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랜드 트랙'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7.07.30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⑤ (6)
  2. 2017.07.27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④ (2)
  3. 2017.07.26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③ (2)
  4. 2017.07.25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② (2)
  5. 2017.07.24 [호주] 오버랜드 트랙 ① (6)



오버랜드 트랙을 걸으려면 백패킹에 맞는 경량의 장비가 필요하다. 며칠 분의 식량에 야영장비, 취사구를 더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꾸리는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스패츠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중 산행이나 진흙탕에서 유용하지만 여기선 뱀에 대한 대비로도 제격이다. 태즈매니아에도 몇 종류의 뱀이 살고 있고 그 중엔 독을 가진 뱀도 있기 때문이다. 숲길에선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우리가 오버랜드를 걷는 내내 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에서 고공 투하하는 거머리도 있다고 들었지만 이 또한 우리 눈에는 띄지 않았다.

 

오버랜드 트랙을 걷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그치질 않는다. 지난 4일간 날씨가 좋았으니 비 오는 오버랜드도 경험해 보라는 배려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아 오라 산장에서 윈디 리지 산장(Windy Ridge Hut)을 경유해 나르시서스 산장(Narsissus Hut)까지 가는 18.6km를 걸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공원 측에서 제시한 일정에 맞춰 이 구간을 이틀에 걷지만 우리는 하루에 몰아 걷기로 했다. 배낭이 가벼워진 만큼 7~8시간이면 가능한 거리였다. 하지만 보트는 다음 날 아침으로 예약해 놓아 나르시서스 산장에서 하루 더 묵어야 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두 케인 산장(Du Cane Hut)까진 버튼그라스 평원과 숲을 지나야 했다. 몇 군데 폭포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이 나왔지만 우린 그냥 앞으로 걸었다. 점심은 윈디 리지에 있는 버트 니콜스 산장(Bert Nichols Hut)에서 샌드위치로 때웠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산장이었다. 나르시서스로 가는 마지막 구간은 내리막이 대부분이었지만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궂은 날씨에 주변 풍경이 모두 구름 속으로 사라진 탓이리라. 파인 밸리 산장(Pine Valley Hut)으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을 지나고, 서스펜션 브리지로 나르시서스 강을 건넜다. 이제 오버랜드 트랙의 끝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나르시서스 산장은 세인트 클레어 호수로 흘러드는 나르시서스 강 하구에 위치한다. 18명이 묵는 작은 규모였다. 산장 안에 비치된 무전기로 호수를 건너는 보트 예약부터 재확인했다. 다음 날 아침 9 30분에 선착장에서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버랜드 트랙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왔다. 누군가의 배낭 속에서 이 순간을 위해 며칠을 참고 버틴 술병 하나가 나왔다. 비록 양은 적었지만 일행 모두에게 엄청난 기쁨을 안겨준 값진 선물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보트를 타고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건너 신시아 베이에 도착해 모든 일정을 끝냈다. 며칠 만에 문명으로 귀환하면서 오버랜드 트랙과 작별을 한 것이다.




 숲길을 걸어 두 케인 산장으로 향했다.


1910년에 지어진 두 케인 산장은 가장 오래된 산장으로 여겨지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목으로 이루어진 숲 속을 비를 맞으며 걸었다. 트레일 상태가 열악한 곳이 많았다.




나무에서 자라는 혹, 나무에 뿌리를 박은 고사리와 버섯 등이 눈에 띄었다.




오버랜드 트랙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이나 돌에서 자라는 라이킨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빗길에 숲길을 걷는 운치도 나름 괜찮았다.


나르시서스 산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나타난 이정표에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나르시서스 산장


세인트 클레어 호수 선착장에서 마주친 풍경


예약한 보트에 올라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건너고 있다.


