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모어 로지에서 편하게 하루 묵었다. 밴프로 출발할 때까진 설퍼 산 뒤에 있는 선댄스 캐니언(Sundance Canyon)에서 마지막 스노슈잉을 즐기려 했다. 그런데 그 동안 우중충했던 지난 이틀과는 달리 구름 사이로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날은 곤돌라를 타고 설퍼 산에 올라 밴프 주변 산세를 음미하고 고봉들이 펼치는 순백의 향연을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일행들의 동의를 얻어 급히 방향을 설퍼 산으로 바꿨다.   

 

날씨는 내 기대만큼 그렇게 화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밴프를 둘러싼 봉우리들을 둘러보기엔 충분했다. 산자락을 온전히 보여준 것만 해도 어딘가. 산 봉우리 정상은 대부분 하얀 눈으로 덥혀 있었지만, 중턱 아래로는 눈이 많이 녹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나머지 눈도 조만간 녹아 없어질 것이란 의미 아니겠는가. 4월에 눈 구경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걸어 1902년부터 1933년까지 기상관측소로 사용했다는 조그만 건물까지 다녀왔다. 우리가 스노슈잉을 하려 했던 선댄스 밸리가 바로 아래 내려다 보였다.

 

 

 

 

 

선댄스 지역은 이미 설퍼 산에서 충분히 감상하였기에 마지막 산행지를 바꾸기로 했다. 퍼뜩 머리에 떠오른 곳은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에서 오르는 아그네스 호수(Lake Agnes). 다행히 나를 뺀 일행들 중에는 겨울철 아그네스 호수를 본 사람은 없었다. 레이크 루이스도 꽁꽁 얼어 있었다. 날씨가 맑아 호수 뒤로 빅토리아 산(Mt. Vicoria)이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스노슈즈를 들고 레이크 루이스 얼음 위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러 호수(Mirror Lake)까지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았지만 3km 거리가 내내 꾸준한 오르막 구간이었다. 머리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날 때가 되어서야 미러 호수에 닿았다. 급격히 솟은 빅 비하이브(Big Beehive)가 성긴 머리를 가진 정상부를 드러내며 우리를 맞는다. 얼마를 더 오르자 시야가 확 트이며 페어뷰 산, 애버딘 산, 르프로이 산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리틀 비하이브 가는 것은 생략했다. 갈림길에서 직진해 아그네스 호수 곁에 지은 티하우스에 도착했다.

 

 

 

아그네스 호수를 처음 본 일행들 입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우리 뒤로는 보 밸리(Bow Valley) 건너편으로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과 설산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 시선을 강하게 잡아끈 것은 꽁꽁 얼어붙은 호수면에 펼쳐진 설원과 그 뒤에 위압적으로 솟은 악마의 엄지 손가락(Devil’s Thumb), 그 오른편에 자리잡은 화이트 산(Mt. Whyte)이었다. 이 장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우린 그저 좋다, 좋다 소리만 연발하고 말았다. 스노슈즈를 신고 설원을 달려 마지막 남은 열기도 발산하고, 티하우스 아래서 쭈구리고 앉아 자칭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사흘간 스노슈잉 일정이 막을 내렸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8.12 1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영상에서 본 호수가 보리올님 사진에서 얼음으로 변했습니다...에베레스트편을 마지막까지 읽고 여기로 왔더니 눈이 시원해지네요...흙먼지 나는 길이 삭막해 보였거든요...^*^

  2. 보리올 2013.08.13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캐나다 로키 영상에서 나왔던 아그네스 호수가 맞습니다. 여름 풍경과 겨울 풍경이 엄청 다르죠? 겨울에는 여길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Ü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 다시 레이크 루이스 호수로 향했다. 어제보다 하늘이 맑아 다행이었다. 해발 1,732m 있는 호수라지만 그런 고도감은 전혀 느낄 없다. 빅토리아 정상은 구름에 가렸지만 산세는 충분히 읽을 수가 있었다

 

 

 

 

Ü 모레인 호수(Moraine Lake) : 모레인 호수의 풍경도 어제완 사뭇 다르다. 텐픽스 계곡(Ten Peaks Valley) 눈에 들어온다. 구름은 많긴 했지만 봉우리를 가리진 않아 고마운 마음으로 풍경을 즐겼다 

 

 

 

 

Ü 크로우푸트 빙하(Crowfoot Glacier) : 까마귀 발같이 생겼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원래는 발가락이 개였는데 빙하가 녹으면서 맨아래에 있던 발가락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고 한다. 그것도 일종의 빙하의 후퇴에 해당되리라.

