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에서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우릴 기다린다. 선착장에서 경사길을 올라와 바로 스캇 산(Mt. Scott)으로 이동했다. 이 스캇 산은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 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그 높이는 우리나라 백두산보다 약간 낮은 2,721m. 하지만 차로 오른 높이가 상당하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왕복 거리는 8km 3시간 정도 걸렸다. 정상에 산불 감시 초소로 쓰이던 망루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경치가 일품이다. 특히 크레이터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땀 흘리며 오르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크레이터 호수에서 퍼시픽 크레스트(Pacific Crest) 트레일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는 북미 지역의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다. 멕시코에서 시작해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케스케이드(Cascades) 산맥을 따라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이 바로 퍼시픽 크레스트다. 전체 길이는 4,245km. 그 가운데 53km가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을 지나간다. 그 긴 트레일을 맛보기로 조금 걸었다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하긴 캐나다에서 그 일부를 걷기는 했다. 하룻밤 야영을 위해 림 드라이브를 빠져 나와 마자마 빌리지(Mazama Village)로 들어섰다.

 

 

 

 

 

 

 

 

 

다음 날은 오전까지 여기 머무르고 오후엔 오레곤 코스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시 호수 일주도로로 들어서 전날 돌지 못한 호수 서쪽으로 향했다. 첫 일정은 가필드 봉(Garfield Peak) 산행. 크레이터 레이크 로지가 산행 기점이다. 편도 거리는 2.7km로 왕복에 두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가필드 봉은 사실 산이라기보다는 분화구의 일부분이다. 해발 2,455m의 정상에 서면 또 한 번의 파노라마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팬텀 쉽(Phantom Ship)이라 불리는 묘하게 생긴 바위 섬을 지척에서 볼 수가 있다.

 

 

 

 

 

 

 

이제 그만 공원을 빠져나갈까 하다가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또 하나 선택한 산행 코스가 해발 2,442m의 와치맨 봉(Watchman Peak)이었다. 왕복 2km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올랐다. 여기도 정상에 산불 감시 초소가 있다. 자고로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곳은 어디나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는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 우리 눈앞에 위자드(Wizard) 섬이 떠있다. 그 섬에도 해발 2,116m의 낮은(?) 산이 하나 있다. 호수면이 해발 1,882m에 있으니 실제론 그리 높다는 느낌은 없다. 북쪽 출입구를 통해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을 빠져나왔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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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x 2014.06.15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의 크레이터 호수는 정말 볼 거리가 많네요 ㅋ 저는 봄에 갔었는데 완전 눈으로 덮혀 있었거든요

    • 보리올 2014.06.15 1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레이터 호수의 쪽빛 물색을 보시려면 여름이 가장 좋을 겁니다. 지대가 높아 봄이면 눈이 많았을텐데요. 근데 Max님은 밴쿠버에 계시는 모양이지요? 블로그를 잘 꾸며 놓으셨더군요.

  2. sunnyvale 2016.06.25 2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수에 PCT트레일 지나간다니 정말 신나는데요. walking in the woods의 아팔래치안 트레일 이야기를 최근에 읽었는데 (브라이슨씨 책) 조금만 젊었으면 PCT 해보고 싶구나 하는 생각과 최근에 한국분들이 한국서 오셔서 도전하는 블로그들 보면서 부러웠었거든요. 저기 사진에 자주 등장하시는 키큰 분이 문성근 배우신가요? 신기..

    • 보리올 2016.06.26 0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계신 분 같네요. 언제 가족과 함께 밴쿠버 쪽으로도 놀러오세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저도 읽었습니다. 물론 한글 번역본으로요. 제 주변의 젊은 친구들이 작년에 PCT 종주를 끝내고 그 중 한 친구는 지금 CDT(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을 걷고 있습니다. 대단한 친구죠. 문성근 선배는 산행 사진 중에서 반바지 입은 분입니다. 전에는 가끔 밴쿠버에 오셨더랬죠.

