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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08 산티아고 순례길 16일차(아르카우에하~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 (2)

 

레온(Leon)으로 입성하는 날이다. 알베르게에서 차려준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성의 없이 차려진 아침상이라 그런지 대부분 커피 외에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나만 주어진 양을 충실히 먹어 치웠다. 어젯밤 코를 심하게 골았던 아가씨가 자기 때문에 잠을 설쳤으면 미안하다고 일행들에게 사과를 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버릇 때문에 잠을 자면서도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카우에하를 빠져 나오는데 여명이 시작되었고 레온 외곽의 공장지대를 지날 즈음 해가 떠올랐다. 일출은 그리 거창하진 않았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레온으로 들어섰다. 상업 지역을 지나 한참을 걸어야 도심에 닿을 수 있었다. 레온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대도시답게 중세풍의 건물들이 아름다웠고 대성당을 비롯해 볼거리도 많았다.

 

실제 레온은 1세기 로마 시대에 서쪽 지역의 금광을 보호하기 위해 로마인에 의해 세워졌다. 10세기에 오르도뇨 2세가 왕국의 수도를 오비에도(Oviedo)에서 레온으로 옮기면서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레온 왕국의 한 영지였던 카스티야가 11세기 독자적인 왕국으로 발전하고 1230년에는 카스티야 왕이었던 페르난도(Fernando) 3세가 레온의 왕위도 이어받으면서 두 왕국은 공식적으로 통합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카스티야 왕국이 레온 왕국을 압도하는 상황이 되자, 레온 사람들은 레온 신 카스티야(Leon sin Castilla) 또는 레온 솔로(Leon Solo), 카스티야 없는 레온 또는 레온 혼자와 같은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바스크나 갈리시아 지방보다 독립 열기는 훨씬 약하지만 말이다.

 

도심으로 들어가 카사 데 보티네스(Casa de Botines)부터 들렀다. 이 건물은 가우디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은행으로 쓰고 있어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대성당으로 향했다. 입장료로 5유로를 받는데 여긴 순례자 할인제가 없었다. 1205년 착공해 400년을 거쳐 완공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은 듣던대로 무척이나 화려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창문은 그 숫자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하나같이 현란하기 짝이 없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성가대석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레온 왕국의 기틀을 마련한 오르도뇨 2세의 무덤도 보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화려한 성당을 보고 나면 솔직히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다. 종교적 위엄을 보이기 위해 사람들 고혈을 짜낸 건물이 후대에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남는 것이 좀 아이러니했다.

 

대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실리카 데 산 이시도로(Basilica de San Isidoro) 성당도 둘러보았다. 첫눈에도 그 크기가 대성당에 못지 않았다. 이 건물에는 성당 외에도 박물관과 로얄 판테온, 즉 판테온 데 로스 레이스(Panteon de las Reyes)가 있었다. 11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외양은 우아했으나 내부는 의외로 소박했다. 굳게 닫혀있는 용서의 문(Puerta del Perdon)도 보았다. 중세 시대에 순례자가 병이 나서 더 이상 순례를 할 수 없을 때 이 문을 통과하면 순례를 마친 것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 옆에 있는 판테온 데 로스 레이스는 유료라 들어가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프레스코 벽화와 페르난도와 그 후대 왕족이 묻힌 무덤이 있는 곳이라는데도 말이다.

 

카페와 바가 많은 레온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느 식당에서 오징어 튀김을 시켰다. 오래 전에 스페인 여행할 때는 거의 매일 먹었던 음식이 오징어 튀김이었는데 이번엔 처음이었다. 먼저 감자 토르티야가 나오고 오징어 튀김은 그 뒤를 따랐다. 둘 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심을 지나 오스피탈 데 산 마르코스(Hospital de San Marcos)에 도착했다. 길고 거대한 건축물이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고 있었다. 1168년 순례자 병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한때는 정치범 수용소로도 쓰였다가 지금은 한쪽은 호텔이, 그 반대편엔 성당과 레온 박물관이 들어서 있었다. 성당을 먼저 구경하고 박물관으로 갔더니 무료 입장이란다. 전시물로는 주교들 초상화와 조각이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길게 뻗은 회랑과 천장 장식에 더 많은 눈길이 갔다. 박물관을 나와 산 마르코스 다리를 건너 도시 밖으로 빠져 나왔다.

 

레온 외곽 지대는 의외로 복잡했고 도로엔 차들이 씽씽 달려 정신이 없었다. 시골로 들어서니 좀 살만했다. 16세기에 성모가 발현했다는 비르헨 델 카미노(Virgen del Camino)까진 쉽게 걸었다. 거기서 레온 대성당 앞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야곱을 다시 만나 비야단고스 델 파라모(Villadangos del Paramo)까지 함께 걸었다. 전에도 몇 번 만나 눈인사는 나눴지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인상이 선한 것이 꼭 예수님을 닮았다. 이 친구는 독일 바바리아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단다. 학교에서 은세공을 배웠는데 아직 아버지를 도와 일하고 있다고 했다. 비야단고스에 도착해 카페에 들러 맥주를 한잔 샀다. 원래 이 친구는 알베르게에 묵기보다는 야영이나 헛간 등에서 묵는데 오늘은 나를 따라 알베르게로 들어와 둘이 한 방을 쓰게 되었다. 알베르게 비용을 대주려 했더니 자기도 돈 있다고 먼저 계산을 한다. 각자 저녁을 먹고는 와인을 한병 사서 야곱과 함께 마셨다.

 

 

알베르게를 나와 레온을 향해 걷는 도중에 해가 떠올랐다.

 

나지막한 고개를 오르자 멀리 레온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선 큰 도시에 속하는 레온으로 들어서면서 시야에 들어온 도심 풍경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설계한 카사 데 보티네스가 레온에 있었다.

동화속 궁전같은 건물이었다.

 

 

 

 

 

 

 

고딕 양식을 지닌 레온 대성당은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아주 큰 성당이었다.

 

 

 

바실리카 데 산 이시도라는 성당과 박물관, 로얄 판테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용서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커다란 건물 안에는 산 마르코스 성당과 레온 박물관이 붙어 있었고, 반대편에는 호텔이 들어서 있었다.

 

 

레온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으로 감자 토르티야와 오징어 튀김인 칼라마르(Calamar)를 시켰다.

 

레온을 벗어나며 언덕배기에 땅을 파서 만든 와인 저장고를 여러 개 발견했다.

 

여러 번 길에서 만난 적이 있던 독일 청년 야곱을 레온에서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눴다.

독일 바바리아에서 80일을 걸어온 25살 청년이었다.

 

산 미구엘 델 카미노(San Miguel del Camino)의 어느 집 앞에 순례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과일과 비스켓이 놓여 있었다.

 

비야단고스에 도착했더니 산티아고까지 298km 남았다는 표식이 우릴 반긴다. 이런 속도면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비야단고스에서 맞이한 일몰. 서쪽 하늘이 붉게 타올라 마치 거대한 화재가 난 듯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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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2.09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레온이라는 도시는 그 자체가 유적지 같습니다. 볼거리가 풍성하네요. 지금까지 봐왔던 성당들과 비교해봐도 양식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하느님께서 국민의 혈세로 저렇게 으리으리하게 지은 성당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 보리올 2016.02.09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레온이야 한때 레온 왕국의 수도였으니 그럴만도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화려한 성당은 경외스럽긴 하지만 동시에 민초들의 애환도 느껴지지. 하지만 거기에 너무 민감해 하진 말거라. 그런 과정을 통해 인류가 발전을 해왔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