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롭슨 트레킹 ❹

산에 들다 - 캐나다 로키

by 보리올 2013. 2. 14. 08:14

본문

 

이틀에 올라온 거리를 하루에 내려가기로 했다. 사실 하루에 걷기 딱 좋은 거리다. 하산길은 늘 발걸음이 가볍기 마련. 막영 장비나 취사구는 어쩔 수 없지만 배낭 속에 있던 식량은 모두 축을 냈으니 그만큼 발길이 가벼워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행들 발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미처 따라잡기도 전에 선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차피 화이트혼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 거기서 다시 만나겠지.

 

버그 빙하에서 떨어져 내린 빙하 조각이 빙산처럼 버그 호수 위를 떠돌아 다닌다. 다른 곳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호수를 지나며 바라본 롭슨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여기를 올라올 때 정상 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로 롭슨 정상을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늘 구름에 가려있기 때문이다. 정상을 볼 수 있는 날이 연중 며칠이라 하던데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여기서 롭슨에게 작별을 고했다.

 

산행에 여유가 생겼다. 주변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많아 나름 좋았다. 산을 올라올 때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들이 하나 둘 우리 눈길을 끈다. 각양각색의 야생화도 제 존재를 드러내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 버그 호수 트레일은 캐나다 로키를 대표하는 트레일 중에 하나인데 그냥 지나치면 우리만 손해 아닌가. 발걸음을 늦춰 빙하에, 실폭포에, 야생화에 눈을 맞추려 노력했다.    

 

산행 기점에 내려선 다음,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마운트 롭슨 로지에서 하루를 묵었다. 캐빈 세 채를 빌려 네 명씩 나누었다. 이 로지는 롭슨 산을 조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우선 샤워를 했다. 땀에 절은 몸을 씻으니 살 것 같았다. 캐빈 밖에 설치된 캠프 파이어 설비에 불을 피우고 숯불을 이용해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웠다. 형님, 아우를 부르는 소리에 이어 와인 잔이 돌고 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롭슨 산이 우리의 자축 파티를 굽어보고 있다. 여전히 정상은 구름에 가려 있지만 그 웅장한 자태를 모두 가리진 못했다.

 

 

 

 

 

 

 

 

 

 

 

    

<산행 요약>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한왕용 대장이 클린 마운틴 캠페인에 참여했던 산악인들과 함께 롭슨(Robson) 트레킹을 위해 캐나다로 건너왔다. 밴쿠버에서 후배 한 명을 데리고 나도 이 트레킹에 합류하게 되었다. 2008 7 10일부터 13일까지 3 4일에 걸친 롭슨 산 버그 호수 트레일의 여정을 정리해 보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