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유(()) 온천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사과 한 개씩을 배급받았다. 그 크기에 입이 떡 벌어졌다. 거짓말 좀 보태면 어린아이 머리통만 하다고 할까. 이 사과 하나 먹으면 한 끼 식사가 충분할 것 같았다. 사과 이름이 뭐냐 물으니 그냥 후지(ふじ)라 부르는데, 정확히 말한다면 후로사키 후지가 맞는 말이라 한다. 일본 최고봉으로 알려진 후지 산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도와다하치만타이(十和田八幡平) 국립공원에 속하는 핫코다(八甲田) 산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중턱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해발 1,585m의 핫코다 산은 일본 100 명산에 속하는 이름있는 산이다. 그런데 이 휴게소에선 꼭 나가이끼노차(長生きの)를 마셔야 한단다. 한 잔을 마시면 3년을 더 살고, 두 잔이면 6, 세 잔 이상이면 죽을 때까지 오래 산단다.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사는 것 아닌가? 그래도 군소리없이  모두들 세 잔씩을 연거퍼 들이 마셨다.

 

 

 

핫코다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스카유 온천에 닿았다. 우선은 외양에서 풍기는 고풍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다. 핫코다 산의 가을 기색을 감상하기엔 너무 날이 어두웠다. 이 지역은 겨울에 엄청난 강설량을 보인다고 한다. 보통 1년에 10m가 넘게 눈이 온다니 믿기지 않았다. 예전 최고 기록은 25m까지 왔단다. 그래서 겨울이면 이 온천으로 오르는 길 양 옆으론 엄청난 눈터널이 만들어진다. 4~5m 높이로 눈이 쌓이는 것은 보통이라니 겨울에 다시 한 번 와볼 일이다.

     

스카유 온천은 33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무척 유명한 온천이다. 1954년에는 국민보양온천 제 1호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이곳은 매번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온천 10곳 중 하나로 꼽힌다. 숙박 시설과 온천은 80년된 목조 건축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인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었다. 외국인에게도 일본의 독특한 온천 문화를 익히기에 좋은 곳이었다. 지배인이 나와 온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후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다다미로 된 화실(和室)에 들었다.

 

1층엔 혼욕을 하는 대욕탕이 있는데 이를 센닌부로(千人風呂)라 부른다. 이 혼탕은 80평 크기로 일본 최대 규모라 했다. 그 크기를 여기 사람들은 다다미 160장 크기로 불렀다. 우리의 한 평이 다다미 두 장 크기인 것을 여기서 알았다. 센닌부로는 아침, 저녁으로 8시부터 9시까지는 여자들만 이용할 수 있다. 혼탕에 여자만 들 수 있다는 것도 성차별 아닌가? 2층에는 다마노유()라 불리는 작은 탕도 있는데 여기는 성별로 따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유황 성분의 산성이 무척 강해 시계나 귀걸이 같은 금속은 금방 부식이 되지만, 각종 질병에는 특효가 있다고 소문이 났다.

 

 

 

 

스카유 온천에서의 저녁 식사는 사사키 사장이 함께 했다. 큰 방을 우리만 썼다. 벽에는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전통 음식이 한 사람당 한 상씩 다다미 위에 차려져 있었다. 주방장이 직접 나와 음식에 대해 설명한다. 모든 식재료는 아오모리에서 생산된 것으로만 쓴다고 했다. 음식에 곁들여 맥주와 청주가 돌았다. 그 중에서 100% 메밀로 만들었다는 소주가 내 시선을 끌었다. 그냥 마시면 너무 독하다고 메밀 국물에 타서 마시란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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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09.03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속에 유머가~~ㅎㅎ 세 잔 이상을 마시면 죽을 때까지 산다는 말...유카타가 잘 어울리시네요...사실 키 큰 사람이 입으면 멋져요...저도 로브대신 유카타를 사용합니다...^*^

  2. 보리올 2013.09.03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죽을 때까지 산다는 말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죽음을 감지했을 때 가서 두 잔을 마시고 6년을 더 사는 것이 훨씬 득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리 순진하지 못해서 그냥 세 잔을 마시고 말았지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따라 아오모리(靑森)에 다녀왔다. <식객>이란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와 함께 하는 여행인지라 아무래도 아오모리 명소를 돌며 그 지역의 특산물, 요리와 맛집, 그리고 온천 순례가 주종을 이뤘다. 일본은 네 개의 큰 섬, 즉 홋카이도와 혼슈, 시코쿠, 규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혼슈(本州)는 일본의 중심부라 할만하다. 아오모리 현은 그 혼슈의 최북단에 자리잡고 있다. 쓰가루(津輕) 해협을 가운데 두고 홋카이도와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오모리의 인구는 144만 명이라고 한다.  

