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쓰론 서미트를 올라가지 않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대타로 급히 택한 곳이 바로 이 코튼우드 트레일이었다. 킹스 쓰론 트레일에서 멀지 않아 대타로는 제격이었다. 이 트레일은 과거 모피 교역을 위해 해안 지역으로 가기 위한 루트이자, 탐험이나 광물 탐사를 위해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었다. 산행 목적으로 만든 트레일의 전체 길이가 85km로 보통 4일에서 6일은 잡아야 하는 백패킹 코스다. 캐슬린 호수에서 출발해 데자디시 호수까지 한 바퀴 돌아나온다. 트레일로 진입하는 곳과 트레일에서 나오는 곳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미리 차량 안배를 해야 한다. 중간에 있는 루이스 호수(Louise Lake) 캠핑장까지 다녀오려고 해도 왕복 30km에 이르니 적어도 이틀은 잡아야 한다.

 

굳이 이 코스를 당일로 다녀오려면 고트 크릭(Goat Creek)을 지나 5,5km 지점까지만 가는 것이 좋다. 왕복 11km 거리로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다. 우리도 여기까지만 다녀왔다. 오른쪽으로 캐슬린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 보며 걸을 수 있고, 멀리 루이스 호수의 모습도 보인다. 사카이 호수(Sockeye Lake)로 연결되는 계곡도 볼 수 있는데, 이 사카이 호수는 코캐니 연어(Kokanee Salmon)가 회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코캐니 연어는 홍연어라 불리는 사카이 연어의 변종이다. 강 하류에 댐이 생기면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연어들이 캐슬린 호수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사카이 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변화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코튼우드 트레일은 무척 평화로웠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산길도 푹신푹신해 너무 좋았다. 비가 내린 후라 숲에서 풍겨져 나오는 약간 비릿한 내음도 기분을 맑게 했다. 나무도 그리 크거나 굵지 않은 관목이 많았다. 그 덕분에 노랗고 붉은 색조를 많이 띄고 있었다. 붉은 이파리를 자랑하는 파이어위드(Fireweed)와 빨간 열매를 맺은 번치베리(Bunchberry)도 산색 변화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것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축복이자 행복이었다. 단풍 외에도 우리 눈길을 끄는 것이 또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숲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버섯이었다. 비늘 문양을 지닌 삿갓 형태의 버섯이 능이 버섯이라 해서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렇다고 국립공원 경내에서 버섯을 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저 눈에,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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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8 0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 좋은 하루 되시길.

    • 보리올 2014.02.28 0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콘의 풍경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합니다. 북극권에 가까운 동토의 땅이지만 대자연이 살아있는 모습은 실로 대단한 곳이지요.

  2. 설록차 2014.03.05 0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구도의 사진 2장..밑에서 2,3번째 사진...
    이 세상 과 저 세상으로 느껴지는데요...화려한 색이 빠진 아래 사진은 신비롭기도 해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ㅎㅎ

 

캐나다 해안산맥 북쪽에 자리잡은 클루어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은 캐나다에 있는 국립공원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그 면적이 자그마치 21,980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태평양과 북극해에 가까운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생성되었고, 그 빙하가 만든 광할한 계곡이 발달하기도 했다. 우리가 가는 알섹 밸리도 그 중의 하나다. 국립공원 절반 이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다. 산으로 들어가는 트레일도 많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3~4일 일정으로 즐길만한 백패킹 코스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계곡을 흐르는 알섹 리버는 1986년에 캐나다 헤리티지 리버로 지정되기도 했다.    

