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은 방 위층이 주방과 식당이라 밤새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신경이 곤두선 채로 밤을 보냈다. 전기도 없는 깜깜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몸을 뒤척거리는 짜증을 누가 알까.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대충 씻고 6 30분에 식당으로 갔더니 아무도 없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부엌에서 잠자는 사람을 깨워 아침 준비를 부탁했다.

 

배낭 여행을 온 학생들과 작별을 하곤 길을 나섰다.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화창해졌다. 한국의 늦가을 날씨처럼 기온이 서늘해졌다. 날씨가 산행에는 아주 좋았다. 1시간 반 걸려 데우랄리(Deurali)에 도착했다. 어디서나 한국사람이냐고 물어오는 네팔 사람들. 데우랄리 어느 찻집에서도 우리에게 한국인이냐 물어온다. 그 덕분에 그 집은 우리에게 차 두 잔을 팔 수 있었다. 뜨거운 차 한 잔에 피로가 좀 풀리는 듯 했다.

 

데우랄리를 지나면서 해발 3,200m를 넘었다. 고소 증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고도가 된 것이다. 동생 컨디션을 유심히 살펴 보았으나 아직은 거뜬해 보인다. 햇빛은 따가웠지만 숲속을 걷는 경우가 많아 그리 덥지 않았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땀도 훨씬 줄었다. 히말라야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MBC, 3,700m)까진 꾸준한 오르막. 통상 4시간 걸린다는 거리를 우리는 유유자적하며 5시간에 주파했다. 누리가 MBC에는 숙소가 없으니 ABC까지 올라야 한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MBC에 숙소를 잡고 점심을 먹은 후 ABC를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누리만 더 고생을 하게 되었다. 근데 누리가 급했던 모양이다. 여기저기 다시 알아보더니 어느 로지에 방 대신 마당에 쳐놓은 텐트를 150루피에 묵으라 한다. 우린 당연히 그러마 했다.

 

다시 배낭을 들쳐 메고 ABC로 향했다. 우리 앞으론 안나푸르나 주봉과 남봉이 나타났고 뒤로는 마차푸차레가 버티고 서있다. 멀리서 볼 때보다 마차푸차레의 위용이 훨씬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두 시간을 걸어 ABC에 도착했다. 동생의 고소 적응 상태부터 확인했는데 이 친구 멀쩡하다. 히말라야에서는 쉬운 코스라 하지만 첫 방문인데도 이리 쌩쌩하다니? ABC에 있는 로지에서 차 한 잔을 시켰다. 간판에 한글을 병기해 놓아 반가운 마음에 일부러 들어온 것이다.

 

여기서 일몰을 보고 갈까 했지만 너무 어두워지면 하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해가 남아 있을 때 하산을 시작했다. 붉게 물든 봉우리를 앞뒤로 보면서 그 장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뒤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주봉보다 오히려 앞에 있는 마차푸차레가 훨씬 멋져 보였다. 로지엔 프랑스 트레커들로 북적거렸다. 저녁을 먹고 식당에 남아 이야기 좀 하고 자려 했더니 포터들이 잠자겠다고 자리를 비워 달랜다. 그래서 8시도 되기 전에 텐트로 돌아왔다.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프랑스 친구 한 명이 텐트를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해서 이야기를 중단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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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고호 2013.05.07 1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서도 엄청난 크기의 산이 느껴지는군요ㅋ
    abc캠프라면 저도 한번 올라본 경험이 있어 무척 그립게 만드는 사진이네요ㅎㅎ

  2. 보리올 2013.05.08 0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BC를 다녀오셨으면 안나푸르나 연봉과 마차푸차레의 위용을 직접 느껴보셨겠네요. 히말라야 어딜 가나 인간이 참으로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본격적으로 고소로 진입하는 날이다. 나야 그런대로 버틸 것이라 생각하지만 히말라야가 초행인 동생에게는 긴장되는 순간이리라. 천천히 걸어라, 물을 많이 마시라고 동생에게 당부를 했다. 촘롱(Chomrong)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었다. 숨이 턱까지 찬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걸었다. 길가에 있는 조그만 가게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음료수를 가져다 우리 앞에 놓고는 한국인이냐 묻는다. 병따개를 들고 우리 앞에서 배시시 웃는 아주머니. 별 수 없이 콜라 두 병을 팔아 주었다. 이런 상술을 가진 귀재가 이 깊은 산중에 은거하고 있었구만.  

