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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 7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7. 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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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비였던 모양이었다. 하긴 해발 5,000m 가까운 지점에서 하룻밤을 잤으니 몸이 이 고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몇 명이 구토를 했다 하고 많은 사람이 약한 고소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하산조를 하나 꾸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어제 협의된 대로 일단 고락셉까지는 모두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다행히 먼저 하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모는 우리 팀웍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아침 식사에 우럭젓국이 나왔다. 가뜩이나 식욕이 떨어진 대원들로부터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예전에 백두대간 종주할 때나 <침낭과 막걸리>의 비박 모임이면 어김없이 서산 광식이 내외가 준비해 왔던 메뉴라 우리 입맛에 친숙하기도 했다. 짭짤한 국물이 오히려 식욕을 돋구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광식 내외가 30인분의 우럭젓국을 준비해오는 정성을 보였다.  

 

쿰부 빙하를 따라 고락셉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 지루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다리는 무거운데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였다. 빙하가 만든 모레인 지역도 황량하긴 마찬가지. 너무 삭막한 풍경에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눈 앞에 버티고 선 설산들도 꽤나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고도를 5,000m로 올라서면서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나도 머리가 띵해지며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50보 걷고는 그 자리에 서서 여러 차례 심호흡을 하는 방식으로 고소 증세에 대항을 했다. 크게 속도가 나진 않았지만 그리 심한 고산병도 없었고 딱히 어디가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뒤따른던 정원이가 컨디션 난조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힘들어 해서 페리체로 돌아가 있으라 했단다. 하지만 아래로 먼저 내려간다던 정원이가 다시 발길을 돌려 올라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첫 히말라야 도전에 지친 심신을 다시 싸잡은 모양이었다. 그 용기 참으로 가상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 고락셉 로지에 도착, 짐을 풀었다.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칼라파타르(5,550m)에 오르기로 했다. 일찍 도착한 다섯 명은 이미 칼라파타르로 출발했단다. 오후 2시에 나도 그들 뒤를 따랐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온전히 보려면 칼라파타르를 올라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왜냐 하면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선 에베레스트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설산 뒤에 숨은 검은 암봉 에베레스트가 자태를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봉우리를 이렇게 지척에서 볼 수 있다니이 감격을 뭐라 해야 하나.

 

중간쯤 올랐을까, 먼저 오른 다섯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곳에서 걸음을 빨리 할 필요는 없었다. 쉬엄쉬엄 칼라파타르로 오르며 해질녁의 설산 풍경에 완전히 매료가 되었다. 사카이 다니씨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에베레스트를 감싼 일련의 산군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 앞에 나타났다. 풀모리와 창제, 에베레스트 서봉, 에베레스트, 눕체 등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가 보려던 것이 바로 이 광경 아닌가. 감격도 잠시.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고 바람도 거세져 하산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러 오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허 대장을 비롯해 두 명의 여성 대원의 상태가 특히 좋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위해 PAC(Potable Altitude Chamber)라 불리는 감호백을 가져왔다. 이 속에 사람을 넣고 가압을 해서 기압이 높은 지대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세 명을 차례로 시도해 보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아지진 않았다. 오늘 밤을 지켜보고 그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내일 아침 말을 타고 로부체로 먼저 하산시키기로 했다. 로부체까진 말 한 마리에 200불을 달라고 한다. 원가도 크게 들지 않는 괜찮은 장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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