 

알섹 밸리로 들어가는 산행 기점은 헤인즈 정션 북쪽 10km 지점에 있다. 왕복 58km에 이르는 이 장거리 트레일은 로웰 빙하(Lowell Glacier)를 보러 가는 백패킹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코스로 백패킹에 나선다면 보통 3~4일의 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하루 일정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엔 광물을 실어나르던 옛도로를 따라 걸었다. 등반고도, 즉 엘리베이션 게인(Elevation Gain)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라 전혀 힘들지 않았다. 우리 양쪽엔 넓은 초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냇물을 건너야 했다. 등산화를 벗을까 고민하다가 나무와 돌을 놓고 그 위를 밟아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라 산책나온 것처럼 여유로웠다. 여기도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버드나무와 같은 관목이 많기 때문이다. 풍경에 큰 변화는 없었다. 산길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 쓸쓸하기까지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한 눈에 보기에도 건너기 쉽지 않은 개울이 나타났다. 흙탕물에 수량도 많고 격류도 대단했다.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아 위아래로 다녀보았지만 위험을 무릎쓰고 건너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일행들과 협의해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여기가 5km 지점쯤 되니 왕복 10km를 걸은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두 쌍의 커플을 만났다. 이들은 우리가 건너지 못한 개울을 건넜던 모양이다. 젊은이 둘은 독일에서 왔다고 했고, 중년 커플은 BC 주에서 왔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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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3.02 0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람에 날리는 풀이 인디언 추장 머리처럼 보여서 놀래킵니다...
    찍사는 외로워~입니다그려...ㅎㅎ

    • 보리올 2014.03.02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거기서 인디언 추장의 머리가 떠오른다니 기발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찍사는 늘 혼자 하는 싸움이라 원래 외로운 법입니댜.

  2. 해인 2014.03.02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인디언 추장 머리말고 라이온킹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다시 눈 비비고 똑바로 보게 만드는 사진이네요 :)

    • 보리올 2014.03.0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네 말대로 라이언킹이라 생각하고 보니까 그런 것도 같구나. 이거 줏대없이 인디언 추장 머리라고 하다가 라이온킹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3. 제시카 2014.03.03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같은 사진 보곤.. 자동차에 붙일수있는 머리만 댕글댕글 움직이는 인형들이 바람에 날리는게 생각이났어요..... 전 참 특이한거같아요.. ㅎㅎㅎㅎ 처음에 빠알간 잎들 사진이 정말 이뻐요! CG 같아요 ㅎㅎㅎ

    • 보리올 2014.03.04 0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 설마 밤 새운 것은 아니겠지? 넌 저 사진이 인형으로 보인다니 정말 신기하다. 보는 사람마다 연상하는 게 전부 틀리네.

  4. 안영숙 2015.12.23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오랫동안 침묵,
    이제 2년이 지나서 보니 감개무량하네요,
    사진의 주인공? 이 물 건너다 오른발이 살짝 빠져 밤새 난로
    덕분에 잘 말라서..
    사실 혼자 내 힘으로 했으면 무사했을텐데 .

    Yukon의 가을풍경, 또다른 색갈이 오랫동안 가슴에
    찐하게 물 들어 있습니다, ,영원히 고맙고 ! 기회주심에.

    • 보리올 2015.12.23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월 참 빠르죠? 벌써 2년이 후딱 지나갔으니 말입니다. 유콘은 언제 다시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에도 한번 가보고 싶구요.

 

재스퍼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가 새벽부터 난롯불을 피운다,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설쳐대서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모두들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수면은 충분히 취한 듯 했다. 우리도 아침 준비에 들어갔다. 아침 식사는 내가 준비한다. 설렁탕 면을 끓이면서 거기에 누룽지와 떡점을 넣어 함께 끓였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는 안성마춤이었다. 누룽지의 고소한 맛에 떡점의 질감, 따끈한 국물까지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안 회장이 점심에 먹을 베이글 샌드위치도 준비했다.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고 열량도 충분해 자주 이용하는 점심 메뉴다.

