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탐방이 은근히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부실한 아침에 배도 고프고 해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이달고(Hidalgo) 시장부터 찾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안에 있는 먹자 골목에 대해선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시장은 사람들로 넘쳐 흘렀다. 전통 복장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남자 아이들은 예외없이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오늘이 무슨 축제일인가? 그러고 보니 아까 무슨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갑갑증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 한 장을 구해 본격적으로 과나후아토 구경에 나섰다. 우선 눈에 보이는 성당이란 성당은 모두 들어가 보았다. 카톨릭 국가답게 성당의 문턱이 높지 않아 좋았다. 유럽에서 보았던 성당보다 화려하다 말하긴 어려웠지만 멕시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크 양식으로 노랗게 칠을 한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그래도 볼만 했다. 여기에 안치된 성모상은 1557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가 은을 생산해 공급해준 보답으로 과나후아토에 선물한 것이란다.

 

 

 

 

지도에 적힌 번호를 따라 관광지를 두루 돌아 보았다. 많은 길거리 동상과 조각품, 광장을 지나쳤다. 돈키호테 동상 외에는 딱히 그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태어났다는 박물관(Casa Diego Rivera)은 꼭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발길 닿는대로 후아레스 극장(Thatro Juarez)과 우니온 정원(Jardin de la Union)도 지났다. 시민과 관광객이 엉켜 한가롭게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라 파스 광장(Plaza de la Paz)은 시내 중심에 있다 보니 몇 번을 지나친다.

 

 

 

 

 

 

 

과나후아토 대학(Universidad de Guanajuato) 앞은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그런데 이곳은 아침에 길을 잘못 들어 이미 지나갔던 곳이 아닌가. 아침에 본 것은 새벽 시장이 아니라 무슨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길가에 상인들이 먹거리와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카메라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곳도 많았다. 멕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언덕 위에 있는 과달루페(Guadalupe) 성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에는 신에게 바칠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계란을 넣어 오기도 했다. 성당 안으로 향하는 인파를 따라 갔다. 줄이 너무 길고 사람이 많아 한 발짝 앞으로 가는데 몇 분이 걸렸다. 순례에 동참해 성당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한 시간도 더 걸렸다.

 

 

 

 

 

 

 

과나후아토에서 키스의 골목은 꼭 보라 했건만 난 그리 흥미가 없었다. 가난한 젊은 광부와 딸이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버지가 딸을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연인들은 빨간 칠을 한 세 번째 계단에서 키스를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을 당한다고 한다. 오후 3시가 넘자 시내 구경을 서둘러 마감했다. 멕시코 시티로 돌아가기로 했다. 터미널 가는 낡은 버스를 탔다. 요금은 5페소. 여기선 보안 검색을 하지 않는다. 5시간을 달려 멕시코 시티에 닿았다. 소칼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미고(Amigo)란 호스텔에 묵었다. 3인실을 이용했는데 하룻밤에 1인당 210페소를 주었다. 시설도 깨끗하고 이 가격에 아침, 저녁이 포함되어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해인 2013.08.03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베니스의 부라노섬이 연상되는 마을이에요! 형형색색 칼라풀한 집들이 시선을 확 끄는군요!!!!!! 오늘 밤 베니스에서의 여정을 추억하며 잠들어야 할 듯 해요..

  2. 보리올 2013.08.03 1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베니스는 몇 번 다녀왔지만 부라노 섬은 갔던 기억이 없구나. 예전에 베니스 앞바다의 무슨 유리 공예품 만드는 섬에 갔었는데 거기가 부라노 섬인가???

 

칸쿤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3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원래 해변에서 빈둥거리는 체질이 아닌데다가 날씨가 무더워 오래 버티기가 힘이 들었다. 오늘도 시작은 바닷가에서 일출을 맞는 것이었다. 3일 계속해 바닷가 일출을 보고 있는데 질리지도 않는다. 칸쿤 일출이 유별나지는 않았지만 해변을 거닐며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는 것이 그래도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모래사장에 앉아 북을 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무슨 종교 행사가 분명한데 도대체 무엇을 믿는 사람들일까?

