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이스트(Northeast) 게이트로 배드랜즈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종종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고고학의 보고라는 곳이다. 첫 전망대에서 내려 공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퇴적층 지형이 오랜 세월 바람과 빗물에 침식된 결과 황량한 모습으로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난 이런 황무지를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집사람은 처음이다. 이런 특이한 지형에 놀라움이 앞서는 모양이다. 판자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걸었다. 벼랑으로도 다가가 보았다. 잘못해 미끄러지면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질 판이다. 집사람은 무섭다고 벼랑 가까이는 오지도 않는다.

 

 

 

 

 

 

 

배드랜즈 룹에는 여기저기 전망대를 세워 놓았고 트레일 기점도 몇 군데 있었다. 가능하면 전망대마다 차를 세우고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려 했다. 배드랜즈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트레일도 몇 개는 직접 걸었다. 구간이 그리 길지 않아 집사람도 따라 나섰다. 특히 왕복 1.2km 밖에 되지 않는 도어(Door) 트레일은 배드랜즈를 경험하기에 아주 좋았다. 태양이 구워서 만든 붉은 암석이 사방에 널려 있었고,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 속살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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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번 하이웨이를 타고 배드랜즈(Badlands)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 하이웨이는 보스톤에서 시애틀까지 미국 북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고속도로다. 그 길이가 무려 4,853km에 이른다. 그런데 도로 변에 이상한 광고판이 눈길을 끌었다. 아주 단순한 광고 문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해 나타난 것이다. 월 드러그(Wall Drug)에 대한 광고였는데, 첫 줄에는 커피 5센트, 다음 줄에 월 드러그라 적어 놓는 방식이었다. 커피 한 잔에 5센트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처음엔 월 드러그가 무엇일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혹시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이 쓴 <발칙한 미국 횡단기>에 나오는 그 가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내 생각이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설 무렵, 웨스턴 풍의 고풍스런 쇼핑몰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테드 허스테즈(Ted Husteads) 부부가 1931년에 월(Wall)이란 작은 마을에 드러그 스토어를 설립한 것이 오늘날 이렇게 크게 변모를 한 것이다.

 

 

서부 영화에나 나오던 웨스턴 스타일의 건물이 우리에겐 신기해 보였다. 그 안에 있는 가게들도 우리가 흔히 쇼핑몰에서 보던 현대식 가게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를 파는 가게와 기념품 가게 등을 둘러 보았다. 카페에서는 정말 5센트짜리 커피를 팔고 있었다. 판다기 보다는 5센트를 통에 넣고 손님이 직접 따라 마시게 하고 있었다. 발상이 기발해 일부러 동전을 바꿔 커피 한 잔씩 했다.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90번 하이웨이 131번 출구에서 빠져 나와 배드랜즈 룹(Badlands Loop)이라 불리는 240번 도로를 타고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프레리 독(Prairie Dog)을 보고 가라는 안내판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이는 강아지가 아니라 맨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설치류, 즉 다람쥐와 비슷한 동물을 일컫는다. 적이 다가오면 강아지와 비슷한 소리로 경고를 한다고 해서 독이란 말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 녀석들 신기하게도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파는 땅콩을 받아 먹기 위해 사람에게 다가 오기도 한다. 어떤 녀석은 내 발밑에서 까치발을 떼며 먹이를 달라 조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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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안개가 자욱하더니 공항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과연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딜 가는 항공편은 취소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가 탈 비행기는 탑승을 준비한다. 어쨌든 우리는 예정대로 가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은 정말 어렵게 떠난다. 원래는 6월에 여행을 가려고 항공편, 호텔, 렌트카 모두를 예약해 놓았는데 결국은 회사 일로 취소하고 말았다. 항공편은 추가 비용을 내고 예약을 9월로 옮겨 놓았더니 이번에도 여러가지 일이 겹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무조건 떠나자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2011 9 3일부터 1주일간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와 와이오밍(Wyoming)을 향해 길을 나선 것이다.     

 

실로 십수 년 만에 집사람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었다. 집사람은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 보였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떼놓고 갈 수가 없어 둘이 여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지금은 여행 스타일이 문제였다. 난 자연이 살아있는 오지나 험지를 좋아하고 집사람은 대도시를 선호했다. 텐트보단 호텔을, 하이킹보단 쇼핑을 좋아했다. 큰 마음 먹고 자연을 찾아 나선 이번 여행도 집사람의 체력이나 컨디션에 맞춰 효도관광 스타일로 쉬엄쉬엄할 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에서 갈아탄 유나이티드 항공기는 사우스 다코타의 래피드 시티(Rapid City)로 날았다.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안에서 본 것은 얕은 구릉과 황무지 뿐이었다. 프레리(Prairie)라 불리는 대평원이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비행기는 래피드 시티의 시골 역사같은 작은 공항에 내렸다. 개보수 공사를 한다고 실내가 엉망이었다. 공항을 벗어나자, 사우스 다코타 특유의 따가운 햇볕과 서늘한 공기가 가장 먼저 우릴 반긴다.

 

 

 

래피드 시티는 인구 7만 명을 가진 제법 큰 도시였다. 우린 여기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었다. 그리곤 멀리 와이오밍 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까지 다녀올 계획이라서 차량을 렌트했다.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피해 오후 4시경 시내로 나갔다. 멋진 외관을 지닌 저니(Journey) 박물관이 우리의 첫 목적지. 하지만 곧 문을 닫을 시각이라 박물관 구경 대신 트롤리(Trolley) 버스를 타고 래피드 시티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나무로 버스를 재미있게 꾸며 놓았다. 시내를 한 바퀴 돌고 공룡 공원에서 내려 래피드 시티를 조망하고는 마지막 트롤리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돌아왔다.

 

 

 

 

 

 

 

 

삭막한 황무지 가운데 있는 도시치고는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이어하우스(Firehouse)부터 들렀다. 서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기 위함이었다. 옛날 소방서 건물을 사용하는 것인지 소방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맥주 공장이자 펍이었다. 현지인들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 분명한 이 선술집 분위기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른 저녁 시각임에도 건물 안팎에는 맥주 한 잔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 집에서 만든 맥주 한 잔을 곁들여 이른 저녁을 마쳤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래피드 시티 도심을 걸었다. 특이하게도 도로 모퉁이마다 실제 사람 크기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얼굴이 익어 누군가 이름표를 보았더니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아닌가. 레이건 대통령도, 클린턴 대통령도 있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동상을 길 모퉁이마다 설치해 놓은 것이다. 동상이 나타날 때마다 집사람과 멀리서 얼굴만 보고 누군지 알아 맞추는 게임을 했다. 제대로 맞춘 것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미국 대통령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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