 

스노슈잉에 나섰다. 먼저 오하라 호수를 한 바퀴 돌고나서 오파빈 호수(Opabin Lake)까지 갔다가 올 생각이었다. 레인저 사무실 밖에 걸어놓은 온도계부터 확인을 했다. 현재 기온은 영하 6. 눈발이 조금 날리긴 했지만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레인저 사무실 뒤로 돌아 오하라 호수를 만났다. 석 달만에 다시 보는 것이다. 호수도, 호수를 싸고 있는 봉우리들도 모두 하얗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오하라 호수의 비취색 물빛이 사라진 탓에 가을에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지만 눈의 양은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예전이라면 호수 위에 최소한 1m 가 넘는 눈이 쌓였을텐데 우리가 걸은 곳은 대부분 20cm 내외였다. 여기도 밴쿠버처럼 눈이 적게 내린 것이다. 하지만 스노슈잉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호수 가장자리엔 바람에 날린 눈이 쌓여 제법 깊었다. 시계 방향으로 오하라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흩날리는 눈발에 봉우리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얼굴을 내밀곤 한다. 오하라 호수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의 진면목을 볼 수가 없어 유감이었다. 그래도 오하라 호수의 아름다움을 모두 감추진 못했다. 호숫가에 자리잡은 로지도 눈을 뒤집어 쓴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호수와 로지, 산봉우리가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호수를 도는 중간에 오파빈 호수를 가려 했지만 길이 분명치 않았고 어림짐작으로 눈을 치고 올랐더니 눈에 빠지는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산기슭엔 호수보단 눈이 훨씬 많이 쌓여 있었다. 여기서 눈과 실강이를 하느니 산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맥아더 호수(Lake McArthur)를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3시간을 눈 위에서 보내고 산장으로 돌아왔다. 꺼진 난롯불도 다시 피웠다. 아침에 준비한 베이글 샌드위치를 꺼내 따뜻한 커피를 겯들여 점심을 해결했다. 실내가 훈훈해지면서 다들 식곤증이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두 양반은 침낭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청한다. 나만 홀로 난로 앞에 우두커니 앉아 유리창 밖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혼자서 즐기는 겨울철 로키 풍경에 절로 심취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깊은 산속에 외롭게 자리잡은 산장에서 이렇게 홀로 깨어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이리 좋다니 나도 자유로운 영혼에 속하나 싶었다.

 

정오가 넘어 오후 산행 준비를 서둘렀다. 아침에 비해 눈발이 거세졌다. 오하라 호수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날씨가 춥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맥아더 호수로 향했다. 예전에 걸었던 산길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어림짐작으로 가거나 스키어들이 만들어 놓은 트랙을 따라야 한다. 맥아더 호수로 가는 방향이나 지형을 익히 알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쉐퍼 호수(Shaeffer Lake)까진 잘 올라갔다.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지만 어제보단 쉽게 올랐다. 호수를 돌아 맥아더 호수로 오르는 길로 들어섰다. 스키 트랙을 따랐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고는 바로 뒤돌아섰다. 맥아더 호수 방향으로 길을 내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곳도 쉽진 않았다. 여기도 스노슈즈가 무릎 이상 눈에 빠지는 상황이었다. 루트를 바꿔 몇 번을 시도하다가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쉐퍼 호수로 내려와 호수 위를 걷는데 우리 발 아래에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쨍하고 두 번이나 났다. 걸음을 빨리해 호수 밖으로 빠져 나왔다.

 

