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이(Maui) 섬에 있는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a National Park)은 산정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로도 유명하지만 분화구 내부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 또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할레아칼라 분화구의 둘레가 무려 34km나 되니 그 크기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걸을 코스는 할레아칼라 방문자 센터가 있는 해발 2,969m 지점에서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Sliding Sands Trail)을 타고 분화구 바닥으로 내려간다. 그 다음에는 할레마우우 트레일(Halemauu Trail)을 이용해 공원 도로와 만나는 할레마우우 트레일헤드에서 산행을 마친다. 총 길이 18km의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리 힘이 들진 않았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 원주민 부족의 말로‘태양의 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우이의 한 부족장이 일몰을 늦추기 위해 올가미로 태양을 낚아 이곳에 붙들어 맸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해발 3,000m 가까운 고소에 있기 때문에 약간 숨이 가픈 듯 했다. 길은 처음부터 줄곧 내리막이었다. 1790년에 마지막으로 분화한 할레아칼라 화산은 큰 분화구 안에 크고 작은 새끼화산들이 포진해 있었다. 다시 말해, 시간을 달리한 여러 개 화산이 한 지역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분화구를 내려다 보는 조망이 아주 뛰어났다. 낮게 깔린 아침햇살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여긴 누렇고 저긴 붉은 색조를 띈 지형이 나타났고, 어느 곳은 짙은 갈색을 띄고 있었다. 영화 <마션>에 나온 화성의 모습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독특한 풍경에 시종 입을 다물기 어려웠다. 산기슭에는 실버스워드(Silversword)라 불리는 은검초(銀劍草)가 자라고 있었다. 해발 2,100m 이상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식물이다. 평생 딱 한 차례 꽃을 피우곤 죽는다 해서 문득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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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vale 2016.07.13 0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할라아칼라 분화구는 두번 가봤는데 하이킹은 정상에서 시작되는 초입부만 살짝 맛만보고 와서 작은 분화구 (cone 같은건가요?)는 직접 보지 못 했는데 사진으로 봐도 멋지네요. 실제로 보는거랑 사진이랑 많이 다른데 저는 달 분화구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같이 산행을 다니시는 일행이 있으셔서 부럽습니다. 하나쪽으로 좀 더 가서 대나무 많이 있는 그쪽 할라야칼라 하이킹도 가셨나요? 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나는데 폭포 있는 쪽이요.
(사족이지만 덕분에 crater lake에서 선착장 내려가는 하이킹 잘 다녀왔습니다. 굉장히 아름답더라구요)
할레아칼라 분화구는 트레킹하기 참으로 좋은 곳이더군요. 전 이번이 처음인데 벌써 두번이나 다녀오셨네요. 하나 하이웨이를 타고 할레아칼라가 바다를 만나는 지점까지 갔었는데 기대보다 못 해 그냥 돌아섰습니다. 언제 밴쿠버도 놀러오세요. 제가 하이킹은 안내해 드릴 수는 있거든요.
저희 동네에서 오하우랑 마우이 직항이 좀 많은데 다른섬들은 가격이 비싸서 가던데만 자꾸가게되서요. 찾아보니 pipiwai trail이네요. 입구까지 갔는데 벌써 해가 저물때가 되서 다시 하나를 빠져 나오느라 못 가보고 와서 아쉬웠는데 기대보다 못했다고 하시니 좀 위안이 되는걸요. :-) 밴쿠버도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고 알고 있는데 언젠가는 가봐야 할 도시중에 하나로 리스트에 있습니다. 좋은곳에 사시네요.
마우이로 가는 직항이 있군요. 하와이는 주내선 항공권이 의외로 비싸서 여러 군데 다니기가 부담가죠. 피피와이 트레일은 저희도 가질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지루한 하나 하이웨이에 지쳐 차밖으로 나오지도 않더군요.
박하하 2017.10.12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리올님, 할레마우우 트레일(Halemauu Trail)헤드에서 산행을 멈추고 다시 주차된 곳으로 어떻게 돌아오면 되나요? 18km면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내년 1월 말에 마우이 갈건데요. 사진을 보니 일출보고 나서 가볼까 싶습니다.
저희는 차량이 두 대라서 양쪽에 한 대씩 주차를 해놓았습니다. 현지 여행사에 픽업을 미리 예약해놓는 수도 있더군요. 그것도 아니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차량을 히치하이킹 하던가요. 걸어가기엔 좀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