 

밴쿠버 산꾼들과 미국 북서부 오레곤(Oregon) 주를 다녀왔다. 밴쿠버를 다니러 온 영화배우 문성근 선배도 동참을 했다. 밴쿠버를 출발해 워싱턴 주를 거쳐 하루 종일 운전한 끝에 오레곤 주에 닿았다. 10시간 가까이 걸린 강행군이었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도 워낙 땅덩이가 큰 나라다 보니 하루 종일 운전은 보통이다.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 북쪽에 있는 다이아몬드(Diamond) 호수 야영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야영장은 한산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 북쪽 출입구를 통해 공원으로 들어섰다. 노스 정션(North Junction)에서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 즉 림 드라이브(Rim Drive)를 만났고, 거기서 우리는 크레이터 호수를 처음 보았다. 갑자기 우리 시야 속으로 파란 호수가 확 들어온 것이다. 그 크기도 엄청났지만 호수의 빛깔이 어쩌면 저렇게 푸를 수 있단 말인가. 크레이터 호수의 상징과도 같은 짙은 코발트 색깔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어떤 사람은 이 색깔을 사파이어 블루라고도 부르는데 난 솔직히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

 

이 크레이터 호수는 화산이 만든 걸작품으로 오레곤 주에선 유일한 국립공원이다. 7,700년 전에 마자마 산(Mt. Mazama)이 화산 폭발한 후 분화구에 물이 고여 이런 호수가 생겨난 것이다. 호수의 생성 과정이나 모습이 우리나라 백두산 천지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크기는 천지보다 무려 여섯 배나 큰 53 평방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광각렌즈가 없어서 호수 전체를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었다. 수심도 상당하다. 그 깊이가 592m나 되어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꼽힌다.  

 

호수 동쪽부터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는 여지없이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우리도 매번 차에서 내려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크리트우드 트레일(Cleetwood Trail)을 걸어 내려가 호숫가에 닿았다. 편도 거리는 1.8km라지만 11도에 이르는 경사가 제법 가팔라 산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선 직접 발품을 팔아 호수면까지 걸어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자연의 걸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음미해 볼 수 있다면 이 정도 발품이야 사실 별것도 아니다. 호수면에서 올려다 보는 분화구 모습은 위에서 내려다 보던 것과는 또 달랐다.    

 

호수에 나무 기둥 하나가 떠있는데, 이 기둥 끝자락 일부가 물 위로 나와 있었다. 이 나무 기둥은 크레이터 호수의 명물 중 하나였다. 전체 길이는 9m이고 물 위로 올라와 있는 부분은 약 1.2m 정도 된다. 이 나무에겐 호수 노인(Old Man of the Lake)’이란 별명이 붙어있다. 처음 발견된 것이 1896년이라니 100년이 넘는 세월을 썩지 않고 버텨온 것이다. 물이 워낙 차가워 쉽게 썩지 않는 탓이다. 이 호수엔 원래 물고기가 없었는데 사람들의 방류로 지금은 연어와 무지개 송어가 산다고 한다. 그래서 낚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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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nyvale 2016.06.25 2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주에 크레티터 레이크+레드우드 국립공원 가게 되어 검색하다가 옐로우스톤가신거랑 데쓰밸리까지 보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감사게게 읽고 갑니다. 레이크에 유람선 있다니 아랫쪽에서 보는 호수도 정말 멋있을거 같고 호수 내려가는 길도 무척 아름다울거 같습니다. (내려갈수 있는지 몰랐거든요)

    • 보리올 2016.06.26 0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레이터 호수는 림 드라이브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워낙 유명합니다만 호수면에서 위를 쳐다보는 풍경도 괜찮습니다. 유람선 타는 것은 강추합니다. 티켓은 림 드라이브에 있는 주차장에서 끊으시고 배를 타는 곳은 30분 경사를 내려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