다시 산장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이면 겨울철 하루 스노슈잉으로는 충분했다.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 메뉴는 간단한 짜장밥. 나만 맛있게 먹고 다른 사람들은 잘 먹지를 않는다. 입에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따로 누룽지를 끓여 먹겠다 한다. 백패킹까지 와서 이렇게 입이 까다로우면 어쩌나 싶었다. 5시가 조금 넘어 저녁 식사를 마쳤다. 젊은이 셋은 아침에 산장을 떠났고 새로 들어온 사람이 없으니 오늘 저녁은 우리만 묵는다. 훨씬 자유롭고 여유로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7시가 되지 않아 일행들이 잠자리에 든다. 또 나만 홀로 남았다. 천장에 있는 가스등이 그리 밝지 않아 헤드랜턴을 키고 책을 읽었다. 산장엔 20여 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호젓한 시간이 나는 좋았다. 다음엔 혼자 와서 고독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은 족히 독서를 한 모양이다. 9시가 조금 넘어 나도 침낭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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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1.24 0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키, 밀포드 트레일...두 군데 다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여기는 높고 깊은 산이 드물어 로키만한 그림이 없습니다...밀포드 사운드에는 가보았지만 트레킹이 뭔지 모르던 때여서 그냥 입구에서 돌아섰어요...걷고 또 걷고하면 언젠가 가는 일이 있지않겠어요...거리를 0.5km 늘렸더니 에그~또 눈에 불청객이 찾아왔어요.ㅠㅠ

  2. 보리올 2014.01.25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밀포드도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소문이 나있으니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겁니다. 가까이 계실 때 한 번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그런 목표를 세워 놓으면 아무래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겠습니까?

  3. 권선호 2014.02.13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시간 운전이라.. 대단하네..
    그리고 무거운 배낭 메고 11km 걸어올라간다니 경련이 날 만도 하네..

    눈구름에 가린 Mt.Hubber가 반갑고 새롭네..
    자네가 말하는 Opabin, Schaffer, McArthur.. 아직도 기억에 생생..

    • 보리올 2014.02.13 1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와, 후버 산의 이름을 기억하는구먼. 우리가 갔던 호수들 이름도 줄줄이 꿰고 있고. 기억력이 대단하우. 아쉽게도 오파빈, 맥아더 호수는 못가고 쉐퍼 호수만 둘러봤지.

    • 권선호 2014.02.19 17: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산과 호수들을 어찌 잊겠는가??
      아직도 생생혀..
      Mt.Hubber는 마치 백제 금동대향로 표면에 조각된 것 같은 느낌였네..

    • 보리올 2014.02.19 1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네같이 산을 진정으로 대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걸세. 캐나다 로키를 다녀간 사람 중에 자네의 감동이 가장 큰 것 같구만. 진심으로 고마우이.

  4. 설록차 2015.05.24 0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장 지붕 위에 쌓인 눈 두께가 엄청나네요...위험하지 않나요?

 

 

갑자기 캐나다 로키가 가고 싶어졌다. 그것도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 말이다. 어제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의 기온이 영하 27도를 기록했고 오늘은 영하 12도란다. 날씨가 풀린다는 예보가 있어 일단 믿기로 했다. 실제 기온과 체감온도는 또 다르니 어느 정도 추위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는 발길을 로키로 돌렸다. 멀리 로키까지 가는 이유는 밴쿠버에서는 스노슈잉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밴쿠버 산악 지형엔 매년 엄청난 눈이 쌓인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이번 겨울 시즌에는 눈 구경하기가 힘이 들었다. 몇 미터씩 쌓였던 눈이 사라진 것이다. 캐나다 로키에선 스노슈잉을 할 수가 있겠지 하는 생각에 문득 지난 가을에 다녀온 오하라 호수(Lake O’Hara)가 떠올랐고, 그러자 마음은 이미 그곳으로 훌쩍 떠나버린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가겠다 따라 나섰다. 안영숙 회장, 전영철 선생 그리고 나 셋이서 2014 1 7일 캐나다 로키로 차를 몰았다. 새벽 5시에 집결해 길을 서둘렀다. 9시간을 운전해 오하라 호수 입구에 도착한 다음에 다시 4~5시간을 스노슈잉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좀 급했다. 아무리 빨리 가도 어두컴컴한 산길을 걷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가는 도중에 주유한다고 두 번인가 차를 세우고 커피 한 잔 마신 것 외에는 일체 쉬지를 않았다. 점심도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해결했으니 말이다. 오하라 호수 진입로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 40. 예상대로 거의 9시간을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나 혼자 줄창 운전을 하고 왔으니 피곤이 겹겹 쌓였으리라.

