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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9>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2. 11. 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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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산행 준비에 부산하다. 당일로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해발 4,800m)에 올라 청소를 마친 다음, 사마 가운으로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베이스 캠프에서 1박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제 하루 공친 때문에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날씨는 맑았고 마나슬루 정상은 온모습을 드러낸채 우리를 굽어 보고 있었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마나슬루 정상이 마치 산신령 같았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빙하의 갈라진 틈새가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고 가끔 굉음을 내며 눈사태가 발생해 몇 분간이나 눈을 쓸어 내린다. 도중에 가이드가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트레일을 제대로 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4,000m 이상으로 고도를 높일수록 호흡은 가빠지고 눈은 무릎까지 차오른다. 앞사람이 러셀해 놓은 길을 한발 한발 힘겹게 올라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먼저 출발했던 덴지가 중간에 식당 텐트를 치고 칼국수를 준비해 놓았다.

 

이태리 팀이 진을 친 4,600m 베이스캠프에서 4,800m 베이스캠프까지 200m 고도를 오르는 일이 요원해 보였다. 정상 공격에 나선 등반가들이 왜 2~300m를 남겨 놓고 뒤돌아서는지를 알만 했다. 칼날 능선은 또 왜 그리 위협적으로 다가오는지……. 발을 헛디디면 수백 미터 아래로 미끄러질 판이다.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몇 차례. 드디어 4,800m 마나슬루 베이스 캠프에 닿았다. 

 

예상했던대로 베이스에는 눈이 더 깊었다. 한 대장의 기억과 오스트리아 원정팀의 세르파 도움으로 눈 속에서 보물을 캐내듯 쓰레기를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내려오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쓰레기를 수거해 직접 짊어지고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제 베이스 캠프를 내려가야할 시각이 되었다. 여건만 된다면 베이스 캠프에서 며칠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떠나기 싫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주변 설산들이 더욱 자태를 뽐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을 내려오지 않을 수 없는 일. 우리에겐 하행 트레킹이 남아 있다. 하행이라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조만간 베이스 캠프보다 더 높은 해발 5,200m의 라르케 패스(Larke Pass)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지길 몇 차례 거듭하며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다음에야 마을로 귀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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