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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노, 겨울 바다를 만나다

여행을 떠나다 - 캐나다

by 보리올 2012. 10. 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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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노(Tofino)는 밴쿠버 섬(Vancouver Island) 서해안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태평양 망망대해에 면해 있어 까치발을 하고 보면 멀리 한국도 보일 것 같았다. 상주 인구라야 2천 명도 되지 않는 이 작은 마을이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주에선 제법 유명한 관광명소다. 서핑(Surfing), 카약(Sea Kayaking)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고, 바다로 나가면 어렵지 않게 고래도 구경할 수 있다. 거기에 퍼시픽 림(Pacific Rim) 국립공원의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어 사람을 끄는 매력이 넘치는 그런 곳이다.

 

우리는 사실 다른 매력을 찾아 겨울에 토피노를 찾았다. 제대로 된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간 것이다. 이곳 토피노는 11월부터 2월까지 시속 100k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이 분다. 이 강풍이 만든 10m짜리 파도가 토피노 해변을 강타하는 것이다. 이 파도가 사람을 부르고 우리도 그 소문에 끌려 토피노 해변을 찾았다. 태평양에서 겹겹이 밀려오는 드센 파도와 그 파도가 만드는 엄청난 합창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토피노는 섬 동쪽 반대편에 있는 나나이모(Nanaimo)에서도 서너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다. 섬을 가로질러 첩첩산중을 한참 달려가야 한다. 겨울철에 눈이 오면 종종 길이 끊기기도 하는 오지에 속한다. 토피노에 도착해 먼저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걸어서도 금방 돌아볼 수 있을 정도. 바닷가에 예쁜 집들이 세워져 있어 아름답다는 느낌이 절로 인다. 야영장에서의 만찬을 위해 해물을 구하려 했지만 해산물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아 버렸다.

 

 

 

토피노 인근의 통퀸 비치(Tonquin Beach) 공원을 찾았다. 울창한 숲속 판자길을 10여 분 걸어 해변에 도착했다. 공원이라 불리기엔 규모가 좀 작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고운 모래가 단단히 뭉쳐 있어 해변을 걷기에 편했다. 바닷가를 걸으며 밀려오는 파도에 발이 젖을까 펄쩍펄쩍 뛰는 일행들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들 같다. 어른이라고 동심이 다 없어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해가 수평선에 내려 앉을 즈음, 멕켄지 비치(Mackenzie Beach) 캠핑장에다 텐트를 치고 본격적인 야영 준비를 했다. 모닥불을 지피니 한결 야영 분위기가 난다. 한식으로 준비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시 한 수 읊는 시간을 가졌다. 배가 좀 꺼진 것일까. 소고기 스테이크는 언제 먹냐고 성화가 심하다. 야영의 백미, 즉 모닥불에 구운 소고기 한 점에 와인 한 잔씩 기울이는 낭만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신나는 밤을 위해 따로 준비한 고구마와 감자도 모닥불로 던져졌다.

 

 

 

 

밤새 우르렁거리는 파도 소리에 나도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엄청난 소리에 심장이 떨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사람도 나왔다. 어쨌든 토피노에서의 새날이 밝았다. 둘째 날은 해변을 걸으며 겨울 바다를 만끽하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일종의 바다 트레킹이라고나 할까. 10km 모래사장을 걷는 것은 산속을 걷는 트레킹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그 나름대로 즐길거리가 많았고 퍽이나 낭만적이었다. 거기에 10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이라니? 이렇게 긴 해변은 난생 처음 걷는다고 다들 이구동성이다. 고운 모래로 다져진 해변이라 아예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걷는 사람도 나왔다.

 

 

 

3, 아니 4~5층으로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는 장관이었다. 태평양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내심 흥분이 일었다. 거센 파도를 벗삼아 걷다 보니 10km 해변길도 금방 끝나고 말았다. 그 긴 해변에 우리만 있다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목적지로 삼은 롱 비치(Long Beach)가 가까워지자,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도 만났고 이 추운 겨울에 서핑을 즐기러 온 젊은이도 보였다. 천천히 해변을 거니는 그들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바닷가를 벗어나 피크닉 테이블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는 유클루렛(Ucluelet)으로 향했다. 토피노와 더불어 이 지역의 관광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었다. 마을 중심에 있는 선착장에 들러 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구경을 마쳤다. 길을 서둘러 나나이모에서 밴쿠버행 페리를 탔다. 점점 멀어지는 밴쿠버 섬을 바라보며 꿈같은 1 2일의 토피노 겨울 바다를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 여행 요약 >

Ü 여행일 : 2009. 2. 15 ~ 2. 16 (1 2)

Ü 차량편 : 승용차 두 대에 분승

Ü   : 캠핑장에서 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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