신시아 베이에서 만난 조형물은 오버랜드 트랙과의 작별을 의미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7.09.08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7.09.08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 몽블랑에서 받은 기운으로 무더운 여름 잘 나셨지요? 명쾌(명랑쾌활)한 약사님 네 분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옆에서 들리는 듯 합니다. 친한 친구들과 트레킹 다니면서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릴 기회를 가지세요. 한국 들어가면 물론 산에서 한번 뭉쳐야죠. 빠른 시간 안에 그런 기회가 오기를 빕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2. justin 2017.11.04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라는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식물들이 서로 자신의 몸을 빌려주면서 공생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우리 인간도 본받아야할 것 같아요~

  3. 테라로사 2018.10.25 0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기글 재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혼자 가는 것으로 2019.2.4일부터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항공편과 패스권과 론세스톤 숙소까지 정했습니다.
    한가지 못한 것이 있는데 나르시서스에서 세인트클레어호수 배 예약을 못했습니다.
    배예약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8.10.25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곳을 가시네요.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건너는 페리는 신시아 베이에 있는 레이크 세인트 클레어 로지에서 관리를 합니다. 하루 세 번을 운행하고요. 미리 예약을 원하시면 로지 이메일(sceniccruises@lakestclairlodge.com.au)로 메일을 보내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성인 한 명에 50불을 받을 겁니다. 그리곤 트레킹 마치고 나르시써스 산장에 도착하면 산장에 있는 무전기로 도착 신고와 어느 시각에 배를 타겠다고 확인을 해줘야 합니다. 저희도 미리 예약을 했지만 어떤 사람들(규모가 작은)은 예약도 없이 와서 무전기로 탑승 예약을 하고 현지에서 돈을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참고하십시요. 즐거운 트레킹이 되길 빕니다.




오버랜드 트랙 상에는 모두 6개의 산장이 있다. 한두 곳을 빼곤 산장 규모가 하루에 허용하는 인원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선착순으로 산장을 이용하는지라 침상 확보는 장담할 수가 없다. 침상을 확보하지 못 한 사람은 그 주변에 조성된 캠핑장에서 야영을 해야 한다. 필히 텐트를 지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일본인 그룹과 경쟁하듯이 출발을 서두른 이유도 야영보다는 산장에 머물기를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펠리온 산장에서 기아 오라 산장(Kia Ora Hut)에 이르는 넷째 날 구간은 8.6km 거리에 3~4시간이 걸렸다. 펠리온 갭(Pelion Gap)으로 꾸준히 올랐다가 기아 오라로 내려서면 되었다. 하지만 펠리온 갭에서 오사 산(Mt. Ossa, 1617m)으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이 있어 오사 정상을 오르기로 했다. 갈림길에 배낭을 내려놓고 오사를 다녀오는 대신 우리는 산장으로 가서 침상을 먼저 확보한 다음에 가벼운 복장으로 오사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 기아 오라 산장 역시 20명 정원이라 침상 확보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가로 걸은 거리가 14.4km에 이르렀다. 그리 쉽지 않은 하루였다.

 

태즈매니아 최고봉인 오사 산은 오버랜드 트랙에서 벗어나 있어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왕복 3시간이 소요된다. 갈림길에 배낭을 놓고 가볍게 오사를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까마귀 일종인 커러웡(Currawong)이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부리로 배낭 지퍼를 연 다음 그 안에 있는 음식을 모두 꺼내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우리가 오사를 오르기 위해 펠리온 갭으로 다시 오르자, 녀석들이 일본 팀의 배낭을 뒤져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았다. 공원 측에선 배낭 커버를 씌우거나 지퍼 두 개를 끈으로 묶으라 권장하고 있다. 산장 주변에선 포섬(Possum)이란 녀석이 관리가 소홀한 배낭에서 음식을 노리기도 한다.

 

펠리온 갭에 있는 물웅덩이엔 살짝 살얼음이 얼어 있었다. 고도가 있는 탓인지 여긴 영하의 날씨를 보인 것이다. 오사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팔랐다. 손으로 바위를 잡고 기어올라야 하는 구간도 많았다. 땀깨나 흘리고 나서 오른 오사 정상은 한 마디로 조망이 끝내줬다. 비를 머금은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지만 않았더라면 바위에 앉아 두 다리 쭉 뻗고 망부석이 되고 싶었다. 이런 장쾌한 산악 풍경을 가지고 있어 오버랜드 트랙이 오랜 세월 명성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멋진 조망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리곤 하산을 서둘렀다.



