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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8>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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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꼽아보니 며칠 전은 아들 생일이었고 오늘은 큰딸 생일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지 못했다. 마음 속으로 미안하긴 했지만 그런 일로 위성 전화를 쓰자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밖으로 떠도는 일이 많다 보니 가족들 생일 챙기기가 쉽지 않다. 하기야 내 생일도 집을 떠나 텐트 안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으니 역마살 낀 사람의 운명이라 생각할 수밖에.

       

오늘은 당말에서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 휴식을 하기로 했다. 지친 대원들 표정이 밝아졌다. 각자 알아서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시간을 보냈다. 야영장 돌 위에 앉아 참선하듯 해바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배낭을 조그맣게 꾸려 근처 봉우리를 다녀오는 사람도 있었다. 난 텐트에서 낮잠을 즐기다가 카메라를 들고 주변 촬영을 다녔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식당 텐트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화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가끔 매점에도 놀러가 윈도우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돌로 쌓아 만든 허름한 매점에서 파는 물건이라야 맥주와 럭시, 그리고 과자 몇 종이 전부였다. 우리야 고산병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니 포터들을 상대로 장사할 수밖에 없으리라. 여기까지 맥주를 운반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 매점에서 받는 맥주값은 우리에게도 너무 비싸단 느낌이었다. 맥주 한 병에 600루피면 카트만두의 다섯 배고, 마네반쟝이나 눔 가격의 네 배 수준이다.

 

한 대장이 식당 텐트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허리를 삐끗한 모양이다. 처음엔 별 것 아니겠지 했는데 점점 허리에 엄청난 통증이 오는 것 같았다. 한 손으로 허리를 부여 잡고 걷는 자세도 구부정하다. 리더인 한 대장이 이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대원들 모두 긴장한 표정이었다. 저녁 식사 후 김덕환 선배가 직접 마사지까지 해주고 약도 먹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밤새 토하고 난리가 났다. 근데 허리를 다쳤는데 왜 토하지? 설마 한 대장이 고소 증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한 대장은 옆에서 끙끙 앓는데 난 속으로 이런 의문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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