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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 <9>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1. 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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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새벽 5시 기상, 6시 출발로 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 오후에 쉬는 시간이 많다. 그 외에도 나에겐 산길에서 일출을 맞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청정무구 그 자체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름다운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아무 댓가도 없이 무한정 볼 수가 있는 것이다. 해가 떠오른 다음에 출발해서 맞이하는 풍경과는 차이가 있다. 거기에 잠깐씩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우리 일행들은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는 인간의 교만과 허풍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오늘은 속도를 내지 않고 힘들어하는 젊은 후배들을 돌보며 후미로 왔다. 감기 몸살 기운이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배낭을 대신 메기도 하고 조금만 더 힘내라 격려도 보냈다. 베르 카르카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선두는 식사를 마치고 벌써 출발을 하고 없었다. 다시 탕둥 콜라로 내려서는 길.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길을 올라왔나 싶었다. 이 유별난 경사 구간 때문에 다른 코스에 비해 더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탕둥 콜라로 내려섰다. 차가운 강물에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베르 카르카로 오르던 때에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인데 이젠 상황이 다르다. 일주일만에 때 빼고 광을 냈으니 얼마나 개운한지 모르겠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일주일 동안이나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도 그리 가렵거나 불편하지 않으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난 영락없는 네팔 체질인가? 레테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반갑다. 다리를 건너 갈길을 재촉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레테 정도면 문명으로의 귀환이라 부를만 했다.

 

지난 번 묵었던 레테 게스트하우스 뒤뜰에 텐트를 쳤다. 내일이면 현지 스탭들이 카트만두로 먼저 돌아가기 때문에 한 대장이 스탭들을 위해 오늘 밤 양을 한 마리 잡으라 했다. 이호준은 양을 잡는 모습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음식 취재의 내노라는 베테랑이니 이 기회를 놓치긴 아깝겠지. 캠핑장에 둘러앉아 양고기 두루치기를 안주삼아 술잔이 돌아간다. 고산병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까닭에 저녁 식탁엔 댓병 소주까지 등장을 했다. 이 무거운 소주를 누가 지금까지 보관을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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