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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하이웨이를 달리다

여행을 떠나다 - 캐나다

by 보리올 2014. 1. 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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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를 가고 올 때는 주로 1번 하이웨이, 즉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Trans Canada Highway)를 이용한다. 한데 이번 겨울에 로키를 갔다가 오랜만에 3번 하이웨이를 타고 밴쿠버로 돌아왔다. 함께 갔던 일행들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운치가 남다른 3번 하이웨이를 타고 가자고 권했기 때문이다. 일행 중 한 분은 예전에 크랜브룩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그곳을 잠시라도 둘러보고 싶어했다. 전에 이 하이웨이를 몇 번 타긴 했지만 길이 구불구불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나는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었다. 3번 하이웨이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호프(Hope)와 알버타 주 메디신 해트(Medicine Hat)를 연결하는 간선도로로 그 길이가 1,161km에 이른다. 두 개 주의 남부 지역을 동서로 관통해 달리는데 미국 국경과 거의  나란히 달린다.  

 

우리는 캐나다 로키의 래디엄 핫 스프링스(Radium Hot Springs)를 출발해 95번 하이웨이를 달려 크랜브룩(Cranbrook)에서 3번 하이웨이를 만났다. 그러니 실제 거리는 크랜브룩에서 호프까지 700km를 달린 것이다. 이 구간에 몇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예외없이 눈이 쌓여 운전에 지장이 많았고 시간도 상당히 많이 걸렸다. 아침 7시에 출발해 처음 차를 세운 곳은 크랜브룩이었다.  먼저 쿠트니 로스팅 컴패니(Kootenay Roasting Company)라는 커피 전문점을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여기서 직접 로스팅하여 다른 지역까지 공급을 한다고 했다. 분위기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커피가 미지근해서 맛이 좀 떨어졌다.

 

 

 

 

 

크레스톤(Creston)에서 주유를 하고 다른 분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벌써 네 시간 넘게 운전을 했더니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눈을 붙였더니 그 사이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차는 쿠트니 패스(Kootenay Pass)를 포함해 세 개의 커다란 고개를 넘어야 했다. 크레스톤과 살모(Salmo) 사이에 있는 쿠트니 패스는 해발 1,775m로 한 때는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패스이기도 했다. 지금은 다른 곳에 그 명예를 양보한 상태다. 어젯밤에 내린 눈을 치운다고 제설차가 눈을 옆으로 걷어내며 우리 곁을 지나간다. 밤새 내린 눈이 길가 나무에 앉아 눈꽃을 피웠다. 하지만 운전하는 사람에겐 긴장의 연속이었을 구간이었다. 나는 모처럼 조수석에 앉아 차장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3시간 뒤에 내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랜드 포크스(Grand Forks)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두코보(Doukhobor)의 전통 음식인 보르스치(Borscht)를 먹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것이다. 두코보는 러시아 평화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BC주에선 이 지역에 많이 정착했다고 한다. 육식을 하지 않던 그들이 만든 야채 수프가 바로 보르스치였다. 붉은 비트(beet)를 많이 넣어 수프가 빨간 색을 띈다. 수프 한 그릇에 버터를 바른 두꺼운 빵 두 조각이 나왔다. 이것이 전부였는데 가격은 그리 싸지 않았다. 디저트로 피라히(Pyrahi)라는 타트를 시켰다. 이것도 두코보의 전통 음식이라 했다. 속을 콩이나 코티지 치즈, 감자로 채우고 그 위에 버터나 사워 크림을 발라 먹는다. 우리는 치즈를 넣은 피라히를 시켰다. 치즈 냄새가 강해 좀 느끼한 맛을 풍겼다.

 

 

 

 

시 차를 몰아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의 오소유스(Osoyoos)에 닿았다. 사막 지형에 포도원을 개발해 와인너리가 많이 들어선 곳이다. 오소유스를 내려다 보는 고개 위에서 일몰을 맞았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날씨가 흐렸는데 여기는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든다. 산자락 위로 펼쳐진 구름이 석양과 어울려 장관이었다.  어두워진 도로를 달려 매닝(Manning) 주립공원과 호프를 지났다. 3번 하이웨이는 호프에서 1번 하이웨이를 만나면서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래디엄 핫 스프링스에서 여기까지 거의 14시간이 걸렸다. 무척 긴 하루였다. 밴쿠버 지역은 빗방울이 굵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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