 

촘롱까지 2시간 30분 걸린다고 표지판에 쓰여 있었지만 우린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 빨리 걸었다는 의미인가? 우리보다 더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었나? 아무래도 소요 시간을 너무 길게 잡은 모양이다. 촘롱에서 시누와(Sinuwa)까지도 오르막 길이 만만치 않았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데, 이런 산길이 히말라야에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구간이다. 오늘도 햇볕은 쨍쨍하다. 지도상으로 보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절반 정도 오지 않았나 싶다.

 

치누와에 있는 매점에서 동생이 제법 가격 흥정을 잘 한다. 이 친구는 히말라야가 처음인데도 나보다 한 수 위다. 1리터에 45루피 달라는 것을 흥정을 해서 30루피에 사왔다. 라면 끓일 물까지 공짜로 얻어온 솜씨에 내심 감탄을 했다. 손보사 지점장을 거쳐 보험으로 자수성가한 친구라 흥정이라면 한 가닥하는 구석이 있었다. 어제 지누단다에서는 병맥주와 생수를 팔지 않았다. 환경보전지구(ADAC)라는 핑계로 캔맥주를 병맥주 가격에 팔았고 생수 대신 끓인 물을 1리터에 40루피씩 받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곳 상인들의 담합이 아닌가 싶었다. 다른 지역은 그런 유치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속은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지만 이미 지나쳤으니 어쩌랴.

 

밤부(Bamboo)가 가까워오면서 대나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염소에게 대나무 잎을 먹이는 목동도 만났다. 밤부에서 포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려는 도반(Dovan)이나 히말라야(Himalaya)에는 빈 방이 없다니 여기서 묵자고 한다. 어찌 방이 없는 것을 알았냐 물었더니 밤부 로지 주인이 그런다고 했다. 그래서 로지 주인을 불렀다. 얼굴이 반반한 여주인이 나타나 그냥 “Many many people”이라 한다. 어이가 없어 포터에게 방은 내가 구할테니 히말라야까지 가자고 했다. 도반부터는 포터의 발걸음이 빨라져 우리도 덩달아 속도를 냈다.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한 봉우리는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가 전부였으나, 오늘은 마차푸차레 왼쪽으로 강가푸르나와 안나푸르나 3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나푸르나 주봉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도반을 출발할 즈음, 계곡을 따라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우리를 추월해 버린다. 이러다가 비를 맞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비를 맞지 않은 채 히말라야(2,920m)에 도착했다. 9시간 40분의 긴 여정이었다.

 

히말라야엔 사람들로 북적거리긴 했지만 처음 찾아간 로지에서 구석진 방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전기불이 없어 좀 불편하긴 했지만 여긴 히말라야 아닌가. 옆방에 묵고 있던 한국인 대학생 셋이 인사를 해온다. 배낭 여행 중이라는 남학생 하나에 여학생 둘. 젊음과 자유, 배낭 여행이 부러웠다.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우리 테이블로 초대를 했다. 볶음밥과 맥주로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음식값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이제부턴 고도를 높일수록 음식은 점점 비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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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기상해 6 30분에 아침 식사, 7시 출발로 아침 일정을 잡았다. 날씨가 쾌청해 기분이 좋았다. 로지에서 마차푸차레가 빤히 보인다.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렜다. 하늘 높이 솟은 자태는 또 얼마나 수려한지사실 안나푸르나 주봉(8,091m)은 베이스 캠프에 올라야 겨우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반해, 마차푸차레(6,993m)는 트레킹 출발점부터 베이스 캠프까지 줄곧 우리 시야에 들어온다. 마차푸차레는 물고기 꼬리처럼 보인다 해서 피시 테일(Fish Tail)이라고도 부른다. 네팔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산이라 아직 입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샤우리 바자르(Syauli Bazar)를 지나쳤다. 대부분 수확이 끝난 벌판에 뒤늦게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꼬마들이 몰려와 사탕이나 펜을 달라고 손을 벌린다. 없다고 하면 그럼 돈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악의없는 아이들 표정이 귀여워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모니터로 사진을 보여주면 왁자지껄 웃으며 좋아라 한다. 귀여운 녀석들.

