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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산에 들다 - 한국

by 보리올 2015. 7. 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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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약속도 없는 연휴를 맞았다. 방에서 뒹굴기도 그래서 혼자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있는데 문득 용문산이 떠올랐다. 오래 전에 아들과 둘이서 산행했던 기억도 있었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용문사 앞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여전히 잘 있는지도 궁금했다. 전철을 타고 용문역에 내렸다. 마침 길거리에 장터가 열렸지만 산에 다녀와서 보자고 그냥 지나쳤다. 버스터미널에서 용문사 가는 버스에 올랐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이제 용문사는 고적함과는 거리가 먼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사찰 경내에는 무슨 불사를 한다고 시주 타령하는 듯 해서 오래 머무르질 않았다.

 

산길로 들어오니 한적해서 좋았다. 용문사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산길엔 등산객 몇 명이 전부였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류가 얼음을 깨고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고드름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아선 산 속은 아직 겨울을 나고 있는 듯 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엔 눈이 꽤 쌓여 있었다. 정상 가는 길을 알리는 팻말도 눈에 파묻혀 윗부분만 겨우 보였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용문산 주변에 펼쳐진 설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산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 이런 설경을 바라볼 수 있다니 이 무슨 행운이란 말인가. 눈을 밟으며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있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정상 아래서 정상으로 연결된 계단에 닿았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놓고 산새를 기다리는 한 할머니도 있었다. 경계심이 유독 많은 우리 나라 산새들이 과연 날아올까 했는데 겁 없는 녀석들이 손에 올라 냉큼 땅콩을 집어 먹는다. 눈 덮힌 겨울산에서 먹이를 구하기가 쉽진 않겠지.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용문산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한 귀퉁이에 정상석을 설치해 놓고 나머지 공간은 철망을 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철망 한쪽엔 무슨 리본을 그리 잔뜩 달아 놓았는지 내 눈엔 모두 쓰레기로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리본을 달아 놓았을까 궁금했다. 혹시 이게 무슨 기념장식이나 광고로 보여지길 바랬던 것일까? 씁쓸한 마음으로 해발 1,157m라 적혀 있는 정상석을 뒤로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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