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딸들의 제안에 따라 당일치기 가족여행으로 시애틀(Seattle)을 다녀오기로 했다. 기온은 영하를 가르켰지만 모처럼 날씨가 맑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지만, 딸아이들은 내심 시애틀이 자랑하는 카페와 맛집을 둘러보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이끄는대로 코스를 잡았다. 시애틀이 가까워질수록 길가에 쌓였던 눈이 사라지더니 시애틀 인근은 눈이 내렸던 흔적조차 없었다. 밴쿠버에 비해서 날씨도 훨씬 온화했다. 오전 시간은 몇 군데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그린 호수(Green Lake)였다. 호수 자체는 그다지 특징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걷거나 뛰면서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4.5km라는 호수 한 바퀴를 모두 돌면 대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는 맛보기로 30여 분 걷고는 차로 돌아왔다.

 

그 다음으로 가스 워크스 공원(Gas Works Park)을 찾아갔다. 유니언 호수(Lake Union) 북쪽에 자리잡은 이 공원은 1906년부터 50년간 가스 공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1962년 부지를 매입해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공장지대에서 공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신기하게도 공장에서 쓰던 가스 설비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 아닌가. 푸른 녹지와 묘한 대조를 이루는 가스 설비가 흉물스럽다기보단 멋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나에겐 무척이나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레이트 마운드(Great Mound)라 불리는 언덕 위로 오르면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호수 건너편으론 시애틀의 스카이라인도 즐길 수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멋진 곳을 처음 온다는 사실에 좀 놀라기도 했다. 워싱턴 호수(Lake Washington)를 지나 레드몬드(Redmond)로 갔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기 때문인데, 신정 연휴 기간이라 근무를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진 못 하고 차로 돌면서 건물 외관만 둘러보았다.

 

 

 

 

그린 호수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격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호수 주변에서 조깅이나 산책을 하고 있었고, 물 위에선 오리들이 한가로이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가스 워크스 공원의 한 축을 이루는 가스 설비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오히려 공원의 운치를 더했다.

이런 식의 재개발이 난 너무 맘에 든다.

 

 

 

 

 

 

 

그레이트 마운드에선 멀리 시애틀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망이 좋아 시민들 사랑을 받을만 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시멘트 구축물은 아이들 놀이터였다. 그 위에 커다란 배관이 놓였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엔 방문자 센터가 있어 초기 컴퓨터부터 그들이 이룬 결과물을 볼 수가 있다고 하는데

휴일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문moon 2017.01.09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이 아닌 벤쿠버에 사시는가요?
    시애틀에 당일여행을 다녀오셨다니.. ^^
    가스워크스공원이 참 특이하군요. 공장시설물을 그냥두고도 멋진 공원이 되었네요.
    서울에 있는 공원도 몇군데 일부만 시설물을 그냥 둔곳도 있습니다만..

    • 보리올 2017.01.09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밴쿠버에 산지는 좀 됐습니다. 그 때문에 이 블로그에 캐나다나 미국에 대한 포스팅이 많은 편이지요. 그래도 매년 한 차례씩은 고국에 갑니다.

  2. kimchicheese2016 2017.01.10 0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론토보다 벤쿠버에 사는 분들이 부러운 이유 (순서의 중요성은 없음):
    1) 캐나다 로키 주말마다 하이킹 갈 수 있다. 매주 하이킹 가면 살 찔 일이 없겠어요.ㅋ
    2) 맘만 내키면 미국 워싱턴 주와 캘리포니아 주로 주말여행이나 단기여행 갈 수 있다. 우리는 비싼 항공료 내고 뱅기 타고 가야해서 작정을 하고 가야 합니다.ㅎ
    3) 겨울에 눈이 아닌 비가 온다. 저는 눈이 정말 싫어요. 차라리 비가 낫습니다.
    4) 호수가 아닌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다. 저는 원래 바닷가 출신이라 생동감 넘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올해가 정유년이군요.^^
    새해를 맞이하여 시애틀로 가족여행도 다녀오시고, 아, 부럽습니다 :)

  3. 김치앤치즈 2017.01.10 0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부터 정신이 가출을 했는지 위의 긴 댓글을 쓰고 보니, 제가 로그인을 안하고 댓글을 달았더군요.^^
    혹시 이름이 달라서 누군가 할까봐서요. 보리올님, 접니다.ㅎㅎ

    • 보리올 2017.01.10 0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어로 쓰던, 우리 말로 쓰던 누구신지 다 압니다. 괜한 걱정을 하셨네요. 그래도 너무 친절하십니다. 근데 맨 처음 단 댓글에는 아래와 같이 반박문을 언론에 공개해야겠네요.

