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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23 [미국 워싱턴] 베이커 산 - 타미간 리지 트레일

 

해발 3,285m의 베이커 산(Mt. Baker)은 미국 땅에 속해 있다. 이 산을 가려면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를 밟아 미국 워싱턴 주로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며 사람들은 베이커를 찾는다. 왜냐 하면 밴쿠버와 그 인근의 프레이저 밸리 어느 곳에서나 고개만 들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베이커고, 베이커를 매일 접하는 이곳 사람들에겐 일종의 모산(母山) 같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에겐 그랬다.

 

베이커는 케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s)에 속한다. 미국 워싱턴 주 산악지형 자체가 이 산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면 된다. 케스케이드 산맥의 줄기는 알래스카에서 발원한 해안 산맥에서 가지를 뻗은 것으로, 밴쿠버 인근의 가리발디 산(Mt. Garibaldi)에서부터 시작해 국경을 넘어 베이커와 레이니어 산(Mt. Rainier), 세인트 헬렌 산(Mt. St. Helens)을 지나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진다. 베이커는 이 산맥의 북단에 위치해 있는데 주능선에서는 조금 서쪽으로 치우쳐 있다.

 

베이커 산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레일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타미간 리지 트레일(Ptarmigan Ridge Trail)을 꼽는다. 오르내림도 그리 심하지 않고 거리도 적당하다. 산행 기점부터 콜맨 피너클(Coleman Pinnacle)까지 왕복 16km에 등반고도 400m를 올린다. 소요시간은 대략 7시간. 이 트레일을 걸으며 베이커와 셕샌 산(Mt. Shuksan)을 바라보는 조망은 한 마디로 끝내준다. 고산 특유의 풍경과 식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후덕하고 인자한 모습을 보인다고나 할까. 산행 초반부터 벌어진 입을 내내 닫지 못했다.

 

산행 출발점은 아티스트 포인트. 차로 오를 수 있고 주차 공간이 넓다. 산행 초반에는 682번 체인 레이크(Chain Lakes) 트레일을 타고 걷는다. 급경사 초원지대를 트래버스하고 테이블 산(Table Mountain)의 하단부를 가로 지른다. 길이 뚜렷하고 평탄하다고는 하지만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잔돌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2km쯤 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왼쪽 길을 택한다. 오른쪽은 체인 레이크 트레일(Chain Lakes Trail)이고 왼쪽이 우리가 가는 683번 타미간 리지 트레일이다.  

 

연두색과 초록색이 적당히 섞인 초원지대, 야생화 군락, 7월인데도 군데군데 남은 잔설 등이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대단했다. ,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덧 콜맨 피너클 아래에 섰다. 여기가 우리의 목적지였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좀 더 진행하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베이커를 지척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암릉에 이르기 때문이다. 

 

암릉으로 연결된 마지막 오르막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거저 대할 수는 없는 법. 미끄러운 설원과 돌밭을 지나 콧등에 땀이 맺힐 때가 되어서야 공룡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카로운 능선 위에 올라섰다. 눈 앞에 깎아 지른 절벽이 나타나고 그 건너편에는 베이커의 웅장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정상을 살짝 드러내고 우리를 맞는 베이커. 그저 머리 속이 멍해지며 할 말을 잊었다. 베이커에 대한 첫 인상이 강하게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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