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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①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4. 1. 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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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차례씩 히말라야를 찾고 싶다는 꿈이 몇 년 간은 그런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안나푸르나(Annapurna) 라운드 트레킹에 도전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와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에 이어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까지 트레킹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트레킹을 함께 할 일행은 나를 포함해 모두 6. 아주 단출한 구성이었다. 밴쿠버 산에서 인연을 맺은 세 분에 추가하여 논산에 계시는 비구니 스님 두 분이 참여를 하였다. 여섯 명 중에 두 명은 히말라야가 초행길이라 고산 지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했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예정대로 아침 7시에 카트만두를 출발할 수 있었다. 동절기로 들어서는 11월임에도 햇볕이 따가웠다. 도심을 빠져나가며 마주치는 거리 풍경은 여전했다. 코를 찌르는 매연도, 시끄러운 경음기 소리도 예전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여기 사람들은 짜증을 부리는 법이 없고 바삐 서두르지도 않는다. 역시 네팔답다고나 할까. 베시사하르(Besisahar)까지는 전세버스로 6~7시간을 예상한다. 실제 거리야 그리 멀진 않지만 도로 사정이 엉망이라 버스는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달린다. 그곳은 마나슬루(Manaslu) 라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던 곳이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아침 구보에 나선 군인들이 버스 옆을 질러 간다. 하얀 교복을 차려입은 여학생들은 발걸음 가볍게 학교로 가고 있다. 정겨운 네팔 풍경이 차창을 스쳐 지난다. 갑자기 검정색 도요타 SUV 차량 한 대가 경광등을 돌리며 우리를 추월해간다. 그 꽁무니에는 3성 장군 표식이 매달려 있었다. 딱딱한 표정의 호위병들이 탄 트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총구가 섬뜩했다. 네팔에서 3성 장군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닌가. 카트만두 분지를 벗어나자, 공기도 깨끗해지고 소음도 적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기사가 허름한 현지식당 앞에 버스를 세웠다. 메뉴라곤 오로지 달밧만 있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네팔에 처음 온 사람들에겐 이들의 주식인 달밧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네팔 식당은 대부분 외국인과 현지인을 구분해 서로 다른 가격을 받는다. 물론 테이블이나 식기도 약간은 차이를 둔다. 모두들 달밧을 별 부담없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이번 여행이 수월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달밧만 먹을 수 있다면 네팔 여행은 무척 쉬워진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할 즈음, 왼쪽으로 안나푸르나 연봉이, 오른쪽으론 마나슬루 연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나푸르나 정상은 구름에 가려 식별이 어려웠다. 흰눈을 이고 있는 마나슬루의 장엄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마나슬루야, 오랜만이다!’ 속으로 마나슬루에게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베시사하르는 개발 붐에 몸살을 앓는 듯이 보였다. 여기저기 골재 채취장이 흉물스럽게 자리잡고 있었고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돌을 깨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히말라야 깊은 산속까지 개발붐이라니이런 산골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시사하르에서 샹게(Syange)까지는 짚으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몇 년 전까진 두 발로 걸었던 구간인데 그 새 차가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구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긴 바로 이 때문이다. 전에는 3주 잡았던 것을 요즘엔 2주면 충분하고, 어쩌면 멀지 않아 1주 코스도 생겨날 판이다. 신작로가 탐탁치 않아도 차로 갈 수 있는 구간을 걸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가격부터 협상을 벌였다. 1인당 300루피면 충분하다 들었는데 처음 만난 기사는 7,000루피를 달라고 하고, 두 번째 기사는 5,000루피를 요구한다. 너무 시간을 끌 수가 없어 그 금액에 가기로 했다.  

 

짚으로 2시간을 달렸다. 그 울퉁불퉁한 길을 쉬지 않고 운전을 해야 했다. 중간에 펑크난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구불구불한 벼랑 위를 달릴 때는 아찔한 곡예 운전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새로 다리를 놓고 있는 현장에서 차가 멈췄다. 여기서부터 샹게까지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내일부터 걸을테니 컨디션 조절한다 생각하고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1시간 30분을 걸었나. 샹게 로지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저지대일 때 가능하면 샤워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 트레킹은 잠과 식사를 모두 로지에서 하기로 했다. 로지에서 제공하는 볶음밥이나 계란 프라이, 모모(Momo)라 불리는 만두로 때워야 한다. 첫날 저녁인지라 별 어려움 없이 식사를 마쳤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비행기에서 면세품으로 산 위스키 한 잔씩에 마음이 들뜬 모양이다. 보름달이 보여 로지 밖으로 나왔다가 계곡에 놓인 출렁다리에 올랐다. 보름에서 하루나 이틀은 지난 듯이 보였지만, 달빛이 너무 밝아 별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밤하늘을 다시 볼 수 있어 가슴이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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