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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11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7. 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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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몬조에서 루크라까지만 가면 된다. 부담없는 여정이라 출발 시각도 늦추었다. 9시에 로지를 나섰다. 좁은 골목에서 옷차림이 깨끗한 학생들과 교행을 하게 되었다. 첫눈에 네팔 학생들은 분명 아니었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았다. 싱가포르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열 서너 살 정도 되는 중학생들이 수학여행을 히말라야로 왔다니 너무나 의외였다. 그 중엔 싱가포르에 유학 중이라는 한국 학생도 한 명 끼어 있어 우리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남체까지만 간다고 했다.

 

타로코시(Tharokosi)에 도착하기 직전에 마오이스트 깃발을 들고 온 현지인이 통행료를 요구한다. 정모가 직접 나서 우리 일행이 모두 24명이라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들어갈 때 31명으로 카운트를 했다고 한다. 돈 받는 일이라고 이렇게 치밀할 줄은 정말 몰랐다. 헬기를 타고 몇 명은 먼저 하산을 했기에 인원이 줄었다 해명을 했다. 1인당 100루피씩 통행료를 냈다. 안나푸르나에 비해선 그래도 싸서 좋았다.

 

카트만두로 먼저 내려갔던 허 화백과 박 대장이 여기까지 마중을 나왔다. 우리와 함께 점심을 먹겠다고 식사도 거르곤 기다리는 시간 내내 맥주로 배를 채웠는 모양이다. 비록 헤어진지 며칠밖에 안 되었지만 다들 반갑게 부둥켜 안으며 해후를 즐겼다. 박 대장은 그 사이 카트만두에서 부인과 둘째 아들을 데리고 왔다. 타로코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빗방울이 간간이 돋더니 루크라 도착할 즈음엔 진눈깨비로 변해 버렸다. 구름이 잔뜩 끼어 시야도 그리 좋지 않았다. 트레킹 마지막 날에 날이 궂은 것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고산 지역에서 비를 맞았다면 청승맞은 것은 둘째치고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서서히 진눈깨비가 눈으로 바뀌더니 눈송이가 점점 커진다. 고산 지역에서도 보지 못한 눈을 드디어 루크라에서 보게 되었다. 설마 내일 비행기 뜨는데 문제는 없겠지?  

 

루크라에선 다와(Dawa)가 운영하는 히말라야 로지에 들었다. 식당도 넓고 시설도 좋은 편이었다. 특히 화장실이 깨끗해 마음에 들었다. 다와는 루크라에선 유명 인사다.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원정대가 다와에게 부탁해 포터나 좁교, 식량을 구한다. 거의 만능 해결사라고나 할까. 그래서 돈도 많이 벌었고 이 지역에선 영향력도 제법 세다. 다행히 박 대장과 정모와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어서 우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저녁에 또 한 차례 술 파티가 벌어졌다. 허 화백과 박 대장이 카트만두에서 공수해온 와인이 한 순배 돌았다.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어제에 이어 오늘도 너무 많이 먹고 마셔 배도 부르고 다들 기분좋게 취했다. 이리 미련스럽게 먹고 마시는 자신을 탓하면서 호준이를 데리고 맥주 한 잔 하러 또 밖으로 나섰다. 많은 일행들 뒷바라지하며 고생이 많았을텐데 맥주 한 잔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박 대장이란 거물이 참가하게 되어 일정에 변경이 많았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실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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