      1) 캐나다 로키는 밴쿠버에서 1,000 km나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해안 산맥이 있어 한 시간만 나가면 멋진 산이 부지기수입니다.
      2) 워싱턴 주는 당일에 다녀올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하루 종일 운전해야 겨우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런데 여기 교민들은 우울증 걸리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4)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 같지만 밴쿠버 앞바다는 호수 같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가 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막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도 너무 친절한 반박이죠? 제가 좀 그렇습니다. 명문 댓글이라 호승심이 쪼깨 일었습니다. ㅎㅎ

    • 김치앤치즈 2017.01.10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렇게 명문중의 명문 반박글을 달아서 할 말 없게 만드시는 얄미운(?) 보리올님... 아무래도 보리올님 아내분에게 저 대신 여기저기 마구 꼬집어 달라고 부탁 좀 해야겠어요...ㅋㅋ
      허나 남의 소중한 남편님을 감히 꼬집으라는 망언을 한다고 오히려 욕 한바가지 들을 것 같은데요.ㅋㅋㅋ
      오늘은 더 이상 생각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보리올님의 반박글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 봅니다 :)

    • 보리올 2017.01.10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유쾌한 공방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유쾌한 공방은 우리 나라 정치판이 배워야할 스킬이지만요.

  4. justin 2017.04.22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문가는 전문가인가 봅니다! 온고지신 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어요~ 정말 참신합니다! 저도 처음 보는 곳인데 나중에 꼭 들러야겠어요!

    • 보리올 2017.04.27 0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문가? 재개발 방식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옛것을 단지 낡고 누추하다고 쓸어버리는 것은 우리 과거를 부인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게 좋던데.

 

트레킹 마지막 날이 밝았다. 몽블랑 둘레를 엿새간 걷는 일정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느낌이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그 섭섭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트리앙을 벗어나 산으로 들었다. 발므 고개(Col de Balme)까진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지그재그 산길을 따라 꽤 지루하게 고도 900m를 올려야 했다. 그늘 속을 걸었던 숲길을 벗어나자 조망이 트이는 대신 땡볕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능선 위로 발므 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 2,191m의 발므 고개가 멀지 않은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발목이 잡혀 다들 사진을 찍는다고 야단법석이다. 드디어 발므 고개에 올랐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건만, 사람들은 그보단 언덕배기에 올라 에귀뒤드루(Aiguille du Dru)와 몽블랑, 브레방, 샤모니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풍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대미를 장식할 줄이야…… 이건 진정 축복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발므 고개에서 한 시간 정도 하산을 하면 미드 스테이션(Mid Station)이란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이곳 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시켜놓고 점심으로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런 영업점에서 외부 음식을 먹을 때는 사전에 허락을 구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무시해 주인과 마찰을 빚곤 한다. 어느 산장에선 한국인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하산을 시작해 뚜르(Le Tour)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었다. 뚜르에서 공식적인 산행을 모두 마치고 샤모니행 시내버스를 탄다. 하이파이브로, 때론 가벼운 허그로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곤 샤모니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뚜르 드 몽블랑 트레킹을 마쳤다. 계단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 이어놓은 산길도 부러웠고, 산봉우리과 계곡, 빙하,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린 알프스 산자락도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스위스 산골마을 트리앙을 출발해 마지막 일정을 시작했다.

 

 

 

 

발므 고개로 오르는 길은 좀 지루한 편이었다. 숲길을 벗어나자 조망이 트이며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기슭에 쌓인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남아 있었다. 물줄기가 그 아래에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발므 고개의 스카이라인에서 가장 두드러진 존재는 단연 발므 산장이었다.

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빨간 창문이 눈에 띄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의미하는 표지석을 지나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발므 고개에 서면 몽블랑을 포함한 파노라마 조망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에귀뒤드루는 샤모니 인근에선 꽤나 유명한 등반대상지다. 그랑 드루(Grand Dru, 3754m)와 프띠 드루(Petit Dru, 3733m)

란 두 뾰족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왼쪽의 커다란 설봉이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4122m).

 

발므 고개에서 미드 스테이션으로 내려서는 중에 마주친 조망 또한 일품이었다.

 

 

 

미드 스테이션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6.11.16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아쉬울것 같아요! 그래도 발므 고개가 대미의 장식을 해줬네요~ 아버지 블로그만 오면 가야할 곳이 계속 생겨서 큰일났어요~

    • 보리올 2016.11.23 0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 소개한 모든 곳을 가야 한다는 부담은 버리거라. 이것으로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을 하고 네 마음에 절실히 닿는 곳만 다녀와도 좋을 듯 하다.