 

우리는 오하라 호수에 있는 엘리자베스 파커 산장(Elizabeth Parker Hut)에 머무를 예정이다. 원래 계획은 3일을 묵을 생각이었으나 이틀밖에는 예약이 되지 않았다. 이 산장이 편리한 점은 프로판 가스와 버너, 냄비, 식기, , 수저 등 취사도구가 모두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린 식재료만 가지고 들어가면 된다. 텐트와 취사구만 빠져도 백패킹에서 상당한 무게를 줄일 수 있다. 2 3일간 먹을 식량을 나누고 스노슈즈를 신은 뒤 배낭을 메었다. 어깨에 느껴지는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로 오하라 호수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스노슈잉은 우리만 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스노슈즈를 신으니 걷는 폼새가 영 어색해 보였다. 그래도 몇 년만에 다시 신어보는 스노슈즈란 말인가.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스키 트랙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눈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 발이 빠지진 않았다. 기온은 영하 12도라 했지만 바람이 불어 꽤나 쌀쌀했다. 얇은 장갑 하나를 끼었더니 손끝이 시려 견딜 수가 없었다. 장갑 하나를 더 꺼냈다. 이 길은 여름철이면 셔틀버스가 다니는 비포장도로다. 일반인들은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다. 길이 넓고 뚜렷해 길 잃을 염려는 없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다. 날은 어두워지고 그에 비례해 몸은 점점 지쳐간다. 은근한 오르막에 숨이 헉헉 찼다. 배낭 무게에 어깨도 쑤시고 허리도 아프다. 11km 거리가 이렇게 멀 줄이야…… 1km를 남겨놓은 마지막 구간에선 허벅지에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한 마디로 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고양이도 없으니 쉬는 횟수를 늘여 고단한 다리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체력이 떨어지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산행을 시작한 주차장에서 11km되는 지점에 레인저 사무실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 산 속으로 1km를 더 오르면 캐나다 산악회에서 운영하는 산장이 나온다. 산길로 들어설 때는 헤드랜턴을 꺼내 길을 밝혔다. 엘리자베스 파커 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 12km의 거리를 4시간에 걸어온 것이다. 눈길 산행에선 느린 걸음은 아니었다. 산장에는 1 2녀의 캐나다 젊은이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겨울철에도 2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 우리 6명이 쓰기엔 엄청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통나무로 만든 산장은 너무나 좋았다. 고즈넉하고 옛스런 분위기에 심신이 절로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곳에 묵으며 며칠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커다란 행복 그 자체였다.

 

바로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인스턴트 해장국에 찬밥과 떡점을 넣어 죽을 끓였다. 소위 꿀꿀이죽이라 부르는 특별 메뉴가 우리 저녁인 셈이다. 시장이 반찬이었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추위에 떨었던 몸이 좀 녹는 것 같았다. 전 선생이 직접 담갔다는 복분자 술이 한 순배 돌았다. 반쯤 언 차가운 술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속까지 시원해진다. 눈을 녹여 설겆이도 하고 양치질도 했다. 산장 주변을 흐르는 계류가 모두 눈에 가려 식수를 구하려면 눈을 녹여야 했다. 겨울에 야영을 가면 늘 그랬으니 신기하진 않았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젊은 친구들은 난로 앞에 앉아 와인을 기울이며 열심히 수다를 떤다. 장작을 태우는 난로가 있어 전혀 춥지가 않았다. 모두들 피곤했던지 잠자리에 들자마자 금방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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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원이 2014.01.21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보고갑니다! 너무너무이뻐요!

    • 보리올 2014.01.22 0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구요.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평생 한 번은 캐나다 로키를 보셔야 할 겁니다. 진짜 아름답거든요.

