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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11>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1. 1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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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까지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전해진 슬픈 소식은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며 언제 올지도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네팔 국내선은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가 운행하다 보니 툭하면 기상조건을 들어 결항을 한다. 공항 앞에 짐을 쌓아 놓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죽치고 있을 수밖에. 한 마디로 좀솜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그 흔한 안내 방송도 없고 어느 누가 나와서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영락없는 후진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모든 신경은 공항 출입문에 쏠려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었고, 출입문 가까운 곳에 마냥 머물러 있어야 했다. 참으로 무료한 시간이었고 좀이 쑤셨다. 카고백에 기대 잠을 청하는 일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어수선해지면서 포카라에서 비행기가 떴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포카라로 갈 수 있겠단 희망을 갖게 되었다. 비행기가 도착한다는 사이렌 소리까지 내며 공항도 부산을 떨었지만, 비행기는 끝내 내리지 못하고 되돌아가 버렸다.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렇게 멍하니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기 마련이지. 느긋하게 마음을 먹자.’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이렇게 손님을 무작정 기다리게 만드는 것 외에는 정말 다른 방안이 없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손님들이 모두 좀솜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무슨 대안이 있을 법 한데 말이다. 하여간 이렇게 하루를 완전히 공친 다음에야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숙소를 시설이 약간 더 좋은 닐기리 호텔로 바꾼 것으로 마음을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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