 

 

Ü 페이토 호수(Peyto Lake) :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 서미트(Bow Summit) 북쪽에 있는 전망대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밴프 지역에서 활동했던 사냥꾼이자 안내인이었던 페이토(Bill Peyto) 이름을 땄다. 여름에 빙하가 부순 돌가루가 호수로 유입되어 특유의 청록색 빛깔을 띤다. 신비로운 색감에 오리발 같은 형상의 호수가 무척 아름답다. 레이크 루이스나 모레인 호수와는 다른 느낌이다.

 

 

 

 

Ü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s) : 애서배스카 빙하의 일부를 스노코치(Snocoach) 불리는 설상차를 타고 오른다. 이곳은 엄청난 빙원이 존재하는 곳으로 캐나다 로키 관광의 역활을 하고 있다. 빙하 아래를 방문하면 빙하가 녹아 없어진 연도를 확인할 있는데 점점 녹는 속도가 빨라짐을 우리 눈으로도 식별할 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Ü 모레인 호수(Moraine Lake) : 레이크 루이스와 아름다움 측면에서 쌍벽을 이루는 호수로 레이크 루이스에서 그리 멀지 않다. 겨울이면 접근로를 폐쇄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 진입로에 눈이 많으면 문을 여는 시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올해는 운이 좋게도 일찍 문을 열었다. 하지만 호수엔 얼음과 눈이 많아 아름다운 진면목을 보긴 이르다. 더구나 구름이 잔뜩 끼어 텐픽스(Ten Peaks) 모두 가려 버렸다. 아쉬웠다

 

 

 

Ü 밴프(Banff) : 캐나다 로키에 오게 되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야영에 필요한 물품도 사고 서울관에서 한국 음식으로 입맛을 돋구기도 한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 묵지는 못해도 안으로 들어가 한번 둘러볼 시간을 가졌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호텔답게 격조가 높아 보였다 

 

 

 

 

 

 

Ü 폭포(Bow Falls) : 여기도 얼음이 녹아 강물의 흐름을 수가 있었다. 낙차가 크지 않은 폭포도 모습을 드러냈다. 눈이 녹는 시즌이라 수량도 많았다 

 

 

 

Ü 캔모어(Canmore) : 밴프에서 차로 15 거리에 있는 도시. 국립공원 경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개발이 자유로운 편이다. 비싼 밴프의 숙박료를 피해 캔모어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차만 있다면 전혀 불편할 것이 없다. 캔모어 주변에도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모니카 2012.12.23 0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색감이 절묘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다양한 빛이 연출하는 색의 조화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2. 보리올 2012.12.25 0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 로키 사진은 아직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산에 올라 찍은 수 많은 아름다운 미미지들이 제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3. 설록차 2013.09.06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뒷 배경이 되는 산의 모습이 어떤지에 따라 호수 분위기가 달라지네요...역시 병풍이 좋으면 주인공 인물이 더 빛나는 법입니다...^*^

  4. 보리올 2013.09.10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나다 로키엔 아름다운 호수들이 엄청 많습니다. 그 유명한 루이스 호수나 모레인 호수도 그 중 하나일뿐이죠. 아마 접근성이 좋아 그렇게 유명해졌을 겁니다.

 

지난 3월의 패키지 여행은 겨울 끝자락에 로키를 방문했기 때문에 쌓이고 꽁꽁 얼어붙은 풍경만을 보았다. 더구나 여행사 일정에 그대로 따라야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갖을 수가 없었고 캐나다 로키의 극히 일부만을 보았다. 로키와의 대면이란 상징적 의미 외에는 이렇다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로키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렌트카를 이용해 혼자 오붓하게 다녀오는 방식을 택하게 것이다. 잠은 텐트를 가져가 야영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운신이 자유로웠다. 2006 5 20, 이른 새벽에 출발해 밤새 운전을 덕분에 늦은 아침부터 로키 구경에 나설 있었다. 로키에서도 아침 일찍 서둘러 하루를 무척 길게 사용하였다. 3 낮을 로키에 머무르면서 바삐 다닌 덕분에 짧은 일정임에도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곳은 대부분 보지 않았나 싶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에도 밤샘 운전을 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맘대로 있어 마음이 편했고, 5월의 야영도 그리 춥지 않았다.  