  2. 설록차 2014.01.22 0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벤쿠버 이팔청춘 세 분이 9시간의 드라이브후에 4시간 눈위를 걸어서 산장에 도착하셨다구요...
    다른 이의 사진을 찍으려면 일행보다 먼저 움직이셔야겠습니다...
    눈 쌓인 산장에서 복분자 술과 해장국..카~~*

    • 보리올 2014.01.22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x8 청춘이라니 듣기 좋네요. 마음은 늘 이팔청춘 같아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를 않습니다. 전 오지파라 이런 산골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부류입니다. 그곳도 캐나다 로키와 버금가는 자연이 살아있는 나라인만큼 한번 이런 오지 산장 체험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밀포드 트레일은 강추입니다.

  3. 권선호 2014.02.13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야 들어왔네..
    오하라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사진들 보니 환장하겠구먼.

    주차장, 버스 탄 곳, 들어가는 길 주변, Hut 모든게 다 생생하게 기억되는구먼..
    그 Hut에서 잤다니 너무 부럽네..

    • 보리올 2014.02.13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셨는가? 오하라 호수 이야기를 하면 자네가 제일 반가워할 것 같았지. 가슴이 벌렁거린다니 기쁘기도, 미안하기도 하구만. 이 산장은 여름철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은데 겨울에는 그리 어렵지는 않더군.

    • 권선호 2014.02.19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끔 이런 생각도 해본다네...
      오하라는 이제 가보지 말자고..
      혹시 날씨가 좋지 않아 내가 그때 느끼고 또 지니고 있는 그 환상이 깨질까 무서워...ㅎㅎ

    • 보리올 2014.02.19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네의 그런 기분도 이해가 가는구만. 그래도 난 오하라의 여러 가지 모습을 두루두루 보고 싶네.

  4. 박미영 2017.07.15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17년도 2월 뉴질랜드 캐플러 트렉에서 뵀던 부산에 박미영이예요...기억하실지 자신은 없습니다만...
    정말이지 우연히 캐나다 로키 준비중에 글을 읽게 되었어요...ㅋ 긴가민가 했는데..사진을 보니 바로 알겠더군요...ㅋㅋ

    혹시 다시 여행중일수도 있으니 오늘은 안부만 묻습니다.



    • 보리올 2017.07.15 1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케플러 트랙에서 뵈었던 부산분들 당연히 기억하죠. 이름하고 얼굴이 매칭되진 않지만요. 반갑습니다. 전 현재 유럽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금은 베니스 공항에 있고요. 혹시 캐나다 로키 정보 필요하시면 boriol@naver.com으로 메일 주세요.

