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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발디 호수(Garibaldi Lake)

산에 들다 - 밴쿠버

by 보리올 2013. 8. 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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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발디 호수까지만 가도 대단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밴쿠버를 찾는 지인이 있으면 가끔 이곳으로 모시곤 했다. 여기까지 올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면 그라우스 그라인드(Grouse Grind)도 또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 우리나라 산악계의 유명 인물인 남선우 선배가 밴프(Banff)에서 열린 세계산악연맹(UIAA) 연례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가 내 얼굴이나 보겠다고 잠시 짬을 내 밴쿠버에 들렀다. 히말라야 등반이 꿈에서나 가능했던 시기인 1982년에 그는 푸모리(7,145m) 단독 동계 등반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에베레스트와 초오유, 시샤팡마를 올랐다. 하지만 한국인 처음으로 아이거 북벽에 오른 1982년의 쾌거를 통해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밴쿠버에서 딱 하루 산을 찾을 시간이 난다고 해서 자연스레 둘이서 산행에 나선 곳이 바로 이 가리발디 호수였다.


가리발디 호수까지는 왕복 18.5km 6~7시간이 소요된다. 등반고도는 920m. 해발 1,500m까지 올라간다. 하루 산행에 딱 좋은 곳이다. 러블 크릭(Rubble Creek)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아 좋았다. 러블 크릭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랐다. 길이 갈리는 6km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가리발디 호수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테일러 메도우즈(Taylor Meadows)로 가는데 우린 블랙 터스크를 보려고 일부러 왼쪽 길을 택했다.


테일러 메도우즈를 가로 질러 블랙 터스크 호수를 지나 헬름(Helm) 호수까지 갔다가 되돌아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으니 가리발디 호수까지 왕복하는 거리보다 8km는 더 걸었던 셈이다. 그래도 길이 평탄하고 경치가 좋아 힘든 줄을 몰랐다. 이미 절기는 10월로 접어든 시점이라 초원의 나무와 풀은 붉게, 노랗게 옷을 갈아입고는 겨울 맞을 채비를 마쳤다. 헬름 호수에서는 삼각형 모양의 검은 돌덩어리 블랙 터스크를 만날 수 있었다. 발길을 돌려 아웃하우스 정션에서 가리발디 호수로 내려섰다. 호숫물이 빠져 나가는 출구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호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캠핑장 주변을 거닐며 호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가리발디 호수는 가리발디 주립공원에선 주옥같은 존재다. 곰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 가리발디 호수가 없었다면 가리발디 주립공원도 빛을 잃었을 것이다. 그만큼 가리발디 호수의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들어와 비취색 호수를 만드는데, 고요한 호수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설산이 내려 앉으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흡사 풍경에 압도당하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남선우 선배도 이런 풍경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연신 캐나다 로키보다 더 정감이 간다고 칭찬을 한다. 역시 이곳으로 모시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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