 

Ü 로저스 패스(Rogers Pass) :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가 로저스 패스를 지나기 때문에 밴프 방향으로 때는 예외없이 여기를 지난다. 글레이셔(Glacier) 국립공원의 중심지 역활을 하며 이곳에서 출발하는 하이킹 트레일도 있다

 

 

 

 

 

Ü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 : 오하라 호수와 더불어 요호(Yoho)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호수다. 5 들어 호수의 얼음이 모두 녹아 에메랄드빛 물색이 드러났다. 빨간 카누 척이 호수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을 보니 폭의 그림을 보는 했다. 호수에 비치는 험봉의 반영도 볼만 했다.

 

 

 

 

 

 

Ü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 : 격류가 바위를 뚫어 만들었다는 다리. 눈이 녹아 바위 틈새로 콸콸 흐르는 물줄기를 수가 있었다 

 

 

Ü 컨티넨탈 디바이드(Continental Divide) : 대륙분수령이라 불리는 지점으로 물줄기를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지정학적으로 엄청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알버타(Alberta) 주와 비시(BC) 주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Ü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 얼음이 모두 녹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청록색 물색을 드러낸 부분이 많아졌다. 캐나다 로키를 대표하는 풍경 하나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딸이었던 루이스 공주의 이름을 명명을 , 여왕의 이름을 빅토리아 산에서 녹아 내린 물을 보듬고 있다 

 

 

 

Ü 샤토 레이크 루이스(Chateau Lake Louise) : 태평양 철도회사에서 캐나다 로키 관광을 위해 지은 고급 호텔 하나. 밴프 스프링스 호텔과 재스퍼 파크 로지와 더불어 로키 안에서는 최고급 호텔군을 형성한다. 호텔 모두 페어몬트(Fairmont) 호텔 그룹에 속한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9.05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한 장 한 장이 캐나다 관광화보를 보는듯합니다...티룸 창 밖으로 보이는 루이스호수가 멋지네요...전 세계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곳을 찾아가는 프로에서 빅토리아 산과 루이스 호수를 보았어요...그 땐 보리올님 사진을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ㅎㅎ

  2. 보리올 2013.09.10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것 재미있겠는데요. 루이스 호수는 워낙 유명해 캐나다 로키를 오시는 분들은 누구나 보고 가시죠.

 

 

14.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 :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에서 10불짜리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고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으로 향했다. 캘거리 올림픽 파크에 이어 다시 스키장에 우리를 풀어놓는 이유를 없었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니면 겨울철에는 그만큼 볼거리가 없다는 의미인가? 주변 산세들이 웅장해 보여 여길 들른 것이 나쁘진 않았다.

 

 

 

 

 

 

15.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 : 알버타(Alberta) 주에서 비시(BC) 주로 다시 들어와 요호(Yoho)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에메랄드 호수 역시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멀리 크로스 칸트리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보인다. 기념품 가게는 문을 열었는데 에메랄드 로지는 문을 닫은 사람 기척이 없었다.

 

 

 

 

 

 

 

16.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 : 킥킹 호스(Kicking Horse) 강의 격류가 커다란 바위에 구멍을 아래로 흐르고 위를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눈이 쌓이고 물길은 모두 얼어 우리 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17.   로저스 패스(Rogers Pass) : 캐나다 로키와는 동떨어져 있는 이곳은 글레이셔(Glacier) 국립공원에 속한 고개로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가 지난다. 해발 고도는 1,330m. 설커크(Selkirk) 산맥에 속한다. 공원 안내소와 로지, 주유소가 있지만 주유소만 빼고 모두 문을 닫았다 

 

 

18.   라스트 스파이크(Last Spike) : 레벨스톡에서 하룻밤을 자고 밴쿠버로 돌아오면서 잠시 들른 역사 유적지다.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면서 쪽은 캘거리에서 로키를 넘어 공사를 오고 밴쿠버에서 시작해 동으로 향하던 하나의 부설작업이 여기서 만나 마지막 대못(스파이크) 박은 곳이다. 1885 11 7일에 일어난 사건은 철도사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 동부와 서부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캐나다 역사에서도 철도가 차지하는 역활이 컸기에 중요한 유적이 되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9.12 0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박 4일 일정에 이틀은 꼬박 버스로 달려야 한다면 로키를 보는 시간이 2일 뿐...말씀대로 로키 맛보기이네요..그래도 (산악인이 아닌) 일반 사람은 멋진 풍경을 실컷 보았겠습니다...^^

  2. 보리올 2013.09.14 1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마간산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여행이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겠지요. 그 후로 이런 여행을 따라간 적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