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국립공원 ; 소차 트레일
보베츠(Bovec)가 속한 트리글라브 국립공원(Triglavski Narodni Park)은 슬로베니아에 단 하나뿐인 국립공원이다. 크지 않은 국토에 4%의 땅을 국립공원에 할애한 것이다. 공원 규모는 예상보다 꽤 큰 편이었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두 배 가까운 880㎢의 면적에 웅장한 바위산과 협곡, 호수, 동굴, 폭포를 두루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고 슬로베니아 최고봉인 해발 2,864m의 트리글라브 산(Mount Triglav)을 보듬고 있어 슬로베니아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공원 안에는 400km가 넘는 하이킹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내가 보베츠 인근에서 하루 걸은 소차 트레일 (Soca Trail)은 오스트리아를 출발해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를 거쳐 아드리아해에서 마무리하는 알페 아드리아 트레일(Alpe Adria Trail)의 일부분이다. 세 국가를 관통하는 750km 길이의 장거리 트레일이 소차 밸리를 지난다는 말이다.
보베츠의 캠핑장 관리인에게 소차 트레일에 대해 문의하니 트레일 길이가 만만치 않으니 아침 일찍 출발하는 첫차를 타라고 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보베츠에서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는 노마고(Nomago)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크란스카 고라(Kranjska Gora)까지 하루 2번 왕복한다. 소차 강 발원지까지 가면 보베츠까지 25km를 걸어내려와야 한다고 해서 중간에 있는 소차 빌리지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보베츠까지는 소차 강을 따라 10km 정도 내려간다. 계곡 아래로 내려가 소차 강을 만났다. 강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물이 무척이나 맑았고 수량도 제법 많았다.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모습에서 힘이 느껴졌다.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강물 색깔도 마음에 들었다. 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카약을 즐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8시간을 걸어 캄프 리자(Kamp Liza) 캠핑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하루 일정을 끝내는가 했는데, 보베츠까지는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다시 30분 아스팔트 위를 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