는 또 다른 모습이지만, 주변 풍경은 거의 비슷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