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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크레파스 마을, 과나후아토 - 1

여행을 떠나다 - 중남미

by 보리올 2013. 8. 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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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주 특이한 풍경만을 모아 놓은 웹사이트가 하나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색상을 지니고 있는 도시 열 곳을 선정해 보여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멕시코의 과나후아토(Guanajuato)였다.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칠한 듯한 마을 사진을 보고 여기는 꼭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 시티를 가는 김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이 과나후아토였다. 행여 시간이 부족하면 다른 곳은 생략해도 좋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과나후아토는 멕시코 시티에서 북서쪽으로 420km 떨어져 있다. 해발 2,000m 높이의 산자락에 자리잡은 산골 마을이다. 1548년에 설립되었다니 역사는 꽤 깊은 편이다. 이 도시는 한때 전세계 은 생산량의 1/3을 생산할 정도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그 이야긴 광산에 일할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고, 그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가파른 산자락에 빼곡하게 집을 지었다는 말이 아닌가. 산자락에 겹겹이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아름다운 집들이 자리잡고, 그 사이를 아기자기한 골목이 산 날망까지 이어진다. 첫눈에 이런 별세계가 아직도 있나 싶었다. 그런 까닭에 이 과나후아토는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으리라.

 

아침 일찍 호스텔을 나서 골목길로 들어섰다. 날은 밝았지만 아직 가로등은 꺼지지 않았다. 성모 마리아 성당을 기점으로 삼았다. 가장 먼저 피필라 기념탑(Monumento a del Pipila) 올라 일출을 보고 싶었다. 분명 동상 위치를 파악했고 그 방향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랐건만 엉뚱하게도 그 반대편 기슭으로 올랐다. 거긴 새벽 시장이 들어선 것인지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성당으로 돌아와 다시 방향을 잡고는 30여분 가파른 경사길을 올랐다. 궤도열차가 운행을 한다지만 시간이 너무 일러 이용할 수는 없었다. 구불구불 골목길을 오르다 다리가 팍팍해질 무렵, 기념탑이 있는 전망대에 닿았다. 해는 이미 산등성이로 떠오르고 말았다.

 

 

 

 

피필라 기념탑은 과나후아토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빠짐없이 찾는 곳이다. 멕시코 독립 전쟁 당시에 햇불을 등에 지고 용감하게 선봉에 서서 요새를 향해 돌격했던 광부 피필라의 모습을 26m 동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높이 26m라지만 언덕 위에 설치되어 있어 밑에서 보면 굉장히 높아 보인다. 마침 아침 햇살을 받아 동상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동상을 보기 위해 여기를 찾는다기보다는 과나후아토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온다고 해야 옳을 것 같았다. 그만큼 마을 전경을 한 눈에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듯 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한 쌍의 일본 젊은이만 보였을 뿐 개미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았다. 한참을 계단에 앉아 우두커니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이것이 꿈은 아니겠지. 저 앞에 펼쳐진 마을 풍경이 정녕 과나후아토란 말인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화려한 색깔을 택했을까? 이들 유전자에는 이렇게 요란한 색채감을 수용할 수 있는 감성이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난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요즘에는 건물 외관을 다채로운 색깔로 유지하기 위해 시에서 나서고 있다고 한다. 주민이 색깔을 정하면 시에서 무료도 칠을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골목을 누비며 산자락을 걸어 내려왔다. 지하 차도부터 먼저 찾았다. 예전에는 수로로 쓰였던 것이 지금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가 되었다. 그 덕분에 지상에 있는 건축물을 훼손시키지 않고 보전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지하 차도에서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젠 본격적으로 골목길 탐방을 나설 차례다. 난 원래 이런 골목길에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특이 체질이다. 화려한 색상만 뺀다면 우리나라 골목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고, 실제로도 우리나라 골목길을 걷는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중세 시대의 골목길을 아직까지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과나후아토가 점점 좋아졌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투박한 질감의 벽돌이나 시멘트 위에 이렇게 과감한 원색을 쓰다니 그들의 미적 감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크레파스 마을이란 표현이 정말 잘 어울렸다. 허름한 골목길에서 마냥 행복감에 젖어 있었는데, 그것을 깨운 것은 사나운 강아지 한 마리. 골목길을 서성거리는 내가 수상했던지 열심히 짖으며 쫓아오는데 이 녀석 정말 막무가내였다. 그 소리에 놀라 장닭 한 마리도 덩달아 울어댄다. 이제 그만 도심으로 내려가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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