펠리온 평원에 안개가 내려앉아 오크리 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누런 초원을 지나 성긴 나무 사이를 걷기도 했다.



해발 1,113m의 펠리온 갭에 올랐다. 커러웡에게 당한 일본팀 배낭이 보였다.


오사 산으로 향하는 사이드 트레일




오사 산을 오르며 주변 풍경에 시선이 자주 갔다.


오사 산 정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정상부 마지막 구간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해발 1,617m의 태즈매니아 최고봉 오사 산 정상에 올랐다. 고지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일품이었다.


하얀 나목을 자랑하며 지표에서 자라는 나무


고산 지역의 땅바닥을 덮은 태즈매니아 쿠션 플랜트


기아 오라 산장


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음식을 찾는 포섬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1.02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전율이 쫙~ 등산이 너무 가고 싶습니다. 커러웡, 포섬 등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있네요~ 커러웡은 직접 못 보셨어요?

    • 보리올 2017.11.03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다녀오지 그러냐. 아무리 바빠도 운동은 해야지. 커러웡은 우리 까마귀와 비슷한 녀석인데, 오버랜드 트랙에선 흔히 만날 수 있는 조류야.



1953년 오버랜드 트랙을 처음 오픈할 당시엔 매년 1,000명 정도가 이 트랙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매년 8,000~9,000명이 이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연히 환경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에 대한 대책이 논의되었다. 그 방안으로 2006년부터 사전 예약제와 일방 통행제를 실시하고 있고, 하루 입장 인원을 통제하거나 트랙 이용료를 징수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도입된 것이다.

 

장거리 트랙을 걸을 때 날씨가 좋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우리에게 그런 운이 따랐다. 열흘 가운데 7일이 비가 온다는 태즈매니아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우리에겐 꽤나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가을이 무르익는 4월의 청명한 하늘과 약간은 서늘한 듯한 날씨도 우리에게 청량감을 선사했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악 지역의 기온도 섭씨 10도에서 20도 사이라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오버랜드를 걷는 마지막 날 하루만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것도 몸이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었다. 날씨가 궂다고 겁을 줘 미리 준비한 비옷과 방수 자켓이 오히려 무색할 지경이었다.

 

셋째 날이 밝았다. 식량이 줄어 배낭이 좀 가벼워지긴 했지만 그에 반비례해 피곤이 쌓였다. 윈더미어 산장에서 펠리온 산장(Pelion Hut)까지 가는 16.8km 여정 또한 그리 힘들지 않았다. 포스 강(Forth River)를 건너기 위해 고도를 730m까지 낮춘 후 다시 고도를 올리지만 그래 봐야 5~6시간 걸리는 거리다. 이 포스 강이 오버랜드 트랙에선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지점이다. 오버랜드 트랙은 버튼그라스 무어랜드(Buttongrass Moorland)라 부르는 평원만 걷는 것은 아니었다. 유캅립투스와 비치가 많은 어두컴컴한 숲 속을 걷기도 했다.

 

포스 강을 건넌 후 한 시간 만에 펠리온 산장에 도착했다. 36명을 수용하는 크고 깨끗한 산장이 우릴 맞았다. 여섯 명씩 사용하도록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일본 팀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캠핑을 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산장으로 들어왔다. 펠리온 평원 건너편에 자리잡은 오크리 산(Mt. Oakleigh, 1386m)의 울퉁불퉁한 산세를 여유롭게 조망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헬기장은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밤에 은하수와 별을 감상하기에 무척 좋았다. 오랜 만에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순간이 오버랜드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여기서도 한 무리의 왈라비를 만났다. 사람과 접촉이 많은 탓인지 이 녀석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이 등을 쓰다듬어주면 살포시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즐기는 녀석도 있었다.


아침부터 왈라비 한 마리가 나와 산장을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버튼그라스로 뒤덮인 파인 포리스트 무어(Pine Forest Moor)를 지나고 있다.

