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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2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6.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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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장과 협의해 아침 일정을 조율했다. 앞으로 매일 6시 기상, 6 30분 아침 식사, 그리고 7시 출발로 정한 것이다. 아침 식사도 모든 사람이 자리에 좌정하고 난 후, 우리가 예전부터 그랬듯이 대장이 식사 개시를 외치면 감사히 먹겠습니다로 화답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모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에 백두대간 종주 당시의 우리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첫 출발 신호는 박영석 대장이 울렸다. 모두들 배낭을 짊어지고 선두로 나선 박 대장을 따라 나섰다.

 

난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니 금방 뒤로 처지기 시작한다. 점심 때까지는 후미에서 후배들을 모델삼아 사진을 찍으며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일행 중에 공식 모델은 윤정원과 이민경, 촬영은 주명진이 맡았다. 하지만 명진이 카메라 못지 않게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선이와 호준이도 촬영에 열심이고 나도 한 몫 거들었다. 산악 사진으로 유명한 이한구 작가도 박 대장을 따라왔다. 모델보다 카메라가 더 많은 상황이었다. 여기 서라, 저기를 봐라 하며 모델을 세워놓고 주문도 많다.

     

몬조(Monjo, 2835m)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해결했다. 조르살레(Jorsalle)에서 사마르가타(Samargata) 국립공원 경내로 들어섰다. 여기선 에베레스트를 사마르가타라 부른다. 장정모가 직접 우리 인원을 세며 국립공원 입장료를 납부했다. 허 화백은 아들 석균이를, 그리고 봉주 형님도 아들 우중이를 동반해 참가했다. 부자가 다정하게 대화를 하며 나란히 걷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난 언제 아들 녀석 데리고 히말라야를 걸을 수 있을 것인가?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에 이를 때까지 두드 코시(Dudh Koshi) 강을 따라 꾸준히 고도를 높인다. 벌써 다섯 번인가 강에 놓인 출렁다리를 건넜다. 남체로 연결되는 마지막 급경사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데, 박 대장이 일행을 세우곤 에베레스트 정상을 가르킨다. 박 대장이 이야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느 누구도 여기서 에베레스트가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우리의 반가운 인사에 화답이나 하듯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걸려있던 구름이 살짝 벗겨지며 에베레스트가 얼굴을 내밀었다.  

  

남체 바자르는 쿰부 히말의 중심지다. 세르파로 대표되는 고산족 마을로 유명하다. 남으론 콩데 봉, 동으론 템세르쿠 봉(6608m)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 잡았다. 마침 남체에 난장이 섰다. 사진에서 보았던 남체의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 가고 실제로 내 눈에 비친 마을 풍경은 그저 그랬다. 장을 한 바퀴 돌며 구경을 했지만 살만한 물건은 없었다. 마을과 난장 모습을 스케치하듯 몇 장 찍었다.

 

히말라야 로지에 투숙했다. 남체에 도착하자 고산병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탁 형님 내외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두 분 모두 약사이기 때문에 대원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챙기신다. 저녁을 먹기 전에 호준, 우중이와 함께 마을 구경을 나섰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졌다. 역시 고산지대임이 분명했다. 마을엔 PC방도 설치되어 있었다. 독일빵집에서 도너츠와 홍차로 시장기를 달랬다. 맛은 독일빵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팔에서 독일빵을 찾은 우리가 잘못이지.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고 소화시킨다는 핑계로 세 시간이나 식당에서 수다를 떨었다. 평소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라 아무나 붙들고 이야기를 하면 몇 십분은 금방이다. 방으로 돌아왔는데 박 대장이 맥주나 한 잔 하자고 부른다. 이미 3,000m가 넘었으니 모두들 고산병 걱정에 술을 마다하는 판이니 박 대장같은 사람은 무료할 수밖에.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을 함께 했던 이한구 작가가 그나마 옆에서 말동무를 해준다. 맥주 한 잔 마셨더니 머리가 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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