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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10>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1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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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하이 베이스 캠프로 오르는 날이 밝았다. 마칼루 정상에서 해가 돋는다 생각했는데 금방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텐트에 남기로 하고 10명만이 하이 베이스 캠프로 출발했다. 눈은 어디에도 없었고 끝없이 펼쳐진 너덜지대가 우릴 반길 뿐이다. 이럴 때 무릎 보호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다. 며칠 동안 이런 길을 걸을 줄이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상당한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마칼루 서벽을 보면서 발길을 재촉한다.

 

3,000m가 넘는 고도부터는 나름대로 호흡에 신경을 많이 썼다. 천천히 50보를 걷고 심호흡을 하는 식으로 꾸준히 걸었다. 급경사 오르막이라면 걸음을 30, 20보로 줄이면서 말이다. 그 덕분인지 하이 베이스 캠프까지 두통이나 구토, 무기력과 같은 고산병 증세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고산병으로 고생해 본 사람은 안다.

 

카트만두를 출발한 열흘이 지난 51일에야 해발 5,600m의 하이 베이스 캠프에 올라설 있었다.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렸다. 하이 캠프에 눈이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모르겠다. 베이스 캠프가 눈으로 덮히면 쓰레기 찾기가 매우 어렵다. 마침 마칼루를 등반 중인 브라질 원정대의 마샤(Marcia) 우리의 취지를 듣고는 선뜻 쓰레기 봉투를 들고는 앞장서 우릴 안내한다. 그녀는 브라질 마칼루 원정대의 베이스 캠프 매니저였다.

 

대원과 스탭, 마샤까지 나서 약 두 시간에 걸쳐 쓰레기를 모았다. 각자 수거한 쓰레기가 작은 산처럼 수북이 쌓였다. 쓰레기 분류 작업을 통해 소각할 것은 따로 모아 마샤에게 원정대 철수 시점에 소각을 부탁했다. 원정대가 체류하는 기간에는 소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깡통은 돌로 찌그러뜨려 부피를 적게 다음 마대에 넣었다. 깡통 중에는 한국 상표가 선명한 꽁치, 골뱅이, 등도 있었다. 어느 원정대가 즐겼을 와인 병도 넣었다. 깡통과 병으로 가득한 마대의 쓰레기는 좋게도(?) 우리와 같이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까지 간다.

 

이제는 하산이 남았다. 머리를 강타하는 두통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출발을 서둘렀다. 어차피 재패니스 캠프까지 갈 것이면 여유가 있는데 말이다. 그 지겨운 너덜지대를 다시 지나 재패니스 캠프로 돌아왔다. 하산길이라 발걸음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오를 때완 달랐다. 식당 텐트에 모여 하산 코스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원래는 해발 6,000m가 넘는 이스트콜, 웨스트콜을 넘어 루크라로 빠지는 라운드 코스로 일정을 잡았으나, 대원들 컨디션을 보곤 한 대장은 무리라는 의견을 냈다. 두세 명을 빼곤 대원들도 들어온 길로 다시 나가자는 의견이었다. 무더위에 녹아나고 무릎이 시큰거렸던 그 길이 그래도 가장 쉬운 코스라니 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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