마치 하늘 정원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구간이었다.


나무고사리(Treefern)


유칼립투스 나무 줄기



단풍이 많진 않았으나 가끔 붉은 단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운틴 커런트(Mountain Currant)


펠리온 산장



펠리온 산장에서 바라본 펠리온 평원과 오크리 산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31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왈라비는 위험한 요소가 많지 않은가봐요? 캥거루는 까딱하면 발차기를 할 수 있다는데 왈라비는 조그많고 귀여워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아보여요~ 펠리온 산장이 다른 산장과는 틀리게 마치 아프리카 야생 초원 위에 세워진 것 같습니다!

    • 보리올 2017.11.01 0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반적으로 왈라비는 사람을 보면 바로 도망을 가는데, 산장 주변에서 사람과 접촉한 경험이 많은 녀석들은 좀 다르게 행동하더구나. 사람들이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거지.



우리가 걸은 오버랜드 트랙은 호주에서 가장 작은 주인 태즈매니아를 대표하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워낙 땅덩이가 큰 호주에선 작은 주라고 부르지만, 솔직히 그 크기가 대한민국의 70%에 이른다. 그 땅에 인구 52만 명이 살고 있다. 호주 본토에서는 남으로 240km 떨어져 있는데, 지도를 보면 하트 모양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사과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호주 본토와 비교할 때 지형이나 풍경 측면에서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산악 지형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그림 같은 호수와 초원을 품고 있어 자연의 보고라 부를 만했다.

 

크레이들 밸리의 로니 크릭(Ronny Creek)을 출발해 세인트 클레어 호수까지 6~7일간 걸어야 하는 오버랜드 트랙의 전체 길이는 65km. 혹자는 세인트 클레어 호수 구간을 넣어 78km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버랜드 트랙 끝지점에 있는 나르시서스 산장(Narcissus Hut)에서 보트를 이용해 호수를 건너면 65km, 하루 더 투자해 신시아 베이(Cynthia Bay)까지 걸으면 78km라 보면 된다. 대부분의 하이커는 나르시서스 산장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보트를 이용해 신시아 베이로 이동한다. 우리도 나르시서스 산장에서 트레킹을 마쳤다.

 

둘째 날 구간은 7.8km로 거리가 무척 짧았다.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아 세 시간도 안 돼 윈더미어 산장(Windermere Hut)에 닿을 수 있었다. 거리가 짧다고 앞이나 뒤로 붙이기도 딱히 마땅치 않았다. 하루를 더 걷게 하려는 공원 당국의 절묘한 한 수로 보였다. 산장 앞에 우뚝 솟은 반 블러프(Barn Bluff, 1559m)에 햇살이 드는 것을 보며 산장을 출발했다. 중간에 윌 호수(Lake Will)를 다녀오는 트레일이 있었으나 멀리서 보기에도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해발 1,000m에 이르는 고원지대를 쉬엄쉬엄 걸었다. 덕보드(Duckboard)라 불리는 판잣길이 잘 놓여 있었다. 이런 판잣길이 오버랜드 전체 구간의 1/3이 넘는다고 한다. 식생들이 등산화에 밟혀 훼손되지 않도록 일부러 설치한 것이다,

 

윈더미어 호수(Lake Windermere)에 닿으면 산장이 그리 멀지 않다. 먼저 산장에 도착한 일본 팀이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일본 팀과는 어제부터 은근히 자리 경쟁을 하게 되었다. 꼭두새벽에 출발하는 일본 팀에 비해 우린 좀 출발이 늦었다. 우리 산행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쉽게 일본 팀을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리가 짧은 이 날은 일본 팀을 추월하지 못 했다. 16명 수용하는 산장의 좋은 자리를 모두 빼앗기고 하마터면 캠핑장으로 밀려날 뻔 했다. 우리 뒤에 도착한 사람들은 부득이 야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낭을 풀고 윈더미어 호수로 산책을 나갔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움이 좋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루함까지 모두 떨치진 못 했다.



우리가 지나친 반 블러프와 크레이들 산이 모습을 바꾸어 우리를 배웅했다.




