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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산에 들다 - 한국

by 보리올 2014. 7. 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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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전현직 임원들이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축령산으로 산행을 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도 왕년에 회사 산악회 활동을 열심히 했던터라 서슴없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반가운 얼굴들을, 그것도 산에서 만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원주에서 차를 가지고 출발했다. 나름 일찍 출발했기에 너무 빨리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엄청 여유를 부렸다. 그런데 수동면을 지나면서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축령산 입구부터는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령산을 찾다니 이 산이 그렇게 유명했단 말인가?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는 인파가 끝이 없었다. 길 한쪽으론 엄청나게 많은 관광버스가 마치 열병식을 하듯 줄지어 서있었다. 결국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에서 나를 기다리던 일행들을 먼저 올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산길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번인가 정체 현상도 빚었다. 캐나다에선 하루 종일 걸어도 열댓 사람 마주치면 많이 만났다 하는데 여긴 진짜 별세계였다. 앞서 간 일행들을 따라 잡기 위해 빨리 올라가고 싶었지만 속도를 낼 수가 없으니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걷다가 잠시 틈이 생기면 추월하기를 얼마나 했던가. 해발 886m의 축령산 정상에 도착했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축령산 정상에서 기다리겠다던 일행들이 보이질 않는다. 정상이 사람들로 붐벼 기다릴 공간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서리산 쪽으로 한참을 더 걸은 후에야 길가에 점심상을 차린 일행들을 만났다. 단체로 주문한 도시락 하나를 받았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았다.

 

막걸리 한 잔씩 걸치자 굳이 힘들게 서리산까지 갈 필요가 있냐고 딴지를 거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야 예정대로 갔으면 했지만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결국은 다수의 의견에 따라 중간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은 좀 한산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조그만 계류를 만났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다들 계곡으로 내려서 물에 발을 담갔다. 시원한 기운에 피로가 절로 가시는 것 같았다. 캐나다에선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이런 낭만이 살아 있어 좋았다. 이런 게 산꾼들의 신선놀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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