  5. 박미영 2017.07.16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네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메일로 연락드릴께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텐트는 그대로 두고 배낭만 꾸려 요호 빙하(Yoho Glacier)를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걸을 곳은 요호 밸리 트레일이었다. 지도 상에는 트윈 폭포 캠핑장에서 요호 빙하까지 편도 2.3km  표시되어 있어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트레일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지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요호 빙하는 거기서 바위를 넘고 물길을 건너 한참을 더 가야 했다. 4km가 넘는 지점까지 올라갔지만 우리 앞에 가파른 절벽과 폭이 제법 넓은 급류가 나타나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저 앞에 빙하 끝단이 보이긴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은 날씨가 더 없이 좋았다. 구름이 좀 있기는 했지만 푸른 하늘을 가리진 못했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뒤틀린 지층은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를 내포하고 있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연이 빚은 조각품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캔버스에 그린 유화라고나 할까. 온통 바위 투성이인 이 계곡에 빨간 꽃 몇 송이를 피운 인디언 페인트브러시(Indian Paintbrush)의 노력은 또 어떤가. 연약해 보이는 야생화 한 그루의 생명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뿐이었다. 산은 정직하게 발품을 판 사람들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요호 빙하에서 녹은 물은 계곡 사이로 물길을 만들어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이 요호 밸리로 흘러드는 수많은 물줄기가 서로 섞여 요호 강을 만들고, 요호 강은 킥킹호스(Kicking Horse) 강으로 합류했다가 결국은 컬럼비아(Columbia) 강이 되어 태평양으로 들어간다. 동쪽에 있는 산자락이 지정학적으로 꽤나 중요한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인지라 아이들에게 잠시 그 의미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륙분수령은 한 마디로 북미 대륙의 물줄기를 나누는 역할을 한다. 요호 밸리처럼 대륙분수령 서쪽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모두 태평양으로 흘러가고, 그 반대편으로 떨어지면 대서양이나 북극해로 흘러간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점심으로 라면을 준비했다. 우리가 요호 빙하를 다녀온 사이 텐트는 잘 말라 있었다. 이제 짐을 싸서 하산할 일만 남았다. 여기서 타카카우 폭포 주차장까지는 6.6km. 오르막이 없는 평탄한 길이기에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어떻게 해서 폭포 이름에 웃는다는 의미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래핑(Laughing) 폭포는 제법 수량이 풍부했다. 바위면을 타고 졸졸 흘러내리는 포인트 레이스(Point Lace) 폭포도 둘러 보았다. 이미 타카카우 폭포와 트윈 폭포를 보고난 후라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타카카우 폭포를 다시 만났다. 요호 밸리를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온 것이다. 우렁찬 폭포 소리가 우리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 같았다. 실제로 다람쥐 한 마리가 축하 행렬로 나와 두 발로 서서는 우리 귀환을 지켜 본다. 이렇게 해서 2 3일의 백패킹 일정을 모두 마쳤다. 모처럼 젊은 친구들과 며칠을 함께 보냈더니 내가 젊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모두 이해할 수도 없었고 내가 끼어 들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난 꽤나 기분이 들떠 있었고 절로 콧노래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문환이, 승진이, 그리고 아들 종인에게도 이 짧은 추억이 캐나다 로키를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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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3.11.07 1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다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아버지의 글과 사진들 덕분에 추억이 되살아나고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저는 문환이와 승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항상 4년전에 록키 갔다온 얘기를 꼭 합니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정신없이 웃고 떠들고 이미 마음은 요호 밸리를 여러번 다녀온듯 합니다.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 산행을 회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아마 지금도 앞으로도 변치 않겠죠? 그것은 저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고 그런 행복을 선사해주셔서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2. 보리올 2013.11.08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마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너희들 때문에 내 가슴에도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남았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 다음에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해 보자.

  3. 이문환 2013.11.13 0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 문환입니다. 건강하셨어요? 종인이에게 얘길 듣고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4년전 추억에 잠겼네요. 저희가 그때 정신없이 다니기만 하느라 기록을 미처 못했는데 아버님께서 이렇게 멋진 사진과 함께 글도 남겨주시니 잠시 잊었던 추억이 마치 엊그제 일처럼 살아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사진을 찍다보면 제가 나온 사진이 없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는데 이렇게 아버님 카메라를 통해 제 모습을 보니까 그것도 좋구요.ㅎㅎ 저는 지금 페루 쿠스코에 있습니다. 해발 3400미터라 첫날밤은 좀 설쳤는데 지금은 벌써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주말엔 마추픽추에 가 보려고 합니다.

    먼 땅에서 이렇게 2009년 여름을 추억하니 감회가 또 새롭습니다. 좋은 추억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4. 보리올 2013.11.13 0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 오랜만이구나. 지금 세계 일주 여행 중이라 했지? 젊을 때 좋은 경험 많이 쌓는구나. 마추픽추는 나도 곧 가려던 곳이었다. 내년쯤엔 가겠지. 참, 내년 2월에 밴쿠버 들른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제 종인이와 대화 중에 자네가 오면 산에 가서 설동을 파고 눈에서 한번 재워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하여간 여행 마무리 잘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밴쿠버에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