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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겨울 여행 ①] 캐나다 낭만 열차, 비아 레일(VIA Rail)

여행을 떠나다 - 캐나다

by 보리올 2013. 8. 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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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낭만을 찾아 재스퍼(Jasper)로 떠나는 여행길. 기왕이면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기차 여행을 하기로 했다. 소걸음으로 천천히 산을 걷는 것처럼 여행도 슬로 트래블(Slow Travel)로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여행이 성사된 것은 한국에서 후배 정용권이 캐나다 로키 겨울을 체험해 보겠다고 아들을 데리고 태평양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핑계로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둘째 녀석을 보러온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 덕분에 밴쿠버를 출발해 재스퍼까지 비아 레일을 타고 아주 느린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비아 레일은 과거 캐나다 철도 운송을 양분했던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PR)과 캐나다 내셔널 철도회사(CN)가 운영하던 여객 부문만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다. 비아 레일에는 모두 19개 노선이 있는데 우리가 탄 캐내디언 라인은 토론토(Toronto)와 밴쿠버를 3일하고도 11시간에 달리는 가장 긴 노선이다. 그것도 이틀에 한 차례씩만 다닌다. 기차에 오르니 차장이 우리를 침대칸으로 안내하더니 샴페인 한 잔씩을 건네준다. 소위 웰컴 드링크에 기분이 좋아졌다.  

 

비아 레일은 그리 빠르게 달리지를 않는다. 재스퍼까지 직접 운전하면 승용차로 9시간 걸리는 거리를 기차는 18시간 30분이나 달린다. KTX에 익숙한 우리에겐 실로 느림보 운행을 하는 것 같다. 거짓말 좀 보태면 기차가 달리는 속도가 사람이 뛰는 속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해도 되겠다. 어차피 바삐 움직이기 위해 재스퍼를 찾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빠른 템포에만 맞추어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소걸음 인생도 때로는 필요하리라.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이 산속을 달리는 기차가 칙칙푹푹 하얀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키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캐나다 철도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소위 ‘Sea to Sea’라 불리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말이다.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가 한창 부설되던 시기인 1880년대에 태평양 철도 회사의 사장이었던 반 혼(Van Horne)이란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멋진 로키의 경치를 가져다 보여줄 수 없다면 아예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수밖에요.” 그의 호언장담에 장단을 맞추듯 우리도 로키로 들고 있었다

 

이 열차에는 일반 객실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여행하는 만큼 침대칸처럼 편안하지는 않다. 침대칸을 이용하면 낮에는 라운지에 앉아서 넓은 창문을 통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봉우리를 볼 수 있고, 밤이면 침대에서 두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다. 물론 침대칸은 상당히 비싸다. 그래도 이 열차의 특색은 돔카(Dome Car)에 있지 않을까 싶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는 돔카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다.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들고 스쳐 지나가는 황홀한 설경을 맘껏 즐기면 된다. 물론 식당칸에서 제공하는 하루 세 끼 식사도 포함되어 있다. 처음엔 무척 지루하겠다 싶었는데 마음대로 움직이며 이곳저곳 구경할 수 있어 지루할 새도 없이 목적지인 재스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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