 

한적한 시골 대합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해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 여행에 큰 부담은 없었다. 세관 검사는 예외없이 전수 검사를 한다. 아직도 일본 입국은 깐깐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마중을 나온 현지 지자체 직원들이 아오모리 지역 방언으로 인사를 건넨다. 요구키타네시(Yogukitaneshi)! 어서 오라는 의미인데 우리가 많이 듣던 이랏샤이마세와는 어감이 완전히 달랐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오는 길에 아오모리의 자랑거리인 사과밭을 만났다. 차도 밖에 안전 시설로 설치한 철제 프레임에도 사과를 만들어 넣었다. 사과 하면 아오모리의 아이콘이라 하지 않는가. 무슨 까닭으로 아오모리 사과가 그리 유명할까 궁금하던 차에 타이밍도 절묘하게 캔으로 된 사과 주스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이것 마시고 정신 차리란 말인가, 아니면 곰곰히 좀더 생각해 보란 의미겠지? 사과보다도 더 우리 시선을 끈 것은 고쇼가와라(五所川原) 시내로 들어서면서 발견한 욘사마, 즉 배용준의 광고 사진이었다. 예기치 못한 욘사마 환영 인사가 반가웠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고쇼가와라의 네푸타관이었다. 고쇼가와라는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네푸타 축제를 여는 곳이다. 아오모리 현에서 무려 40군데나 네부타 축제를 열지만 그 중에서 바로 이 고쇼가와라가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다. 종이와 철사, 나무를 사용해 삼국지나 수호전 등의 무사 형상을 한 인형을 만드는데 이것을 네푸타라 한다. 고쇼가와라에선 이 네푸타로 매년 8 2일부터 8 7일까지 축제를 연다고 한다.  

 

각종 네푸타를 끌고 시가 행진을 벌이는 것이 네푸타 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도로를 가로 지르는 도심의 모든 전깃줄을 걷어내 지하에 묻었단다. 그 때문에 도시가 무척 깨끗해 보였다. 이 네푸타는 종이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라 비, 바람에 무척 취약하다. 비가 오면 찟기고 바람이 심하면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축제가 진행된 지난 11년 동안 한 번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분 날은 없었다고 한다. 안내를 맡았던 네푸타관장 오니시 씨는 이 모두가 신의 은총 덕분이라 했다.

 

하나를 새로 제작하면 그 이전 것 중에 하나는 폐기를 해서 항상 세 개만 전시하는 게 원칙이라 했다. 축제에 쓰이고 나면 이 큰 조형물을 실내 공간에 전시한다. 이를 제작하기 위해 전담 인력 8명이 1년 내내 작업한다니 그리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30개 조각으로 쪼개 만든 후 전시장에서 크레인을 사용해 최종 조립을 하는데,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보면 작업 규모도 대단하지만 네푸타 자체의 엄청난 크기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대형 네푸타의 경우는 그 높이가 무려 22m나 된다니 사람 기 죽이기 딱이다.

 

 

 

 

 

 

 

 

 

 

네푸타 전시관을 돌고 나서 전시관 안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이름도 생소한 매화 우동(うどん)을 먹기 위해서다. 작은 그릇에 우동이 담겨 있었고 가운데 매실이 하나 얹어져 있을 뿐이다. 매실 외에는 뭐 그리 특별난 점은 없었다. 매실의 시큼한 맛에 난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런대로 뒷맛은 개운한 편이었다. 하지만 허 화백께선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우동이라고 칭찬을 하신다.

 

우동과 함께 나온 빨간 사과(いりんご) 주스. 꽤나 특별한 사과 취급을 하기에 처음엔 웬 호들갑인가 했다. 헌데 이 사과는 꽃과 과실, 과육까지 모두 빨갛다고 한다. 어떻게 과육까지 빨갛단 말이지? 아오모리에서 1976년에 특별히 개발한 이 사과는 대외 유출을 막기 위해 사과로는 판매하지 않고, 사과 주스와 같은 가공식품으로만 구할 수 있다. 특이한 맛을 기대했건만 일반 사과 주스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지 TV에서 우리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나왔다. 그들이 일본판 <식객> 만화를 들고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만화의 나라 일본에 소개된 우리 만화가 내심 자랑스러웠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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