덕보드 위를 걸어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를 지나고 있다.




황량함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는 태즈매니아 특유의 풍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윈더미어 호수






야생화나 단풍이 든 나뭇잎, 라이킨이 자라는 바위, 하늘로 솟은 나무에도 자연의 신비가 깃들어 있다.



윈더미어 산장.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물탱크도 보인다.


산장 주변에 있는 캠핑장에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있다.


왈라비 몇 마리가 산장 주변에 머물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28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즈매니아가 그런 큰 섬인지는 글을 읽고 지도로 확인하고 알았습니다. 뉴질랜드랑 남극이랑 가깝네요~! 호주의 제주도 같습니다~



호주 본토에서 남쪽으로 뚝 떨어져 있는 섬, 태즈매니아(Tasmania)에 있는 오버랜드 트랙(Overland Track)을 다녀왔다. 단순히 풍문으로 듣던 것과는 달리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태즈매니아의 풍광은 무척 아름다웠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누런 색깔을 띤 버튼그라스(Buttongrass)가 평원을 뒤덮고 있었고, 그 뒤로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세상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외딴 곳에서 태고의 정적을 간직한 태즈매니아의 자연을 만난 것이다. 절로 가슴이 뛰었고 여기 오길 참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에 쫓기는 현대인에겐 이런 곳이 바로 힐링의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내게는 감동으로 다가온 곳이었다.

 

오버랜드 트랙이 있는 크레이들 마운틴 세인트 클레어 호수 국립공원(Cradle Mountain – Lake St. Clair National Park)은 태즈매니아, 아니 호주 전역에서도 꽤 유명한 국립공원이다. 하늘 높이 솟은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 청정한 호수와 온대우림, 거친 황야가 절묘하게 어울린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어 국립공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속한다. 비치(Beech)와 유칼립투스 나무가 무성한 숲과 황무지를 덮고 있는 금빛 버튼그라스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과 론니 플래닛(Lonely Planet)에서는 세계 10대 하이킹 트레일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다.

 

론세스톤(Launceston) 공항에서 미리 예약한 버스 편으로 크레이들 마운틴에 도착하니 밤이 꽤 깊었다. 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샬레에서 하룻밤을 묵고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에 들러 퍼밋을 수령했다. 퍼밋을 배낭에 매달고 로니 크릭의 출발점에 섰다. 묵직한 배낭이 어깨를 누른다. 모처럼 백패킹에 나서는 만큼 긴장감을 숨기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다들 활기가 넘쳐 보였다. 출발이 좋다. 오버랜드에서 하루에 걷는 거리는 대개 8km에서 17km로 그리 길지는 않다. 어느 날은 세 시간을 걷곤 하루를 끝내기도 해서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자주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주에 왔으니 이들 방식의 여유를 배우는 시간으로 삼았다.

 

트레킹을 시작한 첫날은 로니 크릭에서 워터폴 밸리(Waterfall Valley)까지 10.7km를 운행했다. 약 네 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출발점에 세워진 조형물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날씨가 화창해 발걸음도 가볍게 출발을 서둘렀지만 오르막 구간이 많아 생각보다 꽤 힘든 구간이었다. 버튼그라스로 덮인 평원을 가로질러 크레이터 호수(Crater Lake)까지 꾸준히 오르막이 계속되더니 해발 1,250m의 마리온스 전망대(Marions Lookout)까진 제법 가파르게 오른다. 전망대에선 반대편에 있는 도브 호수(Dove Lake)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 날의 압권은 단연 크레이들 산(해발 1,545m)이었다. 하루 종일 크레이들 산의 위용을 앞과 뒤, 그리고 옆에서 바라보며 걸을 수 있었다. 비상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키친 산장(Kitchen Hut) 앞에 앉아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으며 그 앞에 버티고 선 크레이들 산을 수시로 올려다 보곤 했다. 톱날같이 생긴 뾰족한 봉우리가 장관이었지만, 트랙에서 벗어나 왕복 2~3시간 걸린다 해서 정상을 가진 않았다. 워터폴 밸리로 내려서니 우리가 묵을 워터폴 밸리 산장이 나왔다. 2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산장에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으니 뒤이어 아홉 명으로 구성된 일본인 그룹이 들어와 거의 모든 침상을 차지한다. 산장 주변을 산책하다가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덩치가 훨씬 작은 왈라비(Wallaby)를 만났다.