 

톤레삽(Tonle Sap) 호수를 보기 위해 수상마을로 가는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730분에 호텔에서 픽업한다고 했지만 차는 8 30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게 해놓고 아무도 미안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이드를 포함해 7명이 승합차에 올랐다. 시엠립 외곽으로 빠져 한 시간 가까이 달렸다. 캄퐁플럭(Kampong Plouk)이란 마을에 도착해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갈수기라 개천이 모두 바닥을 드러냈고 보트들은 땅 위에 나뒹글었다. 수상마을이라 가옥 구조가 좀 특이했다. 1층은 나무로 지주를 세운 빈 공간이었고 사람들은 2층에서 생활하도록 되어 있었다. 1층 공간을 활용해 어구를 보관하기도 하고 새우를 말리는 집도 있었다. 그런 집들이 도로를 가운데 두고 줄지어 있었다. 우기엔 정말 아랫층과 도로가 물에 잠기는지 궁금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사찰에 들렀다. 본당은 수리 중이라 본불만 빼고 모든 부처상이 땅 위에 내려와 있었다. 다들 느긋한 가운데 점심 공양을 준비하는 보살들만 바빠 보였다. 아침 6시에 조식을 하고 정오 이전에 점심을 먹으면 오후엔 일체 식사를 하지 않는단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도 잠시 들렀다. 어느 건물의 1층 공간을 교실로 쓰고 있었다. 그 안에서 공부하는 열 댓명 학생들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톤레삽 호수로 나가는 배를 탔다. 십여 명 탈 수 있는 조그만 보트였다. 처음엔 천천히 움직이다가 어느 정도 수심이 나오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넓은 호수로 나왔다. 온통 누런 흙탕물뿐이었다. 인공어장이 있는 곳에 관광객을 상대하는 카페들이 몇 채 있었다. 물 위에 있는 카페라 나름 운치는 있었지만 물가가 비싼 시엠립에 비해서도 두 배나 비쌌다. 성의라 생각하고 코코넛 주스에 망고 하나를 시켰다.

 

하루 투어에 나선 승합차에 올라 톤레삽 호수에 있는 수상마을로 향했다.

 

 

 

 

캄퐁플럭 마을에 있는 불교사찰은 마침 수리 중이었다. 스님들 점심 공양 준비로 바빴다.

 

 

 

 

 

 

 

 

캄퐁플럭 마을의 일상생활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어려운 형편에도 꽃으로 현관을 장식한 집도 있었다.

 

교실이 하나뿐인 작은 학교였지만 아이들 표정은 밝고 천진난만해 보였다.

 

갈수기라 물이 적어 보트 운행에 지장이 많아 보였다. 대부분의 보트는 뭍에 올라와 있었다.

 

 

 

 

톤레삽 호수가 아름답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수상 카페도 그리 정이 가진 않았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치앤치즈 2016.05.28 2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앙코르와트 사진으로나마 잘 보고 갑니다. ^^

    • 보리올 2016.05.29 0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닉네임이 참 재미있네요. 블로그도 잘 가꾸셨고요. 토론토 계신 모양이죠? 전 밴쿠버 살거든요.

    • 김치앤치즈 2016.05.29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벤쿠버에 사시는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지금 보니 제가 앙코르와트에 대한 댓글을 엉뚱한 곳에 달았네요.ㅎ
      톤레삽 호수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에 공감 눌렀습니다. ㅎ

    • 보리올 2016.05.30 1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톤레삽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기대를 했습니다만 실상은 좀 다르더군요. 여행은 환상을 깨는 일이란 말에 공감을 했습니다.

  2. justin 2016.06.21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저 마을의 1층이 다 잠길정도로 물이 찬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저렇게 바닥을 드리운거에요? 믿기지가 않네요.