 

마오이스트가 나타나 통행료 1,000루피를 수거해 갔다. 아니, 아직도 돈을 받는 마오이스트가 있나? 한 번 점잖게 따져 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모디 강을 따라 올라간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간드룩(Ghandruk)으로 가는 길이고 우리는 오른쪽 좁은 길로 들어섰다. 간드룩으로 가면 고레파니(Ghorepani)를 거쳐 푼힐(Poon Hill) 전망대로 갈 수가 있다. 가끔 푼힐 전망대를 다녀와선 히말라야 8,000m급 고봉을 등정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길이 갈리는 지점에선 예외없이 포터 누리가 우리를 기다렸다가 길을 알려주고는 다시 앞장을 선다. 나이는 좀 들어 보였지만 인상이 참으로 착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햇볕이 점점 강해진다. 땡볕에 오르막을 걷느라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히말라야에서, 그것도 11월 중순에 이렇게 더위에 녹아나고 있으니 누가 알면 엄살이라 하겠다. 빨리 고도를 높여 선선한 지대로 오르는 것이 최선책이다. 오늘 우리가 오르는 고도는 755m라지만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내일부터는 거리보다 고도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뉴 브리지(New Bridge)를 지나 작은 능선 위에 자리잡은 지누 단다(Jhinu Danda, 1,780m)에 도착했다. 입구에 태극기를 걸어 놓은 로지에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었다. 온수를 한 통 사서 샤워를 했다. 저녁 먹을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잤다. 로지 주인과 동생이 대화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그 사이에 둘이 친해진 모양이다. 웰컴(Welcome)을 한국 말로 뭐라 하는지 묻는다. 산 속이라 어둠이 일찍 내려 앉는다. 깜깜한 밤중에 헤드랜턴을 키고 올라오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오늘 아침에 카트만두를 출발해 하루에 여기까지 왔단다. 우와, 의지의 한국인들을 여기서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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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그리고 랑탕 트레킹을 꼽는다. 그만큼 인지도나 유명세에서 앞서는 곳이다. 처음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는 동생을 데리고 어디를 갈까 고민했지만 결론은 금방 났다. 바쁜 회사 생활로 오래 사무실을 비울 수 없는 동생의 입장을 고려해 가장 짧은 코스인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택한 것이다. 해발 고도도 다른 곳에 비해 부담이 적은 4,130m에 불과하다.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반인도 고산병에 대한 걱정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코스가 대개 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다. 이를 줄여서 보통 ABC라 부르기도 한다. 안나푸르나에는 남면과 북면에 각각 베이스 캠프가 있는데 정상에 도전하는 원정대는 주로 북면으로 간다. 물론 안나푸르나 남벽을 타려면 당연히 남면 베이스를 이용하지만 워낙 난코스라 원정대가 그리 많지 않다. 트레킹은 모두 남면 베이스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코스엔 지나치는 마을마다 로지가 많아 어디에서나 숙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야영이나 취사 부담이 없어 너무 편하게 다녀오는 것 아닌가 싶어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비자 수속을 밟았다. 과거엔 길게 줄을 서서 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이번에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난 지난 봄에 받은 비자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수수료 30불을 되돌려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이었다. 네팔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 산꾼 박정헌 대장을 공항에서 만났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다. 공항에 마중나온 장정모에게서 포카라로 가는 국내선 티켓을 받았다. 고맙게도 집에서 김밥을 준비해 왔다. 포카라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국내선 청사에서 박대장과 같이 나눠 먹었다.

 

포카라행 20인승 경비행기가 하늘로 날아 오른다. 날씨가 맑아 설산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포카라로 갈 때 비행기 오른쪽 좌석에 앉으면 이렇게 안나푸르나 연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포카라 공항에서 미리 도착해 있던 포터를 만났다. 이름이 누리라 했던 것 같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나야풀(Nayapul)까지 가자고 흥정을 벌였다. 택시 표식과 미터기가 없는 것을 보아선 무면허 택시임이 분명하다. 1,000루피에 합의를 보았다. 달리는 택시 차창을 통해 붉게 물든 마차푸차레를 볼 수가 있었다.

 

날이 금방 어두워지면서 마차푸차레도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둠을 달려 나야풀에 도착했다. 허름한 매점에서 식빵과 콜라로 일단 허기는 면했다. 나야풀에 있는 로지는 시설이 별로라 비레탄티(Birethanti, 1,025m)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로지를 잡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트레킹 첫날이라 누리를 불러 우리 식탁에서 밥을 먹였더니 이것도 외국인 가격을 받는다. 혹시가 역시가 되었다. 모디(Modi) 강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방에 들어 책을 읽다가 저녁 9시가 넘어 조금 일찍 잠을 청했다.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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