판다니(Pandani)가 자리잡은 평원에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스며 들었다.


로니 크릭에 세워진 조형물은 오버랜드 트랙의 시작점을 의미한다.



오버랜드 트랙에선 버튼그라스로 뒤덮인 평원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많다.


점점 고도를 높이면서 다양한 식생들이 나타났다.


크레이터 호수



마리온스 전망대에 오르면 건너편에 있는 도브 호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리온스 전망대를 지나면서 크레이들 산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보드가 깔려 있는 구간 뒤로 반 블러프(Barn Bluff)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상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키친 산장


키친 산장에서 바라본 크레이들 산



해발 1,200m의 고원 지대를 오르내리며 탁 트인 조망을 만끽할 수 있었다.


워터폴 밸리가 가까워질수록 반 블러프의 위용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24명을 수용하는 워터폴 밸리 산장


산장 주변에서 서식하는 왈라비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ingle 2017.09.02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십니까?
    내년 초 태즈메니아의 크레이들 국립공원 오버랜드 트래킹을 준비하던 중 선생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세한 상황 설명과 멋진 사진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부부동반 2인(50대)으로 진행을 하려고 하는데 캠핑장비까지 갖춰 가려니 배낭무게로 적쟎은 부담을 느끼기는 합니다.
    3-4일씩 트래킹을 하면서 캠핑을 해본 적은 있으나 근 7일간, 식량을 모두 지참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하여 몇 가지 추가 질의를 드리고자 하오니 도움 주시기를 청해 봅니다.
    1. 론세스톤 공항에서 크레이들 국립공원 입구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을 알 수 있는지요?
    선생님께서는 일행이 계셔서 표기하신 운수회사에 사전 예약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저희는 2인이라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2. 각 코스별 HUT에서 간단한 음식료를 파는지 모르겠습니다.
    3. 마지막으로 Narsissus Hut에서 Cynthia bay 로 가는 보트 예약처 사이트와 Cynthia bay에서 호바트로 나가는 대중교통 이용에 대해서도 도
    움을 받을 수 있을런지요?
    4. 저는 내년 2월초에 예정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히 봄가을 침낭과 파커, 그리고 우의정도를 준비하려 합니다. 그외 주의사항이 있으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글과 사진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과 사진 계속 감상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7.09.03 0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월이면 좋은 시기에 오버랜드를 가시는군요. 질문에 아는대로 답을 하겠습니다.
      1) 론세스톤에서 크레이들 마운틴, 신시아 베이에서 호바트까지 Tassielink라는 대중교통버스가 운행을 한다고 들었지만 이용에 불편이 따릅니다. 운행 편수도 그렇고 그걸 타려면 론세스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하죠. 저희가 이용한 버스(Cradle Mountain Coaches)는 전세버스가 아니라 한두 명씩 예약한 사람을 모아 함께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공항에서 출발하고요. 세인트 클레어 호수에서 호바트 구간도 함께 엮어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보다는 조금 비싼편입니다.
      2) 산장에는 침상과 취사공간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레인저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페리 운행은 신시아 베이에 있는 로지에서 관장합니다. 하루 3편 운행 하더군요. sceniccruises@lakestclairlodge.com.au에 메일을 보내 예약할 수 있습니다. 버스는 위에 언급했습니다.
      4) 2월이라도 해발 1,000m가 넘는 곳은 겨울 날씨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비가 많다고 하고요. 뱀에 대비해 스패츠 착용 권합니다.
      이상입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2. single 2017.09.03 1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히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멋진 작품 기쁘게 감상하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3. justin 2017.10.26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그레이트 오션 워크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기대됩니다!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식생이 다양한 듯 합니다! 반 블러프를 보는데 블랙터스크가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