    • 보리올 2016.06.21 1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수면을 봤을 때 마을이 물에 잠긴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우기에 물이 많을 때를 직접 보지 않았으니 뭐라 하기가 좀 그렇더구나.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스피드 페리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갔다. 사람들을 싣고 여기저기로 배들이 떠났다. 스피드 페리는 코롱 삼로엠(Koh Rong Samloem)까지 50분 걸렸다. 섬에 도착해 시아누크빌로 나가는 배를 미리 예약해 놓아야 했다. 나를 빼곤 다른 사람들은 여기서 묵는 것 같았다. 배낭이 엄청 큰 캠핑족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 캠핑도 가능한 모양이다. 오후 4시에 나가는 배로 예약을 했다. 이제 이 한적한 섬에서 6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일광욕이나 수영을 할 일은 없으니 무엇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싶었다. 그냥 해변을 따라 걸었다. 수많은 리조트가 줄지어 나타났다. 해변 끝까지 천천히 걸어 갔다 왔는데도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얀 모래가 빛을 반사하고 그 뒤론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태양의 열기에 바닷물도 그리 차갑지는 않았다. 드문드문 한두 명씩 물에 들어간 사람이 보였다. 참으로 평온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그네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혹시나 해서 남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을 한 권 가져왔다. 그늘이라 더위도 피할 수 있었다.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흐른다. 이런 것이 진정한 여행의 묘미고 휴식일텐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느긋함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다. 선착장 인근의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기도 했다. 오후 4시가 다 되었는데도 스피드 페리가 나타나지 않아 선착장으로 나가 보았다. 사람들이 슬로우 보트라는 허름한 배에 오르기에 왜 스피드 보트는 안 오냐고 물었더니 배에 문제가 생겨 한 시간 이상 연착한다는 것이 아닌가. 이 슬로우 보트를 타면 1시간 40분 걸리니 도착 시각은 엇비슷할 것이라 했다. 슬로우 보트에 올랐다. 나로선 오고 가면서 두 종류의 보트를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었다. 섬을 벗어나자 파도는 좀 심해졌지만 바람은 훨씬 시원해졌다.

 

 

세렌디피티 비치에 있는 보트 선착장에서 스피드 보트에 올랐다.

 

 

 

코롱 삼로엠 비치를 따라 길게 들어선 리조트 시설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한적해 보였다.

 

 

 

 

 

 

 

해변을 따라 홀로 걸으며 바다 풍경을 만끽했다. 깨끗한 바닷물이 옅은 에머랄드 빛을 띠고 있어 눈을 시원하게 했다.

 

 

 

선착장 앞 카페에서 피시버거와 맥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음식값이 좀 비쌌다.

 

 

귀로에 예상치도 못한 슬로우 보트에 올랐다. 스피드 보트에 비해 속도는 느렸지만 오히려 운치가 있어 좋았다.

 

 

시아누크빌로 돌아오면서 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맞았다.

'여행을 떠나다 - 아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 시엠립-2  (2) 2016.05.19
[캄보디아] 시엠립-1  (2) 2016.05.11
[캄보디아] 코롱 삼로엠  (2) 2016.05.10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2) 2016.05.09
[캄보디아] 프놈펜-3  (4) 2016.05.06
[캄보디아] 프놈펜-2  (4) 2016.05.05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6.06.05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글 읽고 사진 보는 것만으로 휴식을 즐기고 있는 느낌입니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겠습니다.

    • 보리올 2016.06.06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냥 읽고 보는 것만으로 휴식이 된다니 다행이구나. 어디 돌아다니기 귀찮은 사람은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싶다. 그래도 난 땀을 흘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

 

폭스 빙하 빌리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호텔과 식당, 관광업으로 꾸려가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도 않고 바로 마티슨 호수(Lake Matheson)부터 찾았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제티 전망대(Jetty Viewpoint)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왕복 2.4km에 한 시간 가량 걸렸다.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트 쿡(Mt. Cook, 3,755m)과 그 옆에 자리잡은 마운트 타스만(Mt. Tasman, 3,498m)의 반영이 호수에 담기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산자락에 구름이 잔뜩 끼어 그 꼭대기는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웨스트랜드 국립공원의 자랑거리인 폭스 빙하(Fox Glacier)는 폭스 빙하 빌리지에서 약 5km 떨어져 있었다. 주차장에서 폭스 빙하 전망대까지 30분이 소요되었다. 힘들지 않게 전망대에 올라 빙하를 올려다 보았다. 빙하 끝단만 눈에 들어와 폭스 빙하의 장엄함을 느끼긴 좀 어려웠다. 폭스 빙하는 13km를 흐르며 2,600m의 고도를 낮춰 그 끝단이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한다. 이는 프란츠 조셉 빙하와 비슷했다. 폭스란 이름이 여우에서 왔을까, 아니면 사람 이름일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뉴질랜드 초기 총리였던 윌리엄 폭스(William Fox)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폭스 빙하 빌리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티슨 호수의 들머리에 섰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지만 남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리진 못했다.

 

 

마티슨 호수 초입에 있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남알프스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폭스 빙하로 들어가기 위해 초입에 잠시 멈추었다.

 

여기도 몇 개의 폭포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아래로 뿌리고 있었다.

 

 

 

구름을 머금은 남알프스의 산세가 마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망대가 가까워질수록 폭스 빙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폭스 빙하 전망대에서 빙하를 가까이 올려다 보았다.

 

전망대에 오르자 우리 뒤로 아름다운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6.05.18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운트 쿡이 안 보여서 아쉽습니다. 폭스 빙하도 끝자락막 보고 오신거죠? 사스케츄완 빙하같이 한눈에 스펙타클하게 보이는 곳이 있으면 좋았을텐데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