 

 

 

호텔 존에서 센트로로 나와 아데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카운터는 아직 열지 않았다. 한데 어디 앉아서 기다릴만한 좌석이 없었다. 명색이 유명 관광지라면서 이런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멕시코행 항공권을 구입할 때 칸쿤에서 멕시코 시티 가는 국내선 구간도 함께 끊으려 했는데, 이 국내선 구간을 넣으니 500불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국내선 구간을 빼고 국제선 노선만 구입을 하고 국내선은 비바 항공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끊었더니 편도 60불을 받는다. 하마터면 꽤 큰 돈을 날릴 뻔했다.

 

또 한 가지 여행팁. 칸쿤 공항에 있는 환전소 환율이 여행객들에게 너무 불리했다. 칸쿤에 도착했을 때 버스비 하려고 50불만 바꾸려 했더니 환전소 아줌마가 자기네는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으니 더 바꾸라 꼬시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캐나다 달러 1불에 10.14페소를 받았는데, 칸쿤 호텔 존의 길거리 환전소에선 12.40페소를 준다. 멕시코 시티 공항의 환전소에서도 12.35페소를 주었다. 100불을 바꾸는데 1,014페소 주는 곳과 1,240페소 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를 택하겠는가? 그 차액 226페소면 길거리 음식 대여섯 번은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니 말이다. 한 마디로 칸쿤 공항은 어리버리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비행기가 칸쿤을 날아 오르자, 옥빛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참으로 바다색이 묘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옥빛 바다를 보기 위해 다시 오고 싶다. 2시간을 날아 멕시코 시티에 닿았다. 멕시코 시티는 예상대로 사람이 많고 시끌법적했다. 칸쿤에 비해 공기는 탁했지만 날씨가 무덥지 않아 좋았다. 공항 안내소에서도 영어로 소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의외로 영어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미국과 접해 있고 많은 인적, 경제적 교류가 있음에도 영어하는 사람이 이리 드물다니 꽤나 의외였다.

 

 

 

 

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지하철은 상당히 잘 되어 있어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일단 노선만 습득하면 이용에 별 어려움이 없다. 환승인 경우는 걷는 거리가 너무 멀어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지하철 한 번 타는 승차권은 단돈 3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이니 부담이 전혀 없다. 지하철을 타고 북부 터미널로 바로 직행했다. 과나후아토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프리메라(Primera)에서 표를 샀다. 5시간 걸린다 하는데 편도 요금으로 430페소를 냈다. 저녁으로 빵과 물을 샀다. 여기는 버스를 타는데도 공항처럼 보안 검색을 한다. 그런데 보안 검색을 마치고 10 m 걸어 과나후아토 행 버스 앞으로 갔더니 여기서 또 한 번의 몸 수색와 짐 검사를 하지 않는가. 아무리 치안이 불안하다 해도 이럴 수가 있는가 싶었다. 검사를 마치고 버스 타는 사람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가 든 봉지를 건넨다. 병주고 약주는 격이었지만 기분은 조금 풀렸다. 그런데 정작 버스가 출발할 즈음엔 보안 요원이 버스에 올라오더니 승객들 얼굴을 하나하나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가는 것이 아닌가. , 내가 졌다. 멕시코에서 장거리 버스 여행 하기 진짜 힘드네.

 

 

 

 

 

자정이 가까워 과나후아토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센트로로 향했다. 지하 터널로 이어진 좁은 길을 한참 달린다. 자정을 넘긴 시각임에도 술집과 공원에는 맥주병을 든 젊은이들로 붐볐다. 치안이 그리 불안해 보이진 않았다. 도심을 둘러보다가 길가에 있는 호스텔을 잡았다. 창문도 없이 방 안에 침대 하나만 달랑 있는 1인실을 150페소 주었다. 아침 일찍 나갈 것이니 잠시 눈만 붙이면 된다. 12시간이 넘는 이동에 피곤해진 몸을 누이고 편히 쉴 수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설록차 2013.07.31 1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릴러 영화 추격신에 나올것 같은 으스스한 터널이네요...한밤이라 걸어가는 사람도없고 혼자 택시를 타고가면 무섭겠는데요...^^ 영어도 안되는데 우리 말까지 엉망이라 부끄럽습니다...ㅠㅠ 무념무상을 거꾸로 쓰다니~ ㅠㅠ

  2. 보리올 2013.08.01 0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나후아토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을 가지고 있어 무척 인상이 깊었습니다. 지하 차도도 인상적이었지만 파스텔 톤의 가옥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있어 저를 매료시켰던 곳이었지요. 새상은 넓고 갈 곳은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