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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메이플 패스(Maple Pass)

산에 들다 - 미국

by 보리올 2013. 1. 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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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에 있는 세 개의 국립공원 중에 하나가 노스 케스케이드(North Cascade) 국립공원이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인접해 있어 밴쿠버에선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은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안에 산과 호수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연결하는 트레일 또한 많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우리가 염두에 둔 트레일은 메이플 패스 루프 트레일(Maple Pass Loop Trail)이라 불리는 일주 코스. 이 국립공원에 있는 트레일 중에는 꽤나 유명세를 자랑하는 트레일이다. 20번 하이웨이로 불리는 노스 케스케이드 하이웨이의 레이니 패스(Rainy Pass)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 트레일의 길이는 11.5km로 산행에 대략 4~5시간 걸린다. 산행 기점인 레이니 패스 주차장의 높이가 1,478m이고 트레일의 가장 고점이 2,088m이기 때문에 등반고도는 610m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연중 아무 때나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눈이 많은 지역이라 8~9월에 산행이 집중된다. 특히, 9월이 되면 붉고 노란 색으로 단풍이 들어 산색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9월 초순이라 단풍을 만끽할 수는 없었다.  

 

산행을 시작하면 바로 길이 갈린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메이플  패스에 이르지만, 시계 방향으로 갈 것이냐,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시계 반대 방향, 즉 레이크 앤(Lake Ann) 트레일로 들어서면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는데 반해, 시계 방향은 산행 초반부터 급경사 오르막을 지그재그 줄창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가도 산행 후반에 이 급경사길을 내려서야 하지만, 급경사를 오르는 것과 내려서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우리도 시계 반대 방향을 택했다. 산행을 시작해 처음엔 숲길을 걷는다. 2.1km 지점에서 앤 호수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메이플 패스는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우리는 잠시 시간을 내서 앤 호수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은 호수에 조그만 섬 하나가 있어 인상적이었다. 여기까지 고무 보트를 들고와 노를 젓는 사람도 있었다. 산기슭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잡은 아늑한 호수, 그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간 부럽기도 했다.

 

앤 호수 갈림길을 지나 얼마간 더 걸으면 숲이 옅어지면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곧 나무가 사라지며 트리 라인(Tree Line) 위로 올라섰다. , 수목 한계선을 지난 것이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으니 우리 눈 앞에 노스 케스케이드의 울퉁불퉁한 산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 아래론 조금 전에 다녀온 앤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그 앞에 섰을 땐 그래도 커 보이던 호수가 아주 조그맣다.

 

3.7km 지점에서 헤더 패스(Heather Pass)에 올랐다. 해발 1,890m. 헤더가 많은 곳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나 보다. 여기서 바라본 조망이 시원하기 짝이 없다. 이젠 왼쪽 능선길을 타고 메이플 패스까지 2km를 걷는다. 이름도 모르는 산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우리를 반긴다. 노스 케스케이드의 산자락을 보면서 멋진 소풍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왜 이 코스를 그리 추천하는지 이해할만 했다. 메이플 패스는 해발 2,012m에 위치한다. 하지만 아직 오늘의 최고점은 찍지를 못했다.  

  

메이플 패스에서 다시 1.6km를 가야 프리스코 산(Frisco Mountain)에서 뻗어내린 안부에 도착한다. 여기가 오늘 최고점인 해발 2,088m이다. 이젠 하산이 남았다. 레이니 호수가 있는 분지로 내려서는 것이다. 경사가 제법 급하다. 가느다란 한 줄기 산길이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경사가 아무리 급해도 하산길 아닌가. 콧노래 부르며 발길을 재촉한다. 레이니 호수로 가는 포장도로를 만난 후, 10여 분 더 걸으면 주차장에 닿는다. 그렇게 힘들지 않는 코스에 숲과 산봉우리, 호수, 야